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 “내 별명은 ‘순한 맛 이재명’…대통령과 닮은 점은 ‘일잘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0일 18시 09분


정원오 성동구청장 기자간담회
게임 복합공간 ‘펍지 성수’서 진행
‘순한 맛 이재명’ 별명 자주 들어
오세훈 계엄 반대에 감사, 한강버스는 게임 끝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10일 서울 성동구 펍지성수 라운지에서 성수동 책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10 뉴시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10일 서울 성동구 펍지성수 라운지에서 성수동 책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10 뉴시스
10일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저서 ‘성수동’ 관련 기자간담회가 진행된 서울 성동구 ‘펍지 성수’는 정치인이 간담회를 위해 선택할 만한 장소로 보이지 않았다. 시멘트 벽 위로 철조망이 둘러쳐진 부지 내엔 만화 캐릭터와 기하학적 무늬가 그려진 그래피티가 눈에 띄었다. 3층짜리 붉은 벽돌 건물은 시간에 의해 생긴 얼룩을 굳이 가리지 않은 채였다.

당장이라도 소총을 든 게임 캐릭터가 튀어나와 교전을 벌일 것 같은 이곳은 국내 게임사 크래프톤이 자사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 속 세계관을 접목한 복합공간이다. 리모델링 전 폐공장의 원형이 상당 부분 그대로 남아 있는 이곳은 ‘기업과 시민이 플레이어가 돼 도시를 혁신하고 관(官)은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정 구청장의 가치관이 반영된 공간이다.

10일 정원오 성동구청장 기자 간담회가 진행된 서울 성동구 ‘펍지 성수’. 3층짜리 폐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해 게임 복합공간으로 재구성한 곳이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10일 정원오 성동구청장 기자 간담회가 진행된 서울 성동구 ‘펍지 성수’. 3층짜리 폐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해 게임 복합공간으로 재구성한 곳이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기업·시민이 플레이어, 관(官)은 플랫폼”
이틀 전 대통령으로부터 ‘일잘러’라는 공개 칭찬을 받은 뒤 정 구청장을 둘러싸고 “‘명심’(明心)을 등에 업었다”는 평가와 함께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정 구청장이 빠른 시일 내 서울시장에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20여 명 규모로 준비된 이날 간담회에는 2배가 넘는 인원이 몰렸다. 이날 정 구청장은 “‘순한 맛 이재명’이라는 별명을 자주 듣는다. (이 대통령처럼) 사이다 기질이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주변에서 해주는 말”이라며 “이 대통령과 내가 닮은 점은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라고 알려진 것”이라고 했다.

정 구청장은 이날 출마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다음 주 구의회 예산안과 사업계획안이 보고되고 처리된다. 현재는 심의 기간이기 때문에 전력을 다하고, 이후에 집중적으로 고민해서 결심하겠다”고 했다. 구의회 예산안 처리된 후인 이달 중순경 출마 의사를 밝히겠다고 에둘러 언급한 셈이다.

정 구청장은 현재 수도권에서 유일한 3선 단체장으로 성수동 도시재생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단 평가를 받는다. 붉은 벽돌 건축물 지원,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 등을 처음으로 추진해 다른 지자체로 확산시키기도 했다. 이번 신간엔 성수동 도시재생사업 추진 과정과 정 구청장의 도시 개발 철학이 담겼다. 그는 “서울의 다른 구에서도 제2, 제3의 성수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성수동에서 붉은 벽돌이 성공했다고 해서 다른 동네에서 그대로 해선 안 된다”며 “그 동네의 매력을 발견해야 한다. 맹아는 반드시 그곳에 있다. 그걸 관찰하고 발견하는 것이 행정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소규모 재건축 심의, 구청에 맡기면 공급에 속도”
정 구청장은 주택 공급, 지역 별 격차 등 서울시 현안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에 대해선 “부동산 분위기가 좋을 땐 재개발·재건축 조합 주민들의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지는 데 비해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와 건축위원회 단계에서 진도가 늦어지는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며 “(500가구 또는 1000가구 미만) 소규모 개발은 각 구청에 (심의 역할을) 넘기면 공급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한 한강버스와 관련해선 “교통용으로는 이미 게임이 끝난 걸 자꾸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다만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서 매몰 비용이 크기 때문에 단순 폐기하긴 어렵다. 관광용으로 바꾸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앞서 정 구청장에 대해 “그래도 그분(정 구청장)은 제가 일하는 능력에 대해 높이 평가했던 것처럼, 식견의 측면에서 조금은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정 구청장은 오 시장의 대표 정책 중 하나인 ‘손목닥터9988’를 꼽으며 “굉장히 잘한 사업”이라며 “시민의 건강을 위해 걷기를 촉진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이) 계엄을 반대하고 나중에 탄핵에 대한 입장을 낸 것에 상당히 감사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서울, 뉴욕과 함께 G2 돼야”
정 구청장은 차기 서울시장상에 대해 “다음 시장은 ‘세금이 아깝지 않도록 삶의 질을 챙기는 시장’과 ‘국가경쟁력을 이끌어가는 시장’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는 글로벌 G2가 돼야 한다”며 “뉴욕이 서구의 G1이라면 아시아의 G1은 서울이 돼야 한다”며 “서울의 지역내총생산(GDRP) 성장률이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Kearney)의 보고서에서 서울은 줄곧 글로벌 시티 인덱스 1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잠재력은 2위다. 다른 지역 만큼이나 서울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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