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조응형 동아일보 사회부 조응형 기자 공유하기 yesbro@donga.com

2017년 입사해 스포츠부, 사회부를 출입했습니다. 2020년부터는 경찰서를 출입하며 사건사고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내러티브식 기사쓰기에 관심이 많아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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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피해보상위, 운영 방식 납득 어려워”“우리 국민 4000만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았어요. 그럼 우리나라 기준을 만들어야지요.”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피해보상위) 전문위원 신현호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18일 회의에서 이같이 성토했다. 이날 회의에선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심근염이 발생해 사망한 21세 남성의 접종 인과성 여부를 두고 언쟁이 벌어졌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녹취에 따르면 피해보상위 위원장은 회의에서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 등에서 심근염을 화이자의 이상반응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고집했다. 이에 신 변호사는 “무조건 국제적 기준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은 행정 편의적 발언”이라고 했다.신 변호사는 한국의료법학회 회장과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을 지낸 의료사건 전문 변호사다. 2003년 만들어진 보건복지부 예방접종 피해보상 심의위원회에서 약 8년 동안 활동했다. 이후 감염병관리위원회 위원을 거쳐 2019년부터 다시 예방접종 피해보상위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다음은 최근 본보 인터뷰 일문일답. ―피해보상위 운영방식을 비판하는 변협 성명을 주도한 이유는? “그동안 피해보상위는 미국이나 유럽 주요 기관이 인정한 이상반응을 기준으로 피해보상을 결정해왔다. 백신 말고 이상반응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고 위원들이 의견을 모은 경우도 ‘4-1’(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근거 불충분) 항목으로 결정됐다. 답답해서 회의 도중 ‘우리가 FDA의 한국지부이냐’고 불만을 표한 적도 있다.” ―인과성 여부는 과학적으로 따져야 하지 않나. “환자 개개인의 정보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립된 기준만 기계적으로 적용해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게 문제다. 더구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백신이 기저질환을 촉진했을 수도 있는데,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의 4-2(백신보다는 다른 이유로 증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경우)로 결론짓는다.” ―과거 현재 피해보상위 운영을 비교하면…. “예전에는 위원들이 난상 토론을 벌인 뒤 각자 서류에 결론을 적어 내 과반 이상의 다수결로 보상을 결정했다. 그러나 현재 피해보상위는 위원장 주도로 결론을 내리고 형식적으로 다른 위원들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 일부 위원이 반발해 한동안 의결서를 제출하지 않은 적도 있다.” ―개선 방향을 제언한다면…. “백신 예방접종 피해보상은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성 제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가가 재난 극복을 위해 ‘안전하다, 문제가 나타나면 책임지겠다’며 접종을 권장했다. 그 후 발생한 이상반응에 대해 ‘아직 학문적으로 밝혀지지 않아 보상하기 곤란하다’고 하면 납득할 국민이 어디 있겠나.”특별취재팀팀장 조응형 기자 박종민 김윤이 최미송 기자 vaccine.donga.com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2022-07-04 03:00
[단독]심의 3분만에 ‘사망과 백신 인과관계 없음’…피해보상 회의 최초 확인“표에 나온 증상만 갖고 (인과성이) 있다, 없다 판단할 거면 전문가 모셔놓고 회의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2022년 5월 17일, 역학조사관) “(사망 이유를) 모르면 (인과성 없다고) 결정하지 말고, (유족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게 우선입니다.”(2021년 12월 28일, 피해보상전문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의 인과성 및 피해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질병관리청 산하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및 피해보상전문위원회 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다. 역학조사관과 전문위원이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렵다’며 백신 접종과 사망의 인과성을 인정하라고 촉구했지만 2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질병청은 지난해 2월 백신 접종 시작 이후 피해조사반과 피해보상위를 통해 보상 신청된 이상반응의 백신 인과성 여부를 결정했다.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유족 등의 요청이 이어졌지만 “회의록을 안 만든다”며 번번이 거절했다.동아일보 취재팀은 지난해 9월 16일~올해 6월 10일 9개월간 열린 두 회의의 녹취 파일을 입수했다. 47시간 42분 분량이다. 처음 공개되는 회의 내용에는 “접종 부작용을 책임지겠다”던 정부의 호언장담과 다른 실상이 드러나 있었다. 논의된 이상반응 사례 783건 가운데 질병청 지침을 넘어선 결론이 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일부 전문가는 인과성 인정을 집요하게 요청했지만 ‘질병청 지침에 없다’는 한마디로 일축됐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동아일보에 “이상반응 지침은 최신 국제 사례를 반영하는 가장 과학적인 자료”라는 입장을 밝혔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상반응이 신고된 사망자 2236명 중 6명만 인과성이 인정됐다. 지금까지 이상반응 신고는 47만1775건이었으며 보상 신청 7만8462건(심의 완료 5만4795건) 중 1만8548건이 보상을 받았다. 심의 완료 건 중 약 80%는 30만 원 미만 소액 진료비 보상이었다. 올 5월 17일 질병관리청 산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난 이유빈 씨(당시 23세)의 사망과 접종의 인과성 인정 여부를 두고 격앙된 대화가 이어졌다. 지역 역학조사관(전문의)은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며 인과성 인정을 거듭 주장했지만 피해조사반장(의대 교수)은 “(질병청) 기준을 벗어난다. 나는 (기준을 바꿀) 권한이 없다”며 거부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및 피해보상전문위원회(피해보상위) 회의 녹취에선 이 같은 장면이 여러 번 반복됐다. 전문가들이 인과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다양한 근거를 제시했지만 질병청 지침에 없는 경우 전부 거부됐다. 취재팀은 두 달에 걸쳐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겪은 환자 및 사망자 유가족 158명을 대면과 전화통화, 서면으로 만났다. 이들이 시급한 과제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인과성 심의 회의록 공개’(49명·31%)였다.●질병청 지침에만 의존한 인과성 평가이 씨는 모더나 백신 접종 11일 만인 지난해 8월 7일 혈전증으로 인한 뇌경색으로 사망했다. 이 씨를 담당한 종합병원 의사는 ‘백신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질병청에 이상반응 신고를 했다. 지자체 역학조사 결과 이 씨에겐 기저질환이 없었다. 혈액검사에서 나타난 사인은 ‘재난적 항인지질 증후군’이란 희귀 질환이었다. 이 병의 발병 인자로는 백신 접종과 C형 간염, 흡연 등 10여 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학조사관에 따르면 이 씨는 백신 접종 외에 다른 발병 인자에 노출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질병청 이상반응 목록엔 이 병이 없었다. 역학조사관은 회의에서 “해외 논문 가운데 백신 접종 후 ‘재난적 항인지질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 씨 죽음에) 백신 이외에 원인이 뭐가 있겠나”라고 물었지만 피해조사반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이 씨의 아버지 이남훈 씨(54)는 “심의 내용을 공개해 달라”며 질병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질병청 관계자는 “회의록은 없고, (요약된) 결과록만 있다”고 답했다.●“전문위원들은 거수기 노릇”피해조사반과 피해보상위에는 전문가 다수가 참여했지만 전문성에 기반한 실질적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8일 피해 보상위에선 심근염 진단 후 사망한 박모 씨(당시 21세)에 대해 논의했다. 박 씨는 현역 군인으로 지난해 6월 7일 화이자 백신을 1차 접종했고, 6일 뒤 의식이 없는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추정 사인은 심근염. 지난해 7월 접종과 사망의 인과성이 인정됐지만 올 1월 회의에선 ‘인과성 없음’으로 결론이 뒤집혔다. 의대 교수인 전문위원이 반론을 제기했지만 위원장은 직권으로 ‘인과성 근거 불충분’ 결론을 내렸다. 한 위원은 그 자리에서 피해조사반 구성원 일부가 피해보상위에도 포함돼 있다는 걸 거론하면서 “위원들은 거수기 노릇만 하는 꼴”이라며 반발했다. 현재 피해보상위원장이 피해조사반장을 겸임한다. 하지만 올 3월 백신안전성위원회는 환자 1500여 명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심근염을 백신 접종 이상반응으로 인정했다. 피해보상전문위원은 “심근염의 경우 초기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인과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피해보상위는 질병청 지침에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통계적 연구가 쉽지 않은 희소 질환의 경우 표본 수가 적은 탓에 인과성 인정은 극히 어렵다.