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종로 출마 포기하고 총리行 수락 배경은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17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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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출마 의지 강했고 국회의장 출신 총리에 거부감 느껴
靑 삼고초려에 당내 압력도 높아져…"국민 위해 총리직 수락"
총리직 인지도 확보 수월…'대권 도전' 가는 '징검다리' 해석도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됨에 따라 내년 총선 출마를 포기하고 총리직을 수락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당초 정 후보자는 총리 지명설이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내년 총선에서 종로 출마가 확실시돼 왔다.

19대 총선에서 험지인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겨 당시 새누리당 친박 핵심이었던 홍사덕 전 의원을 누른 데 이어 20대 총선에서도 여권 잠룡인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를 꺾은 정 후보자는 종로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 박관용 전 의장 이후로는 국회의장을 지내면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고 정계를 은퇴하는 게 정치권의 관행이라는 지적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개의치 않고 지역 표밭 다지기를 이어갔다고 한다.

대통령비서실장에서 물러난 뒤 종로로 이사를 하며 내년 총선 종로 출마에 뜻을 뒀던 임종석 전 실장이 불출마를 발표한 것도 정 후보자의 출마 의지가 생각보다 강했던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가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 출신이 의전서열 4위인 총리로 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자신의 총리설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고 한다. 입법부 수장이었던 자신이 총리로 가게 되면 대정부질문 등의 자리에서 야당 의원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이는 국회와 정부 서로에게 부담이라는 생각에서다.

정 후보자 스스로도 이같은 점들 때문에 총리직 수락을 놓고 고민이 많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들에게 총리 후보자 지명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서 “제가 전직이기는 하지만 국회의장 출신이기 때문에 (총리직 수락이) 적절한지에 대한 많은 고심을 했다”며 “당과 협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화는 안했지만 종로에서 3선에 도전할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야당과의 협치가 가능한 정 후보자가 총리를 맡아야 한다는 청와대의 거듭된 설득에 마음을 움직이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랜 시간 동안 정말 고심하고 삼고초려에 해당하는 여러 노력이 있었다”며 많은 설득 노력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낙연 현 총리의 후임자 지명이 계속 지연되면서 정 후보자에게 쏠린 당 안팎의 압력이 높아진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당초 총리 후보자 1순위였다가 진보진영의 거센 반대로 고사의 뜻을 전달한 경제·교육부총리 출신 김진표 의원도 경제를 잘 알고 협치도 가능한 인물로 정 후보자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자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나라가 이렇게 어렵고 총리 인선이 난맥상에 빠진 때에 대통령 요청을 거절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가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도 “많은 분들과 대화도 하고 저도 깊은 성찰을 통해서 국민에게 힘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마다하지 않는 것이 저의 태도고 결정이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판단으로 총리 지명을 수락했다”고 결심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 후보자의 대권 도전 의지도 총리직 수락의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6선 의원에 국회의장, 당대표, 노무현 정권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 등을 두루 거친 그는 과거 대권을 향한 뜻을 숨기지 않은 바 있다.

그러나 유력 대권주자의 반열에 오를 결정적 ‘한방’이 부족해 여권 잠룡에서 멀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종로에서 그저 선수(選數)를 하나 더 쌓느니 이낙연 총리가 그랬듯이 총리직으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확보해 대권을 노리는 것이 더 실리적적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 후보자 본인의 대권 의지가 얼마나 강하냐에 따라서 총리직은 대통령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자부 장관 출신인 정 후보자는 사석에서 자신을 ‘정치보다 행정에 더 맞는 인물’이라고 표현한 적도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한 민주당 소재부품장비인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것도 당내 일각에서는 ‘의장 출신이 맞기에는 격(格)이 안맞는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산자부 장관 출신으로서 의욕적으로 수락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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