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례적인 ‘새벽’ 열병식…청와대발 ‘평화무드’ 보조 맞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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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10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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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9.22/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9.22/뉴스1
북한이 10일 새벽 노동당 창건일 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실시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군 당국이 밝히면서 열병식이 이례적으로 새벽에 열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에서 관련 보도도 전무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유엔 연설 등을 통해 종전선언을 언급하며 조성한 평화 무드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새벽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장비·인원 동원하에 열병식을 실시한 정황이 포착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 정보당국은 본행사일 가능성을 포함해 정밀 추적 중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노동당 창건일 기념 대규모 열병식은 정보당국 등을 통해 예상된 것이었으나, 행사가 새벽에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기존에 열병식을 통상 해 뜬 뒤 아침 또는 오후에 개최해 왔다. 합참은 열병식이 열린 구체적인 시간은 밝히지 않았다.

특히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맞아 대규모 행사가 예상됐다는 점에서 더 이례적이다. 통일부와 국방부는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등에서 북한이 이번 당 창건일에 전략무기를 동원해 규모 있게 무력시위를 벌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북한이 공개할 무기로는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이동식 발사차량(TEL), 신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이 거론됐다.

북한 관영매체도 이날 오후 3시 현재까지 열병식과 관련한 어떤 보도도 하지 않고 있어 의구심을 사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는 과거 열병식을 할 때 생중계하거나 당일 오후 녹화중계를 해왔다.

‘조용한 열병식’이라는 점에서 가장 최근인 지난 2018년 9월0일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식 열병식과 닮았다. 당시 북한은 새벽이 아닌 오전 10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약 두 시간 열병식을 진행했지만, 이번과 마찬가지로 북한 관영 매체가 당일 열병식과 관련한 어떤 보도도 내놓지 않았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열병식 다음 날인 2018년 9월10일 오전에야 녹화중계했다. 대미 강경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전략 무기는 열병식에 등장하지 않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중연설도 없었다.

이를 두고 당시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를 의식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018년 9월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다시 친서를 보내는 등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의 연장선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북한의 이날 ‘조용한’ 열병식도 최근 적극적으로 남북 평화 무드 조성에 나선 남측의 노력에 부응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화상으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우리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격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후인 지난 8일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례만찬’에 상영된 화상 기조연설에서도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만이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진정으로 보답하는 길”이라고 했다.

공무원 피격사건으로 얼어붙는 듯했던 남북관계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와 지난달 남북 정상이 교환한 친서 공개 등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탄력이 붙을지도 관심이다.

이에 북한이 대외적으로 위협적인 메시지를 내지 않기 위해 새벽에 열병식을 열면서 문 대통령의 남북 평화행보에 보조를 맞춘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경우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척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다만 청와대는 북한 열병식에 관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북한이 새 전략무기가 ‘시험 발사’ 수준에도 못 미치거나 의도적으로 완성된 무기를 공개하지 않기 위해 해가 없는 시간대를 택해 열병식을 진행했을 수도 있다.

북한이 이날 새벽에 열병식을 진행했는지, 열병식이라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진행됐는지는 북한 매체의 보도가 나와야 구체적으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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