●대법원 “인과성 입증 기준 완화할 필요”피해보상위의 ‘인과성 없음’ 결정 논리는 대법원 판례와도 배치된다. 대법원은 2014년 소아마비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장애에 대해 국가가 보상하라며 “예방접종 피해 보상은 예방접종의 사회적 유용성에 동참해 특별한 희생을 한 데 대한 보상”인 만큼 인과성 입증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0년 넘게 피해보상위원으로 활동한 신현호 변호사는 “의학적으로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아니더라도 접종과 이상반응 사이에 시간적 개연성이 있고, 백신 외 이상반응을 설명할 다른 이유가 없다면 적극적으로 보상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기준에 따르면 피해보상위에서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한 이들 상당수가 보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1건당 평균 논의시간 2분 48초현행 인과성 심의 체계는 예방접종 피해보상 제도가 도입된 옛 전염병예방법(1995년 1월 시행)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같은 초유의 팬데믹을 담당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초기부터 나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10여 명으로 구성된 피해보상위가 심의한 사례 수는 지난달까지 4만3000여 건에 달한다. 하루 1000건 이상 검토된 날도 있었다. 본보가 입수한 26차례의 회의 녹취에서 구두 논의 사례 783건을 심의하는 데 걸린 시간은 건당 평균 2분 48초였다. 구두로 논의되지 않은 나머지 이상반응 신고 수만 건은 서면으로 검토를 마쳤다. 한 피해보상전문위원은 “중요하고 논쟁적인 사례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코로나19 피해보상위, 운영 방식 납득 어려워”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 전문위원 신현호 변호사“우리 국민 4000만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았어요. 그럼 우리나라 기준을 만들어야지요.”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피해보상위) 전문위원 신현호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18일 회의에서 이같이 성토했다. 이날 회의에선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심근염이 발생해 사망한 21세 남성의 접종 인과성 여부를 두고 언쟁이 벌어졌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녹취에 따르면 피해보상위 위원장은 회의에서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 등에서 심근염을 화이자의 이상반응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고집했다. 이에 신 변호사는 “무조건 국제적 기준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은 행정 편의적 발언”이라고 했다.신 변호사는 한국의료법학회 회장과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을 지낸 의료사건 전문 변호사다. 2003년 만들어진 보건복지부 예방접종 피해보상 심의위원회에서 약 8년 동안 활동했다. 이후 감염병관리위원회 위원을 거쳐 2019년부터 다시 예방접종 피해보상위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다음은 최근 본보 인터뷰 일문일답. ―피해보상위 운영방식을 비판하는 변협 성명을 주도한 이유는? “그동안 피해보상위는 미국이나 유럽 주요 기관이 인정한 이상반응을 기준으로 피해보상을 결정해왔다. 백신 말고 이상반응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고 위원들이 의견을 모은 경우도 ‘4-1’(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근거 불충분) 항목으로 결정됐다. 답답해서 회의 도중 ‘우리가 FDA의 한국지부이냐’고 불만을 표한 적도 있다.” ―인과성 여부는 과학적으로 따져야 하지 않나. “환자 개개인의 정보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립된 기준만 기계적으로 적용해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게 문제다. 더구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백신이 기저질환을 촉진했을 수도 있는데,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의 4-2(백신보다는 다른 이유로 증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경우)로 결론짓는다.” ―과거 현재 피해보상위 운영을 비교하면…. “예전에는 위원들이 난상 토론을 벌인 뒤 각자 서류에 결론을 적어 내 과반 이상의 다수결로 보상을 결정했다. 그러나 현재 피해보상위는 위원장 주도로 결론을 내리고 형식적으로 다른 위원들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 일부 위원이 반발해 한동안 의결서를 제출하지 않은 적도 있다.” ―개선 방향을 제언한다면…. “백신 예방접종 피해보상은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성 제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가가 재난 극복을 위해 ‘안전하다, 문제가 나타나면 책임지겠다’며 접종을 권장했다. 그 후 발생한 이상반응에 대해 ‘아직 학문적으로 밝혀지지 않아 보상하기 곤란하다’고 하면 납득할 국민이 어디 있겠나.”질병청 “백신 인과성 판단 근거, 美-유럽과 크게 다르지 않아” 방역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의 인과성을 판단하는 절차가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진행됐다고 주장한다. 한국 질병당국의 판단 근거가 다른 주요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백신 주무 부처인 질병관리청은 백신별 이상반응을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지침’ 형태로 관리하고 있다. 이 지침은 국내 코로나19 백신안전성위원회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 미국 식품의약국(FDA), 영국 의약품규제당국(MHRA) 등 전 세계 주요 연구와 보고서를 참고해 만들었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가 접수되면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이 지침에 등재된 부작용인지부터 살핀다. 질병청은 이 지침에 등재되지 않은 이상반응 사례가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을 인정받은 사례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상반응 지침에 나온 증상들만 인과성을 인정하는 게 다소 보수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새로운 연구 사례가 나올 때마다 이상반응 지침을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심근염과 심낭염은 지난해에는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각각 올해 3월과 5월부터 인과성이 인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질병청은 “인과성을 인정하는 이상반응의 범위를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늘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선 피해조사반, 피해보상전문위원회 등 질병청의 백신 이상반응 판단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질병청은 “회의 결과가 정확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회의 녹화자료를 통해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면서도 “개인정보 문제와 보관 근거 부재 등의 이유로 회의 결과를 지자체에 통보한 뒤 폐기한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백신 피해 보상을 늘리고 있다. 현재까지 총 5만4795건을 심의해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되는 1만8548건에 대해 보상했다. 질병청은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시간적 개연성, 기저질환, 유전적 특성 등을 종합 판단해 최대 5000만 원의 사망위로금과 최대 3000만 원의 치료비를 지원한다. 현재까지 5명이 사망위로금을, 130명이 치료비를 받았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특별취재팀▽팀장 조응형 사회부 기자 ▽박종민 김윤이 최미송(이상 사회부) 기자vaccine.donga.com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2022-07-04 03:00
[단독]“백신 사망 인과성 인정을”… “질병청 지침에 없어 불가”“표에 나온 증상만 갖고 (인과성이) 있다, 없다 판단할 거면 전문가 모셔놓고 회의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2022년 5월 17일, 역학조사관) “(사망 이유를) 모르면 (인과성 없다고) 결정하지 말고, (유족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게 우선입니다.”(2021년 12월 28일, 피해보상전문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의 인과성 및 피해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질병관리청 산하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및 피해보상전문위원회 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다. 역학조사관과 전문위원이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렵다’며 백신 접종과 사망의 인과성을 인정하라고 촉구했지만 2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질병청은 지난해 2월 백신 접종 시작 이후 피해조사반과 피해보상위를 통해 보상 신청된 이상반응의 백신 인과성 여부를 결정했다.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유족 등의 요청이 이어졌지만 “회의록을 안 만든다”며 번번이 거절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지난해 9월 16일∼올해 6월 10일 9개월간 열린 두 회의의 녹취 파일을 입수했다. 47시간 42분 분량이다. 처음 공개되는 회의 내용에는 “접종 부작용을 책임지겠다”던 정부의 호언장담과 다른 실상이 드러나 있었다. 논의된 이상반응 사례 783건 가운데 질병청 지침을 넘어선 결론이 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일부 전문가는 인과성 인정을 집요하게 요청했지만 ‘질병청 지침에 없다’는 한마디로 일축됐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동아일보에 “이상반응 지침은 최신 국제 사례를 반영하는 가장 과학적인 자료”라는 입장을 밝혔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상반응이 신고된 사망자 2236명 중 6명만 인과성이 인정됐다. 지금까지 이상반응 신고는 47만1775건이었으며 보상 신청 7만8462건(심의 완료 5만4795건) 중 1만8548건이 보상을 받았다. 심의 완료 건 중 약 80%는 30만 원 미만 소액 진료비 보상이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응형 사회부 기자 ▽박종민 김윤이 최미송(이상 사회부) 기자vaccine.donga.com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2022-07-04 03:00
