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대법원 정면충돌…확정판결 사상 첫 취소 논란

  • 입력 1997년 12월 24일 20시 13분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을 따르지 않은 법원의 판결은 사실상 무효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헌재의 결정을 무시한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사법 사상 최초로 취소됐다. 이에 대해 대법원이 『헌재의 이번 결정은 입법권과 사법부의 재판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공식 반박하고 나섬으로써 대법원과 헌재의 입장이 정면 충돌하는 사태를 빚고 있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조승형·趙昇衡 재판관)는 24일 법원의 판결을 헌법소원 심판대상에서 제외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1항에 대해 이길범(李佶範·59·전 국회의원)씨가 청구한 위헌확인 사건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정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한 법조항을 적용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만큼 예외적으로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무시한 96년 4월 양도소득세 관련 대법원 판결은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취소하며 세무서가 청구인에게 8억8천여만원을 부과한 양도소득세 처분도 취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은 위헌결정의 일종으로 법원을 비롯한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따라야 한다』며 『한정위헌 결정이 난 법률을 적용한 법원 재판은 위헌법률 심사권을 헌재에 부여한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밝혔다. 청구인 이씨는 92년 세무서가 부과한 양도소득세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이 구소득세법 조항에 대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따르지 않고 96년4월 패소판결을 확정하자 헌법소원을 냈다. 한편 대법원은 『헌재 결정은 국회의 입법권과 사법부의 재판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앞으로 구체적인 사건에서 판결을 통해 견해를 표명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헌재 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조원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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