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脫원전 정책에 설 자리 좁아지는데… 신고리 모델 原電, 유럽도 안전 인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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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단된 5, 6호기와 같은 모델
유럽 기술심사 통과, 수출 길 열려… 건설자격 얻은 세계 5번째 나라로

한국산 원자력발전소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는 유럽의 원전 기술 인증 심사를 최종 통과했다. 이로써 한국은 유럽에 원전을 지을 수 있는 다섯 번째 나라가 됐다. 선진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원전을 수출할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세계시장에서 한국 원전이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라 주목된다.

9일 한국수력원자력은 한국형 차세대 원전(APR-1400)의 유럽형 모델인 ‘EU-APR’의 표준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심사를 최종 통과했다고 밝혔다. APR-1400은 2009년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과 같은 모델이다. 국내에서 현재 공사가 일시 중단된 울산 울주군 신고리 5, 6호기, 현재 운영허가 심사가 진행 중인 경북 울진군 신한울 1, 2호기 등과 같은 모델이다. 한수원은 유럽 안전기준에 맞춰 APR-1400 설계를 일부 변형해 유럽에서 인증 심사를 신청했다.

EUR 인증은 유럽에서 원전 사업을 하는 모든 회사가 필수적으로 따야 하는 원자로 설계 표준 요건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등에 수출할 때도 필요한 인증이다. 12개국의 14개 원전 사업자로 구성된 유럽사업자협회가 유럽에 건설될 신규 원전의 안전성 경제성 등을 심사한다. 현재까지 EUR 인증을 받은 나라는 미국 일본 러시아 프랑스 등 4개국뿐이며, 한국이 다섯 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2011년 한수원을 포함한 원전업계가 EUR 인증을 신청한 지 약 6년, 본심사가 시작된 2015년 11월 이후 약 2년 만에 인증서를 손에 쥐었다.

원전업계에서는 EUR 인증을 최종 통과함으로써 유럽에서 신규 원전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환영했다. 현재 유럽에서는 영국 체코 스웨덴 등이 기존 원전을 대체하거나 설비용량을 늘리기 위해 원전을 지을 계획을 갖고 있다.

한수원은 영국과 체코에서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영국에서는 원전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인 ‘호라이즌 뉴클리어 파워’로부터 지분 인수 제안을 받고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호라이즌은 2012년 일본 히타치가 인수한 회사로, 영국에 5.4GW 규모(4기)의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원전 기술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의 안전성 기준을 충족시키는 수준임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앞으로 유럽 사업자들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유럽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탈원전#문재인 정부#원자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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