[단독]백신 이상반응 심의, 전문가 의견 거부… 건당 2분48초 그쳐올 5월 17일 질병관리청 산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난 이유빈 씨(당시 23세)의 사망과 접종의 인과성 인정 여부를 두고 격앙된 대화가 이어졌다. 지역 역학조사관(전문의)은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며 인과성 인정을 거듭 주장했지만 피해조사반장(의대 교수)은 “(질병청) 기준을 벗어난다. 나는 (기준을 바꿀) 권한이 없다”며 거부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및 피해보상전문위원회(피해보상위) 회의 녹취에선 이 같은 장면이 여러 번 반복됐다. 전문가들이 인과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다양한 근거를 제시했지만 질병청 지침에 없는 경우 전부 거부됐다. 취재팀은 두 달에 걸쳐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겪은 환자 및 사망자 유가족 158명을 대면과 전화통화, 서면으로 만났다. 이들이 시급한 과제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인과성 심의 회의록 공개’(49명·31%)였다.○ 질병청 지침에만 의존한 인과성 평가이 씨는 모더나 백신 접종 11일 만인 지난해 8월 7일 혈전증으로 인한 뇌경색으로 사망했다. 이 씨를 담당한 종합병원 의사는 ‘백신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질병청에 이상반응 신고를 했다. 지자체 역학조사 결과 이 씨에겐 기저질환이 없었다. 혈액검사에서 나타난 사인은 ‘재난적 항인지질 증후군’이란 희귀 질환이었다. 이 병의 발병 인자로는 백신 접종과 C형 간염, 흡연 등 10여 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학조사관에 따르면 이 씨는 백신 접종 외에 다른 발병 인자에 노출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질병청 이상반응 목록엔 이 병이 없었다. 역학조사관은 회의에서 “해외 논문 가운데 백신 접종 후 ‘재난적 항인지질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 씨 죽음에) 백신 이외에 원인이 뭐가 있겠나”라고 물었지만 피해조사반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이 씨의 아버지 이남훈 씨(54)는 “심의 내용을 공개해 달라”며 질병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질병청 관계자는 “회의록은 없고, (요약된) 결과록만 있다”고 답했다.○ “전문위원들은 거수기 노릇”피해조사반과 피해보상위에는 전문가 다수가 참여했지만 전문성에 기반한 실질적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8일 피해보상위에선 심근염 진단 후 사망한 박모 씨(당시 21세)에 대해 논의했다. 박 씨는 현역 군인으로 지난해 6월 7일 화이자 백신을 1차 접종했고, 6일 뒤 의식이 없는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추정 사인은 심근염. 지난해 7월 접종과 사망의 인과성이 인정됐지만 올 1월 회의에선 ‘인과성 없음’으로 결론이 뒤집혔다. 의대 교수인 전문위원이 반론을 제기했지만 위원장은 직권으로 ‘인과성 근거 불충분’ 결론을 내렸다. 한 위원은 그 자리에서 피해조사반 구성원 일부가 피해보상위에도 포함돼 있다는 걸 거론하면서 “위원들은 거수기 노릇만 하는 꼴”이라며 반발했다. 현재 피해보상위원장이 피해조사반장을 겸임한다. 하지만 올 3월 백신안전성위원회는 환자 1500여 명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심근염을 백신 접종 이상반응으로 인정했다. 피해보상전문위원은 “심근염의 경우 초기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인과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피해보상위는 질병청 지침에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통계적 연구가 쉽지 않은 희소 질환의 경우 표본 수가 적은 탓에 인과성 인정은 극히 어렵다.○ 대법원 “인과성 입증 기준 완화할 필요”피해보상위의 ‘인과성 없음’ 결정 논리는 대법원 판례와도 배치된다. 대법원은 2014년 소아마비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장애에 대해 국가가 보상하라며 “예방접종 피해 보상은 예방접종의 사회적 유용성에 동참해 특별한 희생을 한 데 대한 보상”인 만큼 인과성 입증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0년 넘게 피해보상위원으로 활동한 신현호 변호사는 “의학적으로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아니더라도 접종과 이상반응 사이에 시간적 개연성이 있고, 백신 외 이상반응을 설명할 다른 이유가 없다면 적극적으로 보상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기준에 따르면 피해보상위에서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한 이들 상당수가 보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1건당 평균 논의시간 2분 48초현행 인과성 심의 체계는 예방접종 피해보상 제도가 도입된 옛 전염병예방법(1995년 1월 시행)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같은 초유의 팬데믹을 담당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초기부터 나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10여 명으로 구성된 피해보상위가 심의한 사례 수는 지난달까지 4만3000여 건에 달한다. 하루 1000건 이상 검토된 날도 있었다. 본보가 입수한 26차례의 회의 녹취에서 구두 논의 사례 783건을 심의하는 데 걸린 시간은 건당 평균 2분 48초였다. 구두로 논의되지 않은 나머지 이상반응 신고 수만 건은 서면으로 검토를 마쳤다. 한 피해보상전문위원은 “중요하고 논쟁적인 사례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팀장 조응형 사회부 기자 ▽박종민 김윤이 최미송(이상 사회부) 기자vaccine.donga.com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2022-07-04 03:00
레미콘운송노조 파업… 노동계 하투 본격화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1일 파업에 돌입하면서 보름 만에 수도권 레미콘 공장이 또다시 멈춰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파업을 종료한 지 보름 만이다. 민노총은 2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노동계의 하투(夏鬪)가 본격화되고 있다. 레미콘운송노조는 1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물가 인상을 반영한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레미콘운송노조에는 수도권 레미콘 차주 95%가량(8500여 명)이 가입돼 있다. 노조는 주말 사이 사측과 타협하지 못할 경우 다음 주 총파업(운송거부)을 이어간다. 민노총은 2일 서울 도심에서 전국 6만 조합원이 집결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총연맹 차원에서 처음 주도하는 대규모 집회다. 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도 이달 중순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레미콘 파업, 수도권 하루 300억 피해” 수도권 레미콘공장 95% 가동 멈춰아파트 신축현장 등 공사중단 속출… 업계 “원자재값 상승 겹쳐 초비상”민노총도 오늘 서울서 6만명 집회… 법원, 세종대로~삼각지 행진 허용 1일 서울 노원구 1200채 규모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은 마지막 남은 1개 동 타설 작업을 남겨두고 공사가 멈췄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나흘간 골조 공사를 못했는데 레미콘 공급을 못 받아 또다시 공사가 중단된 것. 현장 관계자는 “장마철에는 레미콘 타설을 할 수 있는 날이 드물어 맑은 날 공정을 해야 하는데 하루를 날렸다”며 “연이은 파업 때문에 공사 기간을 못 맞출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레미콘운송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이날 수도권 레미콘 공장은 대부분 가동을 멈췄고 건설현장으로도 피해가 이어졌다. 임금 단체협상이 몰린 하절기 노동계의 연이은 집단행동이 예고돼 있어 산업계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 연속 파업에 직격탄 맞은 레미콘-건설업계1일 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이날 파업으로 인한 수도권 공장 중단율은 95%에 달했다. 레미콘은 제품 특성상 생산 즉시 출하해 믹서트럭으로 운송하지 못하면 생산 중단이 불가피하다. 규모가 큰 유진기업(17개), 삼표산업(15개), 아주산업(7개) 등 중견업체들도 공장 가동을 멈췄다. 레미콘 제조사들은 이번 운송 중단으로 수도권에서만 하루 300억 원의 매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화물연대 파업 당시 업계 전체 매출이 2500억∼3000억 원 피해를 봤다”며 “원자재값 인상, 단가 협상 지연 등에 파업까지 겹치면서 중소 공장들은 폐업 직전까지 몰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비상이다. 콘크리트 타설이 필요한 골조 공사 현장이 올스톱됐다. 