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징계-아이 유산 겪은 허인회
기본 돌아가 ‘정교한 골프’ 맹훈련
“모든 대회서 한 번씩 우승하겠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통산 6승의 허인회가 14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필드 안팎에서 큰 시련을 겪었던 허인회는 올 시즌 기본으로 돌아가 최고의 한 해를 보내려 한다.
인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괴짜 골퍼’ 허인회(39)는 노랗게 물들인 머리와 톡톡 튀는 언행으로 유명하다.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강제로’ 골프를 시작했지만 타고난 재능 덕에 승승장구했다. 2014년엔 한국과 일본투어에서 동시에 장타왕을 차지했다. 2008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선 평균 퍼트 1위에도 올랐다. 지난해까지 KPGA투어 통산 6승을 거둔 그는 “골프를 치면서 ‘쉽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게으른 천재’라는 별명도 그래서 생겼다.
하지만 지난해 그는 인생을 살면서 가장 큰 시련을 겪었다. 금지 약물이 섞여 있는 진통제를 모르고 먹었다가 6개월 출장 정지 제재를 받았다. 지난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본보와 만난 허인회는 “이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골프계를 떠나고 싶었다. 실제로 은퇴를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마음을 다잡은 그는 징계를 마치고 투어 무대로 복귀했지만 더 마음 아픈 일이 생겼다. 둘째 아이 유산 소식을 접한 것이다. 그는 “복귀 후 대회를 치르면서 점점 감이 살아나고 있었다. 그런데 10월에 열린 더채리티클래식 1라운드가 열리기 전날 아내로부터 유산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충격이 컸다”고 했다.
당연히 성적은 밑바닥을 기었다. 하반기 8개 대회에 출전해 4번 컷 탈락했고, 1번은 기권하는 등 5번이나 완주하지 못했다. 공동 7위에 한 번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다. 허인회는 “예전에는 연습을 안 해도 조금만 집중하면 금방 좋아지곤 했다. 그런데 더 이상은 아니었다”며 “아이러니하게도 골프에 연습이 중요하다는 것을 30대 후반이 돼서야 절실히 느끼게 됐다”고 했다.
허인회는 올 시즌을 앞두고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기본’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허인회는 “골프라는 종목은 똑바로 갔다가 똑바로 와야 한다. 골프는 기본만 잘해도 흔들리지 않는다”라며 “나는 스윙이 특이하기로도 이미 유명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기본에 충실하면 방향성이 좋아지는 것을 스스로 잘 안다. 새해에는 여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28일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허인회의 목표는 ‘정교한 골프’다. 그동안은 비거리를 늘리는 데만 집중했지만, 올 시즌에는 방향성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코치의 도움 없이 자신만의 샷을 만들어 왔던 허인회는 “전지훈련 동안엔 내가 그동안 만들어둔 거리를 지키면서 방향성을 잡는 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까지 허인회는 뛰어난 선수였지만 최고의 선수는 아니었다. 일본 무대 1승을 포함해 프로 통산 7승을 거뒀지만 한 해에 두 번 이상 우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기본이 부족했기에 꾸준함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허인회의 올 시즌 목표는 제네시스 대상이다. 궁극적으로는 다승을 거둬 KPGA투어 무대를 제패하는 것이다. 허인회는 “4월 3일까지 태국에 머물며 훈련을 할 예정이다. 같은 기간 열리는 아시안투어와 DP월드투어 대회에도 초청선수 자격으로 참가하며 실전 감각을 쌓을 계획”이라며 “허황된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KPGA투어 모든 대회에서 한 번씩 우승을 해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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