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하는 사람도 이렇게 따뜻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건지…. 새해에 다시 일어서는 각오로 회사를 되살리고 수출을 늘리는데 모든 노력을 쏟겠습니다.”
부도를 낸 평화플라스틱 사장 이종호(李鍾鎬·41·서울 송파구 방이동)씨는 최악의 경제한파 속에서도 연일 세상의 따뜻함을 경험한다.
지난해 5월 제2금융권의 자금회수 파동에 휘말려 73억원을 부도낸 그는 원료를 공급하는 대기업과 평화플라스틱의 완제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의 도움으로 회사를 살려냈다. 검찰도 부정수표단속법 위반혐의로 고발된 이씨를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3백여개의 특허와 신기술을 보유, 국내 PVC시장의 60%를 점유해온 이 회사는 연간 수출액만 해도 1천만달러가 넘는 초우량 중소기업. 하지만 지난 한보부도사태 이후 자금압박에 시달려오다가 결국 4억여원의 1차 부도를 냈었다.
대다수 중소기업의 경우 부도 후 원료공급선이 끊기고 판매 도소매상이 반품을 요구하게 마련. 하지만 이 회사는 원료공급이 중단되거나 도소매상의 동요가 없었다. 모두들 이 회사의 경영성과와 기술력을 믿고 회사살리기에 나섰기 때문.
“회사의 수익금을 모두 기술 재투자에 써버려 부도를 막을 길이 없었어요. 하지만 평소에 쌓아놓은 기술력과 신용이 어려울 때 회사를 살린 가장 큰 자산이 될 줄은 몰랐어요.”
서울지검 동부지청 형사1부 민영선(閔泳善)검사는 “부도 규모가 크지만 주위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회사가 정상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회사 회생을 위해 사장을 불구속키로 했다”고 말했다.
〈박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