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관 미끄러지며 팔꿈치로 K6 격발기 ‘꾹’… 탄환 일직선 날아갔으면 北으로 넘어갔을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최전방 총기점검중 북쪽에 오발… 남북 사이 강물에 탄환 떨어져

13일 해병대 최전방 초소에서 발생한 K6 중기관총 오발은 자칫 3일 북한의 감시초소(GP) 총격 사건이 역으로 되풀이될 수도 있었던 위험천만한 사고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GP 총격 당시 공이 파손으로 원격으로 작동되지 않았던 K6가 이번에는 총기 점검 과정에서 팔꿈치로 격발기를 누르는 실수로 북측을 향해 격발되면서 군의 총체적인 화기 관리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19일 군에 따르면 13일 오전 11시경 경기 김포시 해강안경계초소에서 K6 중기관총 1발이 북쪽으로 잘못 발사됐다. 해당 K6를 운용하는 해병대 부사관이 총기 점검 과정에서 디딤발이 미끄러져 팔꿈치로 총기 후방 격발기를 눌렀던 것이다. 오발이 난 K6는 소초통제실을 통한 원격 사격뿐 아니라 손잡이 가운데 장착된 격발기로도 수동 발사가 가능하다.

이날 해당 부대는 통상적인 총기 점검 및 손질이 이뤄졌다고 한다. 최전방 초소의 일일 총기 점검은 실탄이 장착된 상태로 북측을 조준하고 있는 화기 특성상 총구를 아래로 내린 뒤 안전장치 및 탄환을 제거하고, 육안 점검 및 표면 손질이 이뤄진다. 군은 “실탄을 제거하기 전인 점검 초기에 오발이 났다. 부사관이 절차를 어기진 않았다”고 전했다.

군은 “탄환이 북쪽으로 발사된 건 맞지만 확실히 북측으로 넘어가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총구의 방향이 아래로 돼있어 탄환이 남북 간에 흐르는 강으로 향했고 초소 근무자가 물기둥까지 확인해 상부에 보고했다는 것. 이 지점은 우리 군 초소로부터 600여 m 떨어진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군사분계선(MDL)과 달리 한강 하구 중립지역 특성상 남북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당 초소와 북한의 거리가 불과 1.8km였기에 사소한 실수로만 치부할 수 없단 지적이 나온다. K6의 지상 유효 사거리가 1.830km인 것을 고려하면 일직선으로 격발됐을 경우 북측 지역에 닿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이번 사고로 북측의 대응 사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발 사고 경위를 조사한 해당 부대의 상급 부대는 총기 점검 때 바닥에 미끄럼 방지판을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총기 점검 과정에서도 실수가 벌어지면서 군 대비태세를 다잡아야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군 소식통은 “기관총 특성상 팔꿈치가 수초만 더 격발기를 눌렀다면 다발의 탄환이 발사돼 큰 사고로 번질 뻔했다. 화기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k6#중기관총#해병대 초소#오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