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북부 해변의 어느 일요일 오전 5시 50분. 알람이 울리고 19세 청년 시몽은 서핑을 하러 바다로 향한다. 파도에 온몸을 맡겼던 청년은 약 4시간 뒤 뇌사 상태로 병원에 실려 온다. 심장이 아직 뛰고 있는 상태로….
13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이 19세 청년의 심장을 둘러싼 이야기다. 청년의 심장은 가족에게는 여전히 살아 있는 생명력이며, 연인에게는 가슴 뛰는 설렘을 담은 마음. 하지만 의사에겐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장기이며, 고장 난 심장을 안고 살아가는 이에겐 애타게 기다려 온 희망이다.
부모는 사랑하는 아들의 살아 있는 장기를 꺼내 다른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걸까. 장기를 기증하도록 설득해야 하는 사람의 심정은? 또 누군가의 죽음으로 새로운 삶을 얻게 된 사람의 마음은?
심장 이식을 둘러싼 사람들의 각기 다른 입장과 속내를 1인극으로 담은 작품이다. 20일 무대에 오른 배우 김신록은 소설가가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써 내려가듯 건조한 톤으로 감정을 설명하고 연기했다. 19세 청년의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를 중계하듯 풀어내는 게 처음엔 당황스럽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파로 흐르지 않도록 조절하는 장치임을 깨닫게 된다.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건 여러 사람의 다른 입장이 만들어 내는 긴장감이다. 아들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남편 션에게 마리안이 소식을 전하거나,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인 토마가 션과 마리안을 설득하는 상황 등에서 배우는 끊임없이 대사로 설명을 이어감과 동시에 눈물과 냉정을 오고 가는 고난도의 연기를 선보인다. 여기에 마일리스 드 케랑갈이 쓴 원작 소설의 문학적 대사가 특별한 무대 장치 없이도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 작품은 2019년 10회 공연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 당시 전석이 매진되며 관객이 티켓을 구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번이 다섯 번째 시즌. 공연이 끝나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여운을 남긴다. ‘살아 있다’는 그 자체의 뜨거움을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다. 3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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