한 철근콘크리트 업체는 운송차량을 구하지 못해 인천 700채 규모 아파트 신축 현장 등 수도권에서만 6곳의 타설 공사 작업을 중단시켰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인건비와 자재값이 올라 수익성이 떨어졌는데 파업까지 겹쳐 적자가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레미콘운송노조는 1회당 운송료(5만6000원) 26% 인상(7만1000원)과 근로시간 면제수당, 단체협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제조사는 운송료 단계적 인상에는 수긍하면서도 이들을 노조로 인정하는 빌미가 될 수 있는 다른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제조사들은 운송사업자들을 지입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일 뿐이라며 노조로 보지 않고 있다. 양측은 주말까지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 민노총 2일 도심서 대규모 집회노동계 하투(夏鬪)도 주말 사이 본격화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2일 오후 서울광장, 세종대로, 을지로, 청계천 등 서울 도심에서 조합원 약 6만 명이 모이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경찰은 이날 집회와 행진으로 서울 도심권 일대 교통 불편이 예상됨에 따라 교통경찰 500여 명을 투입하고 안내 입간판 50개를 설치하는 등 교통관리를 실시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된 집회는 최대한 보장하겠지만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해산 절차를 진행하고, 집행부에 대해선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2일 예정된 집회와 행진에 대해 금지를 통고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 결정에 따라 민노총은 2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본집회를 진행한 뒤 오후 4시∼6시 반 서울역 교차로와 숙대입구 사거리, 남영사거리를 거쳐 용산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파출소까지 3만 명 이내의 규모로 행진할 수 있게 됐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2022-07-02 03:00
과외 멘토링-미술치료…‘게임 중독’ 명준이가 달라졌어요“상대 캐릭터에게 제대로 (게임) 기술을 못 쓰면 키보드를 막 부수고 싶었어요….” 조손 가정에서 자라는 중학교 1학년 명준이(가명·13)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심각한 게임 중독에 빠졌다. 심할 때는 하루 10시간씩 새벽까지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곤 했다. 4월 28일 서울 양천구의 집에서 만난 명준이는 “격투 게임에서 지면 너무 화가 나 조절이 안 됐다”고 했다. 코로나19 기간 학교는 문을 제대로 안 열고, 구청의 돌봄 프로그램도 멈추면서 명준이는 집에 있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 돌봄 공백 속에 할 일이 없다 보니 게임에 중독된 것. 사회적 활동이 줄면서 경증이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도 심해졌다. 그러나 요즘 명준이의 일상은 게임 대신 할머니와의 산책, 복지관에서 하는 공부, 미술 치료와 심리 상담 등으로 채워지고 있다. 명준이는 “더 이상 집에서 폐인처럼 게임만 하지는 않을 것이란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변화는 지역 청소년지원센터와 민간 어린이재단 등이 명준이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기에 가능했다. 전문가들은 행동과 정서 발달, 건강, 학습 등에서 뒤처졌던 취약계층 아이들을 ‘코로나19의 늪’에서 끌어내기 위한 ‘골든타임’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직후인 지금이라고 입을 모은다.과외 멘토링 받고 미술치료… 게임만 하던 명준이 “이젠 달라질것” 코로나로 외부활동과 단절 하루 6시간씩 게임에 매달려… 수업 집중 못하고 ADHD 악화민간 재단-복지기관 지원 받고, 스스로 예전 일상으로 복귀“이젠 공부 시간 기다려져요” “선생님이 (온라인) 수업을 빨리 안 끝내 주면 화가 나 막 소리 지르고 싶었어요.” 명준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던 2년 전부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이 심해졌다. 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는 명준이에게 선생님은 자주 주의를 줬다. 걱정이 된 할머니는 올 초 명준이를 병원에 데려가 정신과 상담을 받게 했다. 병원에선 “집중력은 낮아지고 분노 조절 능력은 약화돼 ADHD 증세가 악화됐다”고 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였다. 학교가 자주 문을 닫다 보니 친구들을 제대로 사귀기 어려웠다. 명준이가 좋아하던 지역청소년지원센터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내내 운영을 중단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명준이는 센터에서 친구들과 공부를 하거나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1박 2일로 시골에 놀러 가 감자를 캐기도 했다.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아했다. 외부 활동을 줄이고 주로 집에 있던 명준이의 일상을 게임이 파고들었다. 전에는 거의 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매일 6시간 넘게 게임에 매달렸다. 할머니가 “게임 좀 그만하라”고 하면 “방문 닫으라”며 소리를 지르거나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으면 키보드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밥도 거르기 일쑤였다. 할머니가 차린 밥상에는 손도 대지 않고, 과자와 빵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오전 1시까지 게임을 했다. 체력도 떨어졌다. 정해진 시간에 할 수 있는 ‘제자리 왕복 달리기’ 횟수가 3분의 1로 줄었다.○ 도움받으며 달라진 일상하지만 명준이의 일상은 최근 민간 재단과 지역 복지기관 개입 덕에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올 4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와 함께 각종 대면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해지자 본격적으로 명준이네를 돕겠다고 나섰다. 재단은 조손가정으로 서울시가정위탁지원센터에 등록돼 있던 명준이네의 사정을 파악하고 있었다. 요즘 학교 수업이 끝나면 명준이는 어린이재단이 지원하는 수학 영어 ‘일대일 과외 멘토링’을 받는다. 공부에 조금씩 다시 흥미를 붙여 나가고 있는 명준이는 “대학생 선생님과 공부하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휴관했던 지역 청소년지원센터도 올 초 운영을 재개했다면서 “어서 오라”고 손짓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명준이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청소년센터에서 주 3회 하는 미술 치료 시간이다. 명준이를 담당하는 치료 상담 선생님 역시 “명준이가 그림 그릴 때 집중력을 잃지 않고 차분해지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명준이는 지역 내 복지관 등에서 하는 놀이치료, 현장학습 등 각종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기상 시간도 빨라졌다. 코로나19 기간 오전 9시에 느지막이 일어나 간신히 온라인 수업에 참여했던 명준이는 요즘 오전 7시면 눈을 뜬다. 전날 늦게까지 게임을 하지 않은 덕이다. 하루 컴퓨터 사용 시간은 2시간 이내로 지키고 있다. 명준이는 “폐인처럼 게임만 했던 시절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매일 노력 중”이라고 했다. 가족들은 “다시 살가웠던 예전의 명준이 모습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자주 다퉜던 명준이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요즘 할머니에게 ‘다이어트’를 핑계로 뒷산 산책을 함께 가자고 조르곤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시절 친했던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내 주말에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다. 명준이는 설레는 표정으로 “친구들과 만나 건담 프라모델을 파는 가게를 구경하러 갈 것”이라고 했다.○ “뒤처진 아이들, 전폭적 지원 해야”하지만 전문가들은 “명준이는 특별한 경우”라고 입을 모은다. 명준이처럼 민간 복지재단과 지자체 사회복지 시스템에 포착돼 도움을 받으며 코로나19로 입은 상처에서 회복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로 신체 및 정신 건강이 악화되고 학력 수준이 떨어진 아이들을 대규모로 지원하기 위한 특단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학교나 지역 복지관 등이 정상 운영되기 시작했지만 제대로 된 치료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이 아이들을 조기에 발견해서 ‘코로나의 늪’에서 빠져나오도록 하는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2022-06-09 03:00
정부 지원 ‘드림스타트’, 건강검진-아이돌봄도 가능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신체와 정신건강이 악화되거나 학력수준이 떨어진 아이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은 찾아보면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맞춤형 통합 서비스인 ‘드림스타트’는 경제적 도움과 함께 건강검진, 멘토링, 아이돌봄 서비스 등을 종합 지원한다. 만 12세 이하 빈곤 가정 어린이를 대상으로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지원하고 있다. 각 지역 센터 정보는 드림스타트 홈페이지(www.dreamstart.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 블루(우울감)’를 경험하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교육부가 올 1월부터 벌이는 ‘코로나 우울 심리회복 지원’ 사업은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초중고 학생 또는 보호자가 소속 학교장에게 신청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비를 총 300만 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긴급생계비 등 현금 지원과 돌봄, 학습, 의료 지원 프로그램 등을 포괄 지원하는 ‘코로나19 회복지원사업’(가칭)을 올해 하반기에 시작할 계획이다. 이재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 팀장은 “코로나19 시기 급격히 가정형편이 나빠진 가정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을 수 있다”라며 “각 지역 주민센터, 복지관 등과 연계해 지원이 필요한 아동을 찾아낼 계획”이라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2022-06-09 03:00
