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 관계자는 “첫 체포동의안 표결 때만 해도 이 대표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 중립 지대 의원들마저 이번엔 등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며 “그만큼 내년 총선 공천이 임박했으며, 그에 따른 의원들의 불안감이 2월보다 훨씬 커졌다는 의미”라고 했다.
● 2월 비해 찬성 10표 늘고 기권·무효 10표 줄어

민주당 내에서만 찬성ּ·기권·무효 등 최소 31표의 이탈표가 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를 제외한 민주당 의원 전원(167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도 부결표가 136표에 그친 것은 당내에서만 최소 31표가 이탈한 셈이다.
당 내에선 확실한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 20여 명 외에도 중립 성향 의원 10여 명이 추가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표결 직전 의원총회에서도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부결을 선언하는 등 공개석상에선 부결 기류가 강했는데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각자 다른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李 직접 부결 요구 오히려 역풍”
병원 입원 중인 이 대표는 표결 전날부터 이틀 연속 사실상 부결 투표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음에도 비명계를 달래지 못한 채 ‘불신임’ 당했다. 이날 가결이 나온 배경엔 낸 총선 공천이 임박한 상황에서 비명계가 느끼는 ‘공천 학살’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비명계 현역 의원 지역구에 원외 친명 후보들이 앞 다퉈 출마를 선언한 것을 두고 이미 당 안팎에서 갈등이 적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어차피 ‘이재명 체제’에서 공천받기는 글렀다고 생각한 의원들이 마지막으로 ‘판을 흔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반란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민주당에선 전날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사실상 부결을 호소한 것이 오히려 역풍을 불렀다는 해석도 나왔다.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스스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던 이 대표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입장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고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 메시지에) 의원들은 깜짝 놀랐다. ‘더는 당을 같이 못 하겠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장기화되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당내 피로감도 가결표의 이유로 꼽힌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차라리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영장이 기각되면 리스크를 걷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탄 정당’ 프레임이 너무 길어지는데, 이대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