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송파구를 비롯한 서울 핵심 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지난 7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에 붙어 있는 인근 아파트 월세·전세·매매 매물 안내문. 뉴스1
다음 달 입주를 앞둔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르엘의 전용면적 84㎡ 전세 호가는 12억 원에서 20억 원 선에 형성돼 있다. 2008년 준공한 인근 파크리오의 같은 평형 전세 호가가 9억6500만 원부터 12억5000만 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2억 원 차이가 벌어진다. 두 아파트 모두 대단지에 학군과 생활 인프라에 큰 차이가 없다. 통상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하면 전세 매물이 일시적으로 늘면서 일대 전세가격이 낮아지는데, 신축 전세가가 더 높게 형성된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평균 3억~4억 원 차이가 난다”며 “주변에 거의 20년 된 아파트들이 대부분이라 신축이 귀하다”고 말했다.
이번 달부터 내년 초까지 송파구 잠실역 일대에서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채), 잠실 르엘(1865채) 등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하지만 전세 호가가 기존 시세보다 오히려 더 높게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규제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이 줄어든데다 신축 선호 현상까지 더해지며 집주인들이 부르는 데로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가격이 내려갈 수 있고, 일각에서는 집주인들이 ‘가격 맞추기’를 하고 있는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잠실역 일대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무소와 온라인 매물사이트에 따르면 내년 초 입주하는 잠실래미안아이파크도 전용 84㎡ 전세 호가가 11억4000만부터 19억8000만 원까지다. 잠실 르엘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처럼 전세가가 오른 이유로는 우선 ‘신축 프리미엄’을 꼽는다. 잠실 일대는 잠실주공아파트(1978년), 장미아파트(1979년) 등 준공 50년 가까이 된 아파트를 비롯해 파크리오를 비롯해 리센츠, 잠실엘스(2008년), 트리지움(2007년) 등 준공 20년에 가까운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신축 전세가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전세 매물이 대부분 조합원 물량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매물은 선호 층과 동, 풀옵션 등의 조건을 갖춘 경우가 많다. 입지나 내부 상태에 따라 가격 편차가 큰 전세 특성상 호가가 높게 매겨졌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일반분양을 받을 경우 3년 내 실거주해야 해 일반분양 전세가 많이 나오지 않는 편이다.
다만 이 같은 호가는 일시적일 뿐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아직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며 “전세 가격이 워낙 높아 세입자 문의도 많이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조합원들이 적정 전세가를 조정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인근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조합원들끼리 단체 커뮤니티에서 전세를 얼마 받아야 하는지 등을 얘기하며 가격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신축 선호 현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주인들이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이라며 “신축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입주가 다가오면 전세가를 낮춘 급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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