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명의 생명을 앗아간 성수대교 붕괴참사 이후 대대적으로 실시돼온 한강다리 과
적차량 단속이 겉돌고 있다.
서울시는 과적차량 1대의 통행이 승용차 7만대와 맞먹는 다리 피로도를 가져온다
며 한강교량 입구에 단속초소를 설치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언제 사고가 발생했
느냐」는 식의 형식적인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성수대교 붕괴 2주년을 하루 앞둔 20일 오전 2시반 마포대교.
과적차량 단속초소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초소밖에는 빨간 경광등이 요란스레
돌아가고 있었지만 단속원이 없는 마포대교를 과적차량으로 보이는 차량들이 유유
히 건넜다. 그것도 제한속도를 무시한 과속으로….
1시간 뒤 한남대교. 단속원 1명이 초소 내부에서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다. 현장
에 있어야 할 3명의 근무요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오전 4시반 반포대교. 단속초소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고 갑자기 나타난 화물차
량 1대가 묵직한 벽돌을 잔뜩 실은 채 다리를 건너 강북강변로 방향으로 향했다. 「
과적차량 통행금지, 전방에 단속근무중」이라는 안내표지판이 무색했다.
영동대교의 모습도 한가롭기는 마찬가지. 2명이 앉아서 만화를 보는데 여념이 없
었다.
한강교량에 설치된 총 33개소의 단속초소중 몇군데를 제외하면 사정은 거의 비슷
했다. 단속장비는 경적과 붉은 신호봉이 고작이며 지급받은 비디오카메라는 야간에
이슬을 맞으면 고장난다는 이유로 가방에서 잠을 잤다.
단속요원 K씨는 『양화 동호 성산대교 등 화물차량의 통행이 빈번하다고 소문난
곳은 군경합동초소가 설치돼 있어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나머지 대부분
의 다리는 신호봉 하나로 과적차량을 제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털어 놓았다.
택시운전사 林모씨는 『과적차량들이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 지 단속이 없는 교량
을 5,6대씩 줄을 지어 건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河泰元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