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보궐도 어렵다”…‘쓴소리’ 김종인의 깊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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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13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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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10.12/뉴스1 © News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10.12/뉴스1 © News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앞만 보고 달려가도 부족하다는 김 위원장의 생각에 당내 인사들의 반발이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다. ‘쓴소리’로 경각심을 일깨웠다지만 당내·외 상황을 종합하면 고민 해결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김 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경선준비위원 임명장 수여식 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 이후에 가졌던 긴장감을 계속해서 유지해야지, 안이한 사고로 가면 안 된다고 (면담에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전날 언론을 통해 비대위 회의 전 비대위원과의 면담에서 작정하고 ‘쓴소리’를 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복수의 비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모임에서 “이러다가 비대위를 더 끌고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식이면 대선에서 진다” 등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쓴소리를 한 배경에는 당·내외에 복잡하게 얽힌 상황이 꼽힌다. 먼저 당내 중진들 사이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적지 않은 불만, 그리고 이들을 비판하는 또다른 인사들의 존재다.

대표적인 것이 국회 상임위원장 18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 모두 내준 데 대한 볼멘소리다.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확보 없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7개 상임위원장을 받을 수 없다는 이른바 ‘올 오어 낫띵’(All or Nothing) 전략을 구사했다.

이 전략을 밀어붙인 장본인이 김 위원장인데, 그는 당시 ‘전반기는 여당, 후반기는 야당’이라는 협의안 등에 대해서도 “의미가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 저의에는 ‘과유불급’, 막강한 힘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과거의 경험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자신감은 빗나갔다. 민주당은 다수 의석에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더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통과시키고 있다. 국민의힘의 반발에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며, 오히려 ‘발목잡기’ 프레임으로 역공을 펼치는 형국이다.

그러자 당내 중진들을 중심으로 ‘지금이라도 7개 상임위원장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김 위원장은 사전 면담에서 “한 개도 갖지 않기로 했으면 전반기라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말하며 중진들의 불만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이 제안한 ‘경제3법’과 노동 관계법 개정에 대해서도 당내 일각은 불만이다. 김 위원장의 진심이 무엇이든 여론의 역풍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굳이 꺼내 드는 데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다. 김 위원장이 “의원들이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며 비판의 화살을 내부로 돌리자 반발이 더 거세지기도 했다.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준비위원회 인선은 이같은 당내 상황을 압축해 보여줬다. 위원장으로 내정된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준비위 출범 당일 대구 출신 김상훈 의원으로 변경됐고, 위원 명단에 포함된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당내 잔존해 있는 계파 간 이해득실을 따지다가 어그러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충분한 의견 교환도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내의 소란함은 정부·여당의 잇따른 악재에도 지지율 하락으로 돌아왔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17일 10주만에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뒤 30%대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민주당을 근소하게나마 앞섰던 지지율이 이제는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시절 휴가 특혜 의혹과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피격 사건, 옵티머스·라임 의혹, 부동산 가격 폭등 등 여당에 악재가 겹치는 환경에서 받아든 성적표라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사안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서울시장뿐만 아니라 부산시장 탈환도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김 위원장에게 짙게 드리웠고, 특히 경선준비위를 두고 갈등이 폭발할 경우 치명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작심’ 쓴소리의 배경이란 분석이다.

실제 서울과 부산 모두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차이는 크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서울의 양당 지지도 격차는 0.1%p(포인트)에 불과하다.

성추문 의혹으로 전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사퇴했고, 그 이유로 수백억원의 세금을 들여 보궐선거를 치른다는 야당의 비판에도 시민들은 큰 동요가 없다.

2011년 김 위원장과 함께 한나라당 비대위에서 활동했던 이상돈 전 의원(중앙대 명예교수)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서울에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몇 명이고 구청장이 몇 명이냐”며 “서울시 보궐선거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서울 지역구 의원은 전체 49명 중 8명, 구청장은 25명 중 조은희 서초구청장 1명에 불과한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부산 상황에 대해서도 “후보만 좋게 내면 된다고 보는데 그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는 조금 선을 그을 수 있는 후보를 내야만 승리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무조건’ 승리를 경계했다.

한 비대위원은 “김 위원장이 겉으로는 아니지만 지지율에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이라며 “4개월 정도 비대위를 하면서 지지율이 어느 정도 안정됐고 상황도 우리 당에 결코 불리하지 않은데 (지지율이) 빠지다 보니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차원에서 말씀을 하신 거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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