생활고에 극단 택한 아빠… 방안에 갇혀버린 중1 민준이“집에 오면 방에 들어가 문 닫고 안 나와요. 아빠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 부산에 사는 중학교 1학년 민준이(가명·13)는 몇 달 전부터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외출도 하지 않고 방 안에만 틀어박혀 시간을 보낸다. 저녁부터 밤까지 말도 없이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는 민준이가 할머니의 가장 큰 걱정이다. 원래 티 없이 밝은 아이였다. 민준이가 다섯 살 때 이혼한 아버지는 “엄마 없는 티가 안 나게 하겠다”며 민준이 민지(가명·11) 남매를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사무용 의자 조립 일로 바쁜 와중에도 남매의 아침·저녁상을 정성스레 차리는 건 물론이고, 아침마다 머리를 빗겨 주던 다정한 아버지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세 식구를 사정없이 할퀴었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사무실 가구 수요가 급감하면서 민준이 아버지는 일감이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생활고와 스트레스를 견디며 버텼지만 끝내 우울증이 왔다. 결국 올 1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2년 넘게 지속된 팬데믹의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부모가 이혼하거나 사망하는 등 가정 해체를 경험한 아동·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최근 코로나19가 다소 진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아이들의 마음에 남은 상처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아빠와의 추억 담긴 고양이에 집착… 부모 이혼 충격에 발달 늦어져 〈중〉 남겨진 아이들 코로나 타격에 아빠 극단 선택뒤 첫째, 말수 줄고 친구와도 안 어울려둘째는 “아빠 보고싶어” 불면증, 지자체 무료상담으론 치료 역부족‘이혼 가정’ 태현이 언어발달 느려져 병원 가면 ‘충격 받은 일 있나’ 물어“정서적 격차, 학업 격차보다 심각… 지속적 지원으로 해결책 찾아야” “정말 의좋은 남매였는데, 얼마 전 동생 민지가 오빠한테 주먹질하며 대들더라고요. 그런 모습은 처음 봤어요.” 민준이와 민지 남매의 고모는 지난달 1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이들이 예전 같지 않다”고 걱정했다. 민준이네 집에 자주 들러 살피는데, 오빠 민준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친구들과도 거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밥 먹어라”고 재촉해도 끼니를 거르기 일쑤라고 했다. 민지는 아버지가 없어진 후 유난히 컴퓨터 게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게임을 줄이라고 하면 불같이 화를 낸다. 얼마 전에는 “꿈에 아빠가 나와 같이 밥도 먹고 좋았는데, 중간에 깨서 엄청 울었다”고 했다. 밤마다 옆에서 재워주던 사람이 없어진 탓인지 불면증도 생겼고, 자다 깨는 일도 잦아졌다. 급기야 민준이는 4월 학교에서 받은 학생정서행동검사에서 ‘관심군’으로 분류됐다. 우울이나 불안, 심리적 부담을 또래보다 훨씬 많이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깊어지는 정서적 빈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동·청소년들의 우울감이 증가한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10대 공황장애, 우울증 진료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진료 받은 청소년은 각각 1039명, 9297명이었지만 지난해는 1559명, 1만32명으로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의 ‘2021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도 청소년의 우울감 경험률이 2020년 25.2%에서 지난해 26.8%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취약계층일 거라고 추정한다. 이재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 팀장은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어 붕괴한 취약계층 가정이 많은데 아동들은 그 속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혼자 견뎌야 했다”라며 “무력감과 우울감에 빠지며 정신건강이 크게 나빠진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부모의 부재로 심리적 타격을 입은 경우 경제적으로도 취약해져 마음의 상처를 돌볼 여유가 없는 사례가 적지 않다. 민준이 남매는 아빠의 죽음 이후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둘이 합쳐 매달 정부 지원금 80만 원 정도가 나오지만 부족하다. 민준이의 할머니는 본인도 디스크가 심한 상태로 치매를 앓는 할아버지까지 돌보는 처지다. 남매의 고모는 아이들의 정신과 상담을 고민해봤지만 진료비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여러모로 알아본 끝에 대학생이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무료 심리상담 프로그램에 월 1회 남매를 보내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고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빠가 있었을 때는 조잘조잘 말도 잘하는, 순하고 착한 아이들이었는데 성격이 완전히 바뀐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민준이네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는 “킥보드처럼 갖고 싶은 것이 있을 때마다 조를 아빠가 없다는 걸 실감하면서 의기소침해지는 모습”이라며 “학원을 끊고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자 자존감이 낮아지면서 더 우울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남매는 요즘 키우고 있는 고양이에 대한 집착이 늘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함께 길에서 주워온 고양이다. “사료 값이 적잖게 드니, 내보내는 게 어떨까” 하는 고모의 제안에 남매는 펄쩍 뛰며 반대했다.○ 정서적 격차, 쉽게 회복 어려워코로나19가 부모의 이혼으로 이어지면서 정서적 충격을 받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도움을 받아 만난 이유미(가명·25) 씨는 지난해 여름 남편과 이혼했다. PC방에서 점장으로 일하던 남편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하던 PC방이 문을 닫아 실직자가 됐다. 생계가 어려워지자 부부간 다툼이 잦아졌다. 아들 태현이(가명·6)는 원룸에서 부부의 다툼을 지켜봤다. 이 씨는 이혼 뒤 태현이가 유난히 엄마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울음이 많아져 걱정이라고 했다. 이 씨는 지난달 12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병원에 가 상담하니 ‘아이에게 충격받을 만한 일이 있었느냐’고 묻더라”며 “부모의 다툼과 이혼이 아이의 정서 및 언어 발달에 나쁜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시기 아이들이 겪은 심리적 상처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아이들이 부모의 부재로 정서적 고립을 겪을 경우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자해 및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경우도 생긴다”며 “학습 결손으로 인한 학력 격차는 차츰 완화될 수 있지만, 정신건강은 한 번 타격을 입으면 훨씬 느리게 회복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아동 청소년 시기 생겨난 정서적 결핍은 무의식에 깊게 남을 가능성이 커 더욱 위험하다”며 “아동 정신건강은 한두 번의 상담으로 쉽게 나아지는 것이 아닌 만큼 지속적인 지원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2022-06-08 03:00
韓, 정신건강 고위험 1~2% 학생만 상담…英선 담임이 주 1회 학생들과 전화 대화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한 아동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제대로 살피기 위해서는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3월부터 진행 중인 ‘정신건강 전문가 학교방문 지원사업’을 통해 전문가의 학생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파견되는 전문가 수가 많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인력이 많지 않아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1∼2%의 학생 위주로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3년마다 실시되는 정서행동특성검사를 통해 정신건강 고위험군 학생이 드러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평소 학생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교사들이 이상 징후를 가장 잘 포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영국 맨체스터의 하이어레인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코로나 블루(우울감)’를 예방하기 위해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주 1회 이상 전화를 걸어 상담을 하도록 해 효과를 보기도 했다. 신윤미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감정을 스스로 표현하기 어려운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기를 꺼리는 청소년 등은 표면적 검사로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며 “지각·조퇴가 잦거나 갑자기 식욕이 떨어지는 등 일상의 신호를 적시에 포착해 상담을 실시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2022-06-08 03:00
