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핵화 가시적 조치땐 ‘금강산관광 원포인트 제재 면제’ 제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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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2차 정상회담 개막]숨가쁘게 이어진 北-美실무협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란히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26일(현지 시간), 2차 정상회담 결과물을 조율하던 북-미 실무협상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5시간 30분씩 연속 닷새간 협상을 이어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이날은 회동을 건너뛰었다. 비핵화 개념 재정립 문제와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 초기 조치 등을 두고 격론을 벌여온 양측은 합의문의 일부분을 공란으로 두고 최고위층의 ‘톱다운’ 결정으로 공을 넘긴 형국이다.

○ 미국 “영변+α 폐기 안 하면 제재 해제 어려워”

앞서 총 19시간에 걸쳐 진행된 북-미 간 하노이 실무협상은 공동선언문에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담을 수 있느냐를 두고 원칙적인 수준에선 견해차를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미는 김 위원장이 약속한 영변 핵시설 폐기가 선언문에 구체화돼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다만 서로의 요구치는 달랐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강조하면서 ‘영변+α’, 즉 영변 핵시설 외에 다른 지역의 핵시설 폐기까지 요구했고,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 해도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며 맞섰다는 것이다.

미국은 동시에 “영변 핵시설의 핵심 시설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폐기하자”는 제안도 던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요구대로 폐기를 영변에만 국한한다면 ‘제대로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허용해야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믿을 수 있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한 외교 소식통은 “동결, 신고, 검증, 폐기 같은 절차는 물론이고 비핵화 시한도 선언문에 담고 싶은 미국이지만 북한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원점으로 돌아가 비핵화 개념을 확인하는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미국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간의 간극을 없애는 노력이다. 하노이에서 열린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한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아직 북-미 간에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의 범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북-미가 생각하는 비핵화 개념이 동일하다는 것을 선언문 앞부분에 명시 또는 암시(imply)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종전선언 관련 문구, 선언문 반영 추진

북-미 정상의 2차 핵 담판을 앞두고 여러 긍정적인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 하노이 현지에선 북한이 비핵화의 상응 조치로 요구하는 대북제재 완화 카드를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는 기류가 전해진다. 특히 미국이 가시적인(tangible)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금강산 관광 재개 관련 ‘원 포인트’ 면제가 가능하단 입장을 밝혔다는 전언도 나온다.

미 인터넷 매체 복스는 26일(현지 시간)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 2명을 인용해 잠정적인(tentative) 북-미 합의문 초안을 입수했다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는 대가로 미국은 남북 경협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일부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복스는 이 밖에 종전선언과 미군 유해 추가 송환,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도 초안에 담겼다고 전하며 “비핵화 시간표는 설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종전선언 합의는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합의문에 종전선언이라고 명시하진 않되, 불가침 원칙이나 적대관계 해소를 약속하는 표현이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노이=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정은 특파원
#비핵화#금강산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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