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개공, 이사회 “민간 부당이익” 우려에 “市 확정이익 중요” 강행

김호경 기자 , 장관석 기자 입력 2021-10-15 03:00수정 2021-10-1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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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의혹]
대장동 ‘사업협약-주주협약-정관’ 분석
“사업협약 대외비” 이사회 당일 공개
주주협약-정관 이사회 없이 서면 의결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생기는 초과이익을 민간 사업자가 챙기도록 사업 구조를 짠 핵심 문서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이사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치지 않고 통과된 것으로 밝혀졌다.

성남도개공은 ‘대외비’라는 이유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배당금과 분양수익을 챙길 수 있는 근거가 담긴 사업협약을 이사회 당일 공개해 의결했다. 주주협약과 정관은 아예 서면 보고로 갈음했다. 사업비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전 검토 없이 이사회 당일 사업협약 의결
동아일보 취재팀은 14일 민간 사업자 공모 결과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된 2015년 3월 이후 사업 구조가 확정된 2015년 6월까지 성남도개공, 성남시, 성남의뜰 등이 주고받은 문건을 입수해 분석했다.

하나은행 등 금융회사 및 성남도개공이 공동 설립한 ‘성남의뜰’과 성남도개공이 2015년 6월 체결한 사업협약은 민간 사업자와 공공의 역할과 책임, 지분, 이익 배분 방식 등이 담겨 있는 핵심 문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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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자체는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와 유사하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다는 게 다르다.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화천대유와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가 배당금은 물론이고 공동주택 용지 5개 필지를 직접 시행해 분양수익을 챙긴 근거가 모두 사업협약에 들어 있다.

성남도개공 정관에는 사업협약을 체결하려면 공사의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2015년 5월 29일 이사회에서 사업협약 관련 안건이 상정됐다. 하지만 성남도개공은 대외비라는 이유로 사업협약을 이사회 자리에서 처음 공개했다. 심지어 사업협약에 대한 법률 자문 내용은 아예 빠진 상태였다. 애초부터 심도 있는 논의가 불가능했던 셈이다.

이사들은 “이 자리에서 검토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충분히 판단할 수 있게 배려가 됐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의장 A 씨도 “수천억 원이 왔다 갔다 하는데 이 서류 하나 가지고 이렇게 한다면 이사회 존재 이유가 없지 않느냐. 민간 사업자에게 부당한 이익이 돌아가는 게 아니냐”고도 했다. 하지만 김문기 성남도개공 개발사업1팀장은 “중요한 건 (성남시의) 확정 이익”이라고 답했다.

이사들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중요한 사업이 지연되고 있어 신속한 의결이 필요하다는 성남도개공 측 요청을 받아들여 원안대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 수익에 직접 영향 주는 주주협약은 서면 처리

사업협약을 토대로 작성된 주주협약과 정관은 공사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이사회 개최 없이 서면 의결로만 처리됐다. 주주협약과 정관에는 기존 사업협약 내용에 더해 주주 간 의사결정 방식과 권한이 담겨 있다.

문제는 지분 50%+1주를 가진 최대주주인 성남도개공은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반면, 지분 1%―1주인 화천대유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주주협약과 정관에 따르면 성남의뜰 이사회는 3명으로, 성남도개공과 하나은행 화천대유가 각각 1명씩 추천하도록 돼 있다. 이사 3명 중 2명은 민간 측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로 채워진 것이다. 토지 분양 방식과 분양가, 보상가, 공사 도급 계약 등 주요 사안은 모두 이사 과반 찬성으로 정하기로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은 대장동 개발 사업이 민간에 휘둘리도록 설계됐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성남도개공이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을 내세워 반박했다. 하지만 사업 이익과 직결되는 주요 사안은 주주총회가 아니라 이사회에서 결정됐다. 애초부터 성남도개공 의결권은 민간 사업자에 대한 감시나 견제 장치로서 실효성이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개발 업계도 주주총회에 비해 성남의뜰 이사회 권한이 과도하고, 민간이 이사 과반을 가져간 건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에 따라 수익이 크게 달라지는 개발 사업의 이사회를 이렇게 구성했다는 건 초기부터 사업을 민간이 컨트롤하도록 설계한 의도”라고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도개공#대장동#사업협약 대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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