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기자] 신한국당 洪仁吉(홍인길)의원이 검찰보강조사과정에서 『지난 94,95년에는 개인적으로 돈을 받을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져 「돈을 받지 않고도 대출알선을 해야 했던 배경」을 놓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홍의원의 이같은 진술은 언뜻 보면 자신의 추가수뢰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둘러댄 말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홍의원이 지난 94,95년에 한보철강이 수백억원대의 거액대출을 신청할 때마다 은행장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대출알선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그의 진술은 매우 함축적인 의미를 띠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관계자는 이와 관련, 당시 정부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한보를 지원한다는 결정이 내려져 있었기 때문에 홍의원이 굳이 개인적으로 돈까지 챙기면서 대출알선을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이해된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96년부터는 자금사정이 크게 나빠진 한보가 부도위기에 몰리면서 적극적인 로비공세를 폈고 이때문에 홍의원 등에게 돈까지 주게됐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
그러나 이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시 정부의 결정에 따라 한보철강에 대한 지원이 결정됐다면 청와대 총무수석이었던 홍의원이 굳이 대출압력을 행사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다른 문제는 홍의원도 인정한 것처럼 대출알선이 필요했다고 하더라도 직무상 대출업무와 무관한 청와대 총무수석이 나서서 은행장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직접 만나야 했을까 하는 의문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은행들이 대출을 꺼려 청와대나 정부측에서 대출알선을 지원해야 했다면 총무수석이 아닌 경제수석이나 재정경제원장관 등 은행대출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나 부처에서 맡았어야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의원이 당시 개인적으로 돈을 챙길 상황이 아니었다는 진술은 홍의원이 자신의 윗선이나 공감대를 갖고 있는 다른 「배후」와의 교감에 따라 대출알선에 나서 은행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게 됐을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홍의원이 아닌 「외압의 실체」가 따로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며 홍의원이 검찰출두 직전 자신을 「깃털」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홍의원은 검찰조사과정에서 이러한 의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 역시 96년외에는 홍의원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면서 왜 당시에는 돈을 줄 필요가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고 검찰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홍의원은 검찰에 소환돼 처음 조사받을 때는 정치적 음모설 등을 제기하면서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