발달장애 치료 못 받아 말을 잃은 여섯살 막내강정서(가명·6) 양은 2년 만에 ‘엄마’라는 단어를 잊었다. 발달 장애를 갖고 태어난 정서는 언어 치료를 꾸준히 받은 덕분에 간단한 단어는 말할 수 있게 됐다. 홀로 삼남매를 키우는 박지희(가명) 씨는 막내 정서가 처음 ‘엄마’라고 불렀던 3년 전 그날을 잊지 못한다. 갈수록 나아지리라는 희망도 가졌다. “어, 어, 어….” 그러나 기자가 지난달 17일 강원 원주시 박 씨 집에서 만난 정서가 할 줄 아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정서의 언어 능력을 퇴행시킨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였다. 박 씨는 4년 전 남편과 헤어진 후 단체 모임 전문 도시락 가게를 열었다. 일은 고됐지만 네 식구의 생계를 꾸릴 수 있었다. 가게가 자리를 잡을 무렵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행사가 사라지고 단체 주문이 끊기면서 매출이 10분의 1로 곤두박질쳤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월 100만 원 넘게 내며 매일 받던 정서의 특수치료를 박 씨는 주 3회로 줄였다. 설상가상으로 정서가 다니는 특수유치원은 방역 때문에 자주 문을 닫았다. 코로나19는 또래들이 말하는 걸 보고 들을 기회마저 정서에게서 앗아갔다. 코로나19의 타격은 정서의 오빠들에게도 미쳤다. 다니던 학원을 끊었는데 온라인 수업을 들을 기기조차 마땅치 않았던 첫째 정현이(가명·15)는 성적이 크게 떨어졌다. 학교 급식 대신 집에서 라면 등 인스턴트 음식으로 혼자 끼니를 때우던 정태(가명·13)는 체중이 20kg이나 늘어 비만이 됐다. 코로나19는 취약계층 아동의 발달과 학습, 건강 등에 깊은 상흔을 남기며 사회적 격차를 벌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녀와 사는 기초생활수급자는 2019년 4월 34만2000가구에서 올 4월 41만5000가구로 7만 가구 이상 늘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와 함께 코로나19로 자녀와 사는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지 두 달이 돼 가지만 여전히 늪과 같은 ‘사회적 롱코비드(Long COVID)’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빈곤층 아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급식 끊겨 라면 혼밥에 20kg 찌고… 줌 수업용 PC 못사 성적 뚝 막내, 유치원서 말 배울 기회 놓치고 둘째는 인스턴트 끼니 때우다 ‘비만’큰아들, 학원 못가 수학 60점→20점… 3남매 발달-건강-학습 ‘코로나 직격’“코로나 시기 격차, 평생 갈 가능성… 아이들에 기회 제공 긴급 지원을” 정서는 요즘 집에만 오면 엄마에게 휴대전화를 달라고 조른다. 유튜브로 ‘키즈카페 영상’을 보기 위해서다. TV도 매일 2시간가량 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보다 두 배로 늘어난 것. 코로나19 기간 특수유치원이 절반은 문을 닫으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던 정서에게 새로 생긴 습관이다. 엄마 박 씨는 “비용 때문에 좋아하는 키즈카페에 자주 못 가는데, 영상으로라도 많이 보겠다는 게 안쓰러워 휴대전화 영상 보는 시간을 못 줄이고 있다”며 말을 흐렸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도움을 받아 만난 정서네 가족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구성원 4명 모두가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학원 끊고, 컴퓨터 1대로 2명이 온라인 수업“여유 있는 집들은 코로나 기간에 사교육을 많이 시켰다던데 우리 집은 학원 보낼 형편이 안 되니까….” 박 씨는 중학교 3학년인 첫째 아들 정현이 얘기를 꺼내며 한숨부터 쉬었다. 2년 전에는 60점대였던 수학 성적이 이번 중간고사에서 20점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초기 학교에선 “온라인 수업도 대면 수업이랑 똑같으니 걱정 말라”고 박 씨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온라인 수업은 칠판도 잘 안 보였고, 수업 중 모르는 것이 나와도 물어보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또래들은 학원과 과외 등 사교육으로 공백을 채웠지만 정현이는 오히려 학원을 그만둬야 했다. 동생 정태도 같은 시간 ‘줌(Zoom)’으로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했지만 집에 컴퓨터는 한 대뿐이었다. 정태가 컴퓨터로 수업을 들으면 정현이는 휴대전화로 들어야 했다. 박 씨가 뒤늦게 무리해 25만 원짜리 중고 컴퓨터를 구입했지만 정현이는 한번 놓친 수업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저소득층 가정 아동의 학습 부진 심화는 정서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의 2021년 조사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빈곤층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학력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취약가정 아동은 10명 중 1명꼴로 디지털 학습기기가 아예 없었고, 3명은 가족의 기기를 썼다. 응답자들은 성적 하락의 원인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수업 시행’(55.8%)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박 씨는 정현이가 ‘레고 디자이너’의 꿈까지 포기했다며 가슴을 쳤다. “정현이가 어느 날 ‘엄마, 미술학원 안 다녀도 돼’라고 하더라고요. 돈이 안 드는 진로를 택하겠다며….”○ 급식 대신 라면 ‘혼밥’에 비만 돼중학교 1학년인 둘째 정태는 건강이 문제다. 키는 157cm로 또래 평균 정도인데, 체중은 72kg이어서 중증 비만에 가깝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년 전에는 키 152cm에 체중 52kg으로 보통이었다. 그러나 키가 5cm 자라는 동안 체중은 20kg이나 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중지가 문제였다. 출근하는 박 씨를 대신해 끼니를 챙겨줄 사람이 없었다. 학교에서 영양 균형이 잡힌 급식을 먹던 정태는 집에서 홀로 라면 등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게 됐다.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던 집 근처 놀이터까지 코로나19 이후 폐쇄돼 뛰어놀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집에만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정태의 체중은 순식간에 불어났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초중고교생 32.1%가 과체중이나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26.7%)보다 5.4%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의 돌봄을 충분히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 아동들은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영양 불균형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학교가 문을 닫는 사이 생긴 보호자의 돌봄 공백은 신체에 상흔으로 남았다. 정태는 지난해 허벅지에 손바닥만 한 붉은 흉터가 생겼다. 박 씨가 일하러 나간 사이 혼자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려다 뜨거운 국물을 엎지르면서 3도 화상을 입어 두 번 수술을 했다. 박 씨는 “몸이 아픈 막내를 돌보느라, 병원에 있는 둘째에게 잘 가보지도 못했다”며 울먹였다.○ “학령기 격차가 평생 격차로”생활고에 지쳐 가던 박 씨는 올 4월 ‘선양낭포암’이라는 희귀암 진단까지 받았다. 침샘에 암세포가 퍼져 있다는 박 씨는 기자와 간단한 대화를 하면서도 숨이 차는지 마스크를 몇 번이나 들췄다. 고대하던 대로 사회적 거리 두기는 해제됐지만 정작 건강 문제로 가게 문을 닫은 상태다. 박 씨는 코로나19 기간 발달이 지연되고, 공부에서 뒤처지고, 건강에 문제가 생기며 발생한 격차가 평생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박 씨는 “다른 사람들은 이제 코로나19가 끝나간다고 좋아하는데, 우리 애들은 앞으로도 더 안 좋아질 일만 남은 것 같다”며 “첫째와 둘째에게 엄마가 잘못되면 막내는 너희들이 책임지려 애쓰지 말고 나라에 맡기라고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생긴 격차가 성인이 된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기에 격차를 좁히기 위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성장기의 문제들은 단계적으로 발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재 결핍된 부분이 다음 성장 단계에서 다시 발목을 잡을 소지가 크다”며 “코로나19 기간 취약계층 아동들이 겪은 피해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으면 사회적 지위 등 전 생애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원주=최미송 기자 cms@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2022-06-07 03:00
빈곤 가정 아동 행복감 점수 7.17→6.69… 코로나 이후 非빈곤층과의 격차 더 커져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아동과 청소년이 느끼는 행복감 수준이 하락한 가운데 빈곤층 아동의 경우 행복감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조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주관적 행복감’ 점수는 2017년 7.22점에서 2021년 6.85점으로 하락했다. 이 점수는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어제 어느 정도 행복했다고 생각합니까?”라는 물음에 10점 만점 척도로 답변한 것으로 연도별로 571∼221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서 빈곤층 가정(중위소득의 50% 미만)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 점수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7년 7.17점이었으나 2021년 6.69점으로 0.48점 떨어졌다. 같은 기간 빈곤층이 아닌 가정 아동의 점수는 7.27점에서 6.91점으로 0.36점 떨어졌다. 두 집단의 행복감 격차는 2017년 0.1점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1년 0.22점으로 벌어졌다. 조사를 진행한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非)빈곤층 아동은 일상 회복이 이뤄지면 행복감이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빈곤층 아동은 경제적 여건이 회복되지 않는 한 행복감 점수가 큰 폭으로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2022-06-07 03:00
