['오픈 프라이스'시행 첫날]새가격표 마련…값은 예전대로

  • 입력 1999년 9월 1일 19시 28분


유통업체가 제품가격을 결정하는 ‘오픈 프라이스’제도와 단위가격표시제가 1일 시행에 들어갔지만 제도 정착까지는 적지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반 슈퍼마켓 등 소규모 유통업체는 가격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제도가 시행되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슈퍼선 우왕좌왕◆

▽첫날 모습〓백화점과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날 출고된 해당 제품에 일제히 새로운 가격카드를 만들어 붙였다. 해당제품은 컬러TV 의류 등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적용되는 12개 품목과 햄 설탕 우유 등 단위가격표시제가 적용되는 15개 품목.

그러나 대부분의 동네 슈퍼마켓 등에선 가격 표시를 새로 하지 않거나 제도 시행 자체를 모르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송파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A씨는 “우리 가게에서 취급하는 햄만해도 40여종이나 된다”면서 “수백개 상품에 가격표를 새로 붙이려면 사람을 추가로 써야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단속을 해야 하는 구청관계자조차 이런 어려움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는 상태”라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이날 단위가격을 꼼꼼히 따져보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량과 중량 단위로 가격을 표시하는 단위가격표시제가 실시되면 소비자들은 업체별 제품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다.

권장 소비자 가격을 표기하면 3000만원, 단위가격 표시제를 어기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법적 근거는 있지만 제도가 정착할 때까지 당분간은 과태료 대신 행정지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단위가격이 표시되는 15개 품목이 ‘가장 싸다’는 인상을 주도록 하기 위해 별도로 전산시스템을 개발해 따로 관리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기도 했다.

◆제도정착 시간걸릴듯◆

▽가격 떨어질까〓오픈프라이스 제도의 가장 큰 목적은 유통업체간 경쟁을 유도해 가격을 낮추자는 것이지만 제도가 정착돼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돌아오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날 5대 신사복 정장 브랜드는 가을 신상품에 권장소비자가 대신 판매가격을 붙였지만 약속이나 한 듯 백화점 매장마다 같은 가격을 붙였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이 신사복이나 가전제품의 가격을 마음대로 결정하려면 백화점 숫자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전제품은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더욱 희박하다. 대부분의 백화점과 할인점은 관리와 재고 부담을 피하기 위해 제조업체가 직접 장사하는 특정매입 형태의 판매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

직매입으로 판매하는 가전제품도 가전3사가 수익률 하락과 이미지 실추 등을 고려, 가격 할인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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