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行 해병대원 “軍부조리 외면하더니…DP, 폴란드까지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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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3월 28일 10시 26분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뉴스1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뉴스1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돕겠다며 탈영,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갔던 해병대원이 “부조리 같은 걸 신고해도 들은 체도 안 하던 사람들이 저 한 명 잡으러 (폴란드까지) 빨리 와 깜짝 놀랐다”고 심경을 밝혔다.

현재 폴란드에 머물고 있다는 해병 모 부대 소속 병사 A 씨는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익명 인터뷰에서 “깜짝 놀란 게 여기(폴란드)까지 해병대 수사관(DP·군무이탈 체포조)이 찾아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부대에 있을 때 부사관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기수 열외’ 조치를 당했다며 “너무 힘들어서 ‘선임이 나를 힘들게 한다’는 내용의 ‘마음의 편지’를 썼는데 부대는 경위서만 작성하게 하고 간부들이 덮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숨 쉬는 것 자체가 욕을 먹을 이유였다”며 부대 내 가혹행위도 고발했다.

진행자가 우크라이나에 가게 된 계기를 묻자 A 씨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어린이집을 폭격했다거나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했다는 뉴스를 찾아봤다”며 “한국 법을 어기더라도 일단 가서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A 씨는 “외교부 쪽에서 대사관한테 (우크라이나 입국을) 막아달라고 요청을 했나 보더라. 저는 그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귀국할 시간에 한시라도 빨리 들어가야 하기에 (대사관 직원들의 설득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폴란드까지 자신을 찾으러 온 DP와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는 A 씨는 “이들이 협박 아닌 협박, 달래주는 척하면서 협박을 했다”면서 “(돌아가더라도) 자진 귀국할 것이고 제가 선택하는 것에 따라서 제가 책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역 신분으로 신변에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듣기는 들었다”면서도 “포로로 잡힐 바에는 그냥 자폭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A 씨는 자신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걱정해주셔서 감사하고 저는 저 자신을 잘 지키는 사람이니까 너무 걱정 안 해 주셔도 될 것 같다”고 전했다.

A 씨는 휴가 중이던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폴란드 바르샤바로 출국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로 입국을 시도하던 중 우크라이나 측 국경검문소에서 입국이 거부된 뒤 폴란드 측 국경검문소에서 머물렀다. 그러나 현지시간으로 23일 새벽 A 씨는 폴란드 국경수비대 건물을 떠났고,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군과 외교당국은 현재 A 씨의 행방을 추적하는 한편 귀국을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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