바이든 방한 찬반집회, 서울 곳곳 수십건21일 오후 9시 37분경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인근 버스정류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시야에 들어오자 20여 명의 대학생이 “바이든 방한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도로 쪽으로 접근했다. 경찰 60여 명이 이들을 에워싼 뒤 방패를 들고 앞을 막아섰다. 실랑이와 몸싸움이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머무르는 20∼22일 진보단체와 보수단체의 찬반 집회 수십 건이 서울 곳곳에서 열렸다. 경찰은 방한 기간 돌발사태에 대비해 경호와 경비 수준을 최고 등급으로 올리고 서울에만 기동대 125개 중대, 1만 명 이상을 투입했다. ○ 바이든 동선 따라 기습 시위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서울에 머문 3일 동안 동선을 따라다니며 기습 시위를 반복했다. 방한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에어포스원’ 비행기가 출발하는 경기 평택 미 공군기지에서 바이든 대통령 방한 규탄 시위를 했다. 대진연은 “미 대통령 방한은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요하고 한국을 식민지화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방한 첫날인 20일 하얏트호텔 인근 집회를 시작으로 21일 국립서울현충원, 용산 대통령 집무실, 국립중앙박물관 등 관련 일정이 있는 장소마다 나타나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20일 저녁 하얏트호텔 앞에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일부 회원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119구급대에 실려가기도 했다. 참여연대와 전국민중행동은 21일 오후 1시경부터 집무실 건너편에서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자주평화대회’를 진행했다. 당초 경찰은 집회가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라는 이유로 금지했지만, 주최 측이 금지 통고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20일 일부 인용하면서 집무실 약 50m 앞에서 열릴 수 있었다. 참석자들은 ‘종속적 한미관계 바꿔내자’ 등의 내용이 담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회원 30여 명도 21일 만찬이 진행된 국립중앙박물관 맞은편 인도에서 집회를 했다.○ 보수단체 환영 집회…용산 일대 교통 정체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환영하는 보수단체 집회도 열렸다. 방한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하얏트호텔 인근에선 자유대한호국단 회원이 성조기를 흔들며 ‘한미동맹 강화’ 등을 외쳤다. 서울시재향군인회 회원 800여 명(경찰 추산)도 21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낮 12시경부터 현충원 정문 인근에 모였다. 이들은 ‘반미 활동 즉각 중단’ ‘미국은 혈맹’ 등의 구호를 외쳤고 바이든 대통령이 탄 차량을 보며 환호했다. 이날 정상회담과 만찬이 열린 용산 일대는 경찰의 교통 통제로 교통 정체를 빚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앞은 만찬 시간인 오후 7시 반을 전후해 8차선 도로가 전면 통제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A 씨(30)는 “21일 저녁 동작대교에서 국립중앙박물관 쪽으로 이동했는데 차가 정체돼 20분가량 도로에 서 있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과 상관없는 도심 집회도 곳곳에서 열렸다.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선 22일 오후 2시 반부터 2시간 동안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간호법 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궐기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엔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약 200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집회를 위해 여의도공원 앞 7개 차로 중 3개가 통제되면서 인근에서 교통 정체가 발생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2022-05-23 03:00
‘한국인 폭행 혐의’ 美경호원, 경찰 조사받고 본국 송환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직전 입국해 한국인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미 비밀경호국(SS) 직원이 본국으로 송환됐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19일 오전 4시 20분경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정문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한국인을 폭행해 조사를 받은 미 비밀경호국 소속 30대 A 씨가 미국으로 송환된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든 대통령 경호를 위해 미리 입국해 있던 A 씨는 20일 오전 경찰 조사를 받았고, 사건 당일 함께 술을 마셨던 동료 1명과 함께 같은 날 오후 4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하기 약 1시간 반 전 미국으로 송환된 것이다. 비밀경호국 규정에 따르면 소속 직원들은 미국 국내와 해외 모두 근무 10시간 전부터는 술을 마실 수 없다. 미 CBS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당국은 해당 요원의 마약 복용 가능성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가 미국으로 돌아간 것과 상관없이 경찰은 법적 처벌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사가 완료된 상태라면 약식기소를 통해 피의자가 국내에 있는지와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하다”며 “폭행 정도가 가볍다면 기소 유예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정식 재판 없이 서류를 검토해 벌금형을 선고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다만 A 씨는 단순 폭행 혐의를 받고 있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힐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될 가능성도 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2022-05-23 03:00
‘폭행 혐의’ 美경호원 본국 송환…경찰 “국내에 없어도 처벌 가능”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직전 입국해 한국인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미 비밀경호국(SS) 직원이 본국으로 송환됐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19일 오전 4시 20분경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 정문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한국인을 폭행해 조사를 받은 미 비밀경호국 소속 30대 A 씨가 미국으로 송환된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든 대통령 경호를 위해 미리 입국해 있던 A 씨는 20일 오전 경찰 조사를 받았고, 사건 당일 함께 술을 마셨던 동료 1명과 함께 같은 날 오후 4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하기 1시간 반 전 미국으로 송환된 것이다. 비밀경호국 규정에 따르면 소속 직원들은 미국 국내와 해외 모두 근무 10시간 전부터는 술을 마실 수 없다. 미 CBS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당국은 해당 요원의 마약 복용 가능성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가 미국에 돌아간 것과 상관없이 경찰은 법적 처벌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사가 완료된 상태라면 약식기소를 통해 피의자가 국내에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하다”며 “폭행 정도가 가볍다면 기소유예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정식 재판 없이 서류를 검토해 벌금형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다만 A 씨는 단순 폭행 혐의를 받고 있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힐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될 가능성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가해자 조사를 모두 마쳤고 현장 증거도 확보했다. 혐의가 인정되면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며 “아직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진 않았다”고 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2022-05-22 20:21
