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엔 미래 못맡긴다는 3040의 불신 뼈아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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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여당 압승]통합당 뒤늦은 자성론
“세상 바뀐줄 모르고 꼰대 짓만”… “이대로는 2022년 대선도 필패”

“당신네 당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지 못할 거 같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미래통합당 김용태 후보(서울 구로을)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 유세 중 유권자에게 직접 들었던 냉정한 평가를 이렇게 전했다. 김 후보가 총선 전날 마지막 유세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 3명이 각각 똑같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권이 잘못하는 건 맞지만 당신네 당은 차마 표를 줄 수 없다”며 뼈아픈 직언을 쏟아냈다고 했다.

동아일보가 접촉한 통합당 낙선 후보들은 ‘이런 야당이라면 2022년 대선도 필패’라며 입을 모았다. 이들은 유세 과정에서 통합당이 국민에게 대안 정당이라는 인상을 전혀 못 주고 있다는 걸 체감했다고 토로했다. 김 후보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 달라며 ‘투표로 국민의 무서움을 보여 달라’고 호소했는데 그 표에 우리가 심판당했다”며 “실력과 품격이 없는 당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 달라고 했던 오판을 가장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낙선 후보들은 통합당에 대한 3040세대 유권자들의 뿌리 깊은 불신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탄식했다.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통합당 김병준 후보(세종을)는 “3040세대의 냉소나 분노가 상당해 보였는데 당이 젊은 세대에게 녹아드는 정책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옛날식으로 꿇어앉아 잘못했다고만 한다”고 했다. 이어 “여당에 앞서 야당에 대한 원망이 크다는 걸 절감했다. 아무리 여당이 불공정, 부도덕하다고 두들겨도 야당 이미지가 더 안 좋다 보니 메시지 자체가 전달이 안 됐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밀어도 결국 ‘정책은 좋지만 당 때문에 안 되겠다’는 말이 돌아온다고도 했다.

지난해 11월 ‘자유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이자 좀비 정당’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세연 의원은 “당이 세상이 바뀐 줄 모르고 과거에 안주하며 꼰대짓을 계속 해왔기에 평범한 시민들은 도저히 통합당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공천관리위원으로도 활동했던 김 의원은 “공천 중반 넘어가면서 당 지도부의 외풍이 끊이질 않았다”며 “차명진 막말 논란 수습 과정에서도 무능과 탐욕에다 자체 정화할 역량을 상실한 지도부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줬다”고 했다.

통합당 내부에선 이제 보수 진영이 정치적 소수 세력이 됐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장기적인 집권 플랜을 세워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경기 권역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5선 정병국 의원은 “민주당처럼 지방 권력부터 차근차근 되찾아오면서 사람과 조직을 키워야 한다”며 “보수는 늘 장기 플랜이 없고 그때그때 조직을 골라 쓰다 보니 위기가 닥치면 당 지도부만 바라보는 습성을 원점에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조동주 djc@donga.com·김준일 기자
#미래통합당#낙선#3040세대 유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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