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판문점에 대남공작조 운영』…귀순북한군 증언

  • 입력 1998년 12월 9일 19시 43분


북한은 판문점공동경비구역(JSA)에 근무하는 한국군장병들을 포섭해 정보를 입수하고 제대후 접선공작을 통해 고정간첩으로 활용하기 위해 판문점 대표부 정치부 적공과에 2개의 대남공작조를 운영하고 있다고 2월 귀순한 전 북한군 상위출신 변용관씨가 증언했다.

변씨는 이 북한공작조가 JSA내 한국군 경비병 중 최소한 42명(예비역포함)과 접촉해 왔으며 이 중 4명 이상을 포섭한 것으로 군과 안기부 등 합동신문조 조사과정에서 진술했다고 국회 국방위 ‘김훈중위 사망진상파악 소위원회’(위원장 하경근·河璟根의원)가 9일 밝혔다. 변씨의 진술에 따르면 각 공작조는 조장(중좌) 부조장(소좌) 조원(위관) 등 5∼7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조장은 한국군 장교와 중사를, 부조장은 중사와 병장을, 조원은 사병을 각각 접촉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

하위원장은 “지난달 국방부에 변씨의 신문조서 제출을 요청해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으며 3일 변씨를 직접 조사했다”면서 “변씨는 북한군 공작1조 조장인 김경호중좌로부터 공작조에서 대상으로 삼은 남측 사병인원이 1소대 6명, 2소대 20명, 3소대 6명, 4소대 10명 등 42명이라고 들은 것으로 증언했다”고 말했다.

하위원장은 또 “변씨에 따르면 2월 귀순 당시에도 ‘두황’ ‘나무꾼’이라는 별명을 가진 한국군 병사와 북한공작조 요원이 계속 접촉해 왔다”고 덧붙였다.

2월 JSA구역을 통해 귀순한 변씨도 귀순 당시까지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 정치부 적공과 공작조 소속으로 활동하며 경비2소대의 S, K, L일병과 ‘친밀공작’을 벌여왔다고 하위원장은 밝혔다.

북한 공작조는 한국군을 접촉하기 전 ‘공작계획서’를 작성해 미리 공작대상을 정한 뒤 주로 야간을 이용해 접촉해 왔으며 개별공작뿐만 아니라 집단공작활동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씨 증언에 따르면 L일병의 경우 작년 4∼9월까지 5차례 북한 공작조와 접촉했고 10월에는 북송 일본인의 북한생활을 담은 ‘나의 인생 전환기’라는 책을 받아 읽고난 후 돌려주기도 했으며 담배 술 등을 제공받는 등 10여차례 접촉한 사병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하위원장은 소위 중간발표를 통해 “김중위와 같은 부대 소속의 참고인 3명을 조사한 결과 경비중대 2소대의 부소대장이었던 김영훈중사가 97년 여름부터 판문점 근무시 야간을 이용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군 초소로 찾아가 적군과 접촉해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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