“바이든 방한 반대” vs “한미동맹 강화”…서울 곳곳서 정상회담 찬반 집회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20~22일 한미 정상회담을 반대하는 집회와 환영하는 집회가 서울 곳곳에서 열렸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은 21일 밤늦게까지 바이든 대통령의 숙소였던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인근에서 사전신고를 하지 않은 채 기습 시위를 벌였다. 대진연 회원 약 20명은 이날 오후 8시 40분경 호텔 정문에서 약 80m 떨어진 버스정류장에 모여 각자 챙겨온 종이 피켓과 바이든 대통령 얼굴 사진 등을 꺼내들고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9시 37분경 만찬 행사를 마친 바이든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호텔로 진입하자 이들은 목소리를 높여 “바이든 방한 반대한다”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경찰 60여 명은 시위대를 둘러싸고 검정색 우산 5개를 넓게 펼쳐 바이든 대통령 차량 행렬과 회원들 사이를 가로 막았다. 약 5m 높이 그물망을 가로로 길게 펼쳤고, 일부 경찰은 참가자들이 손에 든 피켓을 빼앗으려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물건을 투척하는 등 돌발행동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오후 11시가 넘은 시각까지도 일부 시위대가 남아 경찰과 대치했다. 대진연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 첫날인 20일에도 하얏트 호텔을 찾아 기습 시위를 벌였고, 21일 오후 1시경엔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도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만찬이 진행된 국립중앙박물관 맞은편 인도에서 30여 명이 모여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오후 7시 15분경 바이든 대통령 차량 행렬이 국립중앙박물관 정문으로 들어서자 이들은 “NO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STOP MD(미사일방어체계)” 등 구호를 외쳤다. 평통사는 이날 오후 정상회담이 진행된 용산 대통령 집무실 맞은 편 전쟁기념관 인근에서도 회원 70여 명이 모여 방한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 이후 녹사평역까지 800m 가량을 행진한 이들은 그곳에서 사전 신고 없이 집회를 진행해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행진 이후 해산하는 일정으로 집회를 신고했는데, 예정에 없던 집회를 진행해 자진 해산을 요청하는 방송을 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환영하는 보수 단체들의 집회도 열렸다. 서울시재향군인회 회원 800여 명(경찰 추산)은 2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을 참배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낮 12시경부터 정문 인근에 모였다. 이들은 “한미동맹 강화”, “반미활동을 즉각 중단하라”, “미국은 혈맹국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 마지막날인 22일 오전에도 하얏트 인근에선 자유대한호국단 회원 3명이 성조기를 들고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21일 정상회담과 만찬이 진행된 용산 일대 도로에선 교통 통제로 인한 정체가 발생하기도 했다. 두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한 이후 만찬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일부 도로가 통제돼 정체 현상을 빚은 것. 이날 차를 몰고 용산구 인근을 지났다는 A 씨(30)는 “동작대교에서 국립중앙박물관 쪽으로 이동하던 중에 차가 정체돼 20분가량 도로에 서 있었다”며 “평소 막히던 길이 아니어서 의아했는데 정상회담 때문인 걸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2022-05-22 14:38
바이든 대통령 코 앞서 구호…서울 곳곳 방한 찬반 집회 이어져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린 21일 정상회담을 환영하는 집회와 반대하는 집회가 서울 곳곳에서 열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금 도착했다고 합니다. 집무실까지 들리게 구호를 외칩시다!”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선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집회가 잇달아 열렸다. 참여연대와 전국민중행동은 이날 오후 1시경부터 집무실 건너편 전쟁기념관 정문 앞에서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자주평화대회’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군비증강 반대한다”, “종속적인 한미관계 바꿔내자” 등 내용이 담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오후 1시 35분경 바이든 대통령이 용산 집무실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집회를 벌이던 60여 명은 집무실을 향해 구호를 외치고 부부젤라를 불었다. 한 단체 관계자는 “우리의 요구사항이 양국 정상에 닿도록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23분경 대통령 집무실에 도착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도 비슷한 시각 전쟁기념관 정문 앞에서 ‘한반도 비핵화 평화협정 체결 촉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한미연합연습 전면 중단하라”, “한미일 동맹 반대한다”, “불법사드 철거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 70여 명은 오후 3시 50분까지 집회를 벌인 뒤 녹사평역으로 850m가량 행진했다. 이날 전쟁기념관 정문 앞에서 열린 집회들은 전날 서울행정법원이 참여연대와 평통사가 경찰의 집회 금지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개최할 수 있었다. 당초 경찰은 이 단체들이 신청한 집회 구간 중 일부가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라는 이유로 금지를 통고했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환영하는 보수 단체들의 집회도 열렸다. 서울시재향군인회 회원 800여 명(경찰 추산)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을 참배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낮 12시경부터 정문 인근에 모였다. 이들은 “한미동맹 강화”, “반미활동을 즉각 중단하라”, “미국은 혈맹국이다” 등 구호를 외쳤다. 낮 12시 58분경 바이든 대통령의 차량이 현충원 정문에 들어서자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환호했다. 현충원 정문 건너편 인도에선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 10여 명이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경찰은 4~5m 높이의 그물망을 펼쳐 이들이 물건 등을 차도 쪽으로 던지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들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숙소가 있는 그랜드하얏트호텔 인근에서 기습 시위를 벌여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대치하기도 했다. 이날 경찰에 신고된 서울시내 집회는 바이든 대통령 방한 환영 및 반대 집회를 포함해 총 61건으로 1만6000여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대부분 집회가 신고된 수보다 적은 인원이 참석했고, 큰 혼란은 없었다. 경찰과 시위대 간의 물리적 충돌 등도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정상회담에 대비해 서울 전역에 기동대 125개를 포함해 1만여 명의 인원을 동원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2022-05-21 18:01
용산 대통령실 100m내 첫 시위… 정문 앞서 “최대한 천천히 행진”“대통령 집무실이 보이시나요? 여기서부터 최대한 천천히 가겠습니다.” 14일 오후 5시 반경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 도보행진 중이던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 회원 등 500여 명(주최 측 추산)은 사회자가 “새 대통령 집무실 앞을 처음 행진하는 이들이 (바로) 성소수자들”이라고 하자 멈춰 선 채 환호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주말인 이날 ‘집무실 100m 이내’에서 처음 시위대 행진이 진행됐다. 앞서 경찰은 법적으로 100m 이내 집회가 금지되는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이날 행진을 불허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이 무지개행동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11일 일부 인용해 행진이 예정대로 진행됐다. 무지개행동 등 33개 단체는 이날 오후 3시경 용산역 광장에서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기념대회’를 연 뒤 오후 4시 53분부터 이태원 광장까지 2.5km가량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 등을 들고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성소수자 인권 교육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사회자는 “1962년 집회시위법 제정 이후 시위대가 대통령 집무실 앞을 지나간 적은 없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청와대에선 집무실과 관저가 인접해 있어 100m 규정이 적용됐다. 이날 행진은 1시간 24분 걸려 “1시간 30분 내에 통과하라”는 법원의 허용 조건을 지켰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기동대 9개 중대 500여 명을 투입했다. 선글라스를 쓴 양복 차림의 경찰관들이 2m 간격으로 서서 대통령 집무실 외곽을 지켰고, 사복 차림의 경찰 정보 담당자들은 수시로 무전을 주고받았다. 시위대가 집무실 앞 10m 지점에서 잠시 멈추자 경찰 관계자들은 “빨리 지나가라고 해라” 등의 대화를 나눴다. 경찰은 21일 참여연대가 집무실 인근에서 열겠다고 신고한 집회에 대해서도 금지 통고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무지개행동 집회 본안소송 판결 전까지 다른 집회에 대해서도 집무실 100m 이내 불허 방침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집회 금지 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2022-05-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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