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격포 장약 과다, 4단계 점검체계 두고도 못 걸러낸 軍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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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격포, 민가 500m앞 ‘아찔한 오발’

14일 경기 파주시 모 부대의 4.2인치(107mm) 박격포 실사격 훈련 도중 오발로 민가에서 500m 떨어진 야산에 고폭탄이 낙하한 것은 사격 전 다단계 점검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으로 군은 보고 있다. 최근 공이 파손으로 격발되지 않은 K6 기관총과 더불어 군의 주요 화기에 대한 점검 및 훈련 태세의 허술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인 군은 박격포 오발의 원인을 폭약인 장약의 양을 잘못 전달한 탄약분배관(중사)의 실수로 보고 있다. 보통 관측소(OP)로부터 목표 지점의 좌표를 전달받은 사격지휘소(FDC)는 편각(좌우)과 사각(위아래), 장약의 양 등을 계산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탄약분배관이 장약을 덜 떼어낸 채 탄약수에게 전달해 목표 지점인 2.2km보다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장약량이 해당 박격포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격포 사격 절차상 탄약분배관 개인의 착오가 있었더라도 적어도 고폭탄을 발사하기 전까진 실수가 시정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선 나온다. 보통 사격 제원을 전달받은 박격포 소대에선 분대장→안전통제관·소대장·중대장→중대장·대대장→대대장 순서로 복수의 간부들이 4차례 안전점검 및 제원 재점검을 한 후에야 포탄이 발사된다. 한 군사 전문가는 “절차만 제대로 준수했어도 복수의 지휘 체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과다한 장약의 양이 식별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오발 사고가 난 경기 양주시 노야산 훈련장은 부대별 연 2회, 인근 부대들의 박격포 실사격 훈련이 수시로 진행되는 곳이다. 훈련 참가 장병들에게 매우 익숙한 장소라 기온이나 바람의 영향을 제외하면 새로운 제원을 매번 산출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군도 “사격 제원을 산출하는 과정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군 안팎에선 “훈련에 임하는 자세 자체가 느슨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4.2인치 박격포의 노후화로 인한 오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노후화가 진행되면 포신이 넓어져 일직선이 아닌 좌우 방향으로 고폭탄이 날아갔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군 전력의 핵심 화기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통제하지 못하는 것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격포 오발 사고에 앞서 군은 3일 북한의 감시초소(GP) 총격 당시 공이 파손으로 원격 사격이 되지 않은 K6 기관총을 석 달간 점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GP 내 화기는 매달 한 차례 점검이 원칙이다. 군은 아직도 해당 K6 기관총 공이 파손의 구체적인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사고를 9·19 군사합의 이후 이완된 대비 태세를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박격포#오발#육군#실사격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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