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오천피’ 시대]
코스피 사상 처음 5000 고지
3개월만에 1000P 가파른 상승… 모험자본 투자 활성화 계기로
글로벌 IB “6000까지 갈수도”… 지배구조 개선-배당 확대 등 숙제
22일 코스피 사상 최고가인 5019.54가 송출되는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사 로비 전광판 앞에서 직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2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장중 5,000을 돌파하면서 그동안 제조업 수출이 주도했던 한국 경제가 자본시장 선진국으로 도약할 전환점을 맞았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기업에 자금이 원활히 공급되고, 자금의 힘으로 경쟁력을 키운 기업들이 다시 시장에 자본을 공급하는 자본 선순환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상승 동력을 유지하려면 주주 환원 확대, 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시장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 “자본시장 선순환 기대”
코스피 5,000 시대를 개척한 주력 업종은 반도체와 자동차의 투톱이다. 여기에 조선, 방산, 원전 등 이른바 ‘조방원’ 섹터는 코스피 기초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K방산은 지정학적 위기를 수출 영토 확장 기회로, 원전 회사들은 에너지 안보 강화 흐름을 신규 수주의 기회로 삼았다. 조선업은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를 선점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그동안 한국 증시의 성장에는 각 시대를 이끈 산업군이 있었다. 1980년대 후반에는 3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에 힘입어 건설, 무역회사들이 수출 주도의 성장을 이끌었다. 이들이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며 코스피는 1989년 처음으로 1,000을 넘어서며 네 자릿수 시대를 열었다.
2007년 코스피 2,000 시대를 연 주인공은 중국 경제 성장의 수혜를 본 조선, 철강, 해운 등 중후장대 산업이었다. 이후 그 수요를 자동차, 화학, 정유산업이 이어받으며 ‘차화정’이란 신조어도 탄생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누린 ‘차이나 특수’는 중국의 자체 생산 방침에 힘을 잃었다. 그 결과 코스피는 2010년대 내내 1,800∼2,200을 맴도는 ‘박스피’의 늪에 빠졌다.
국내 증시가 박스피에서 벗어난 시기는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던 때였다. 비대면 수요 증가로 네이버,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종목들의 주가가 치솟았다. 개인투자자들의 활발한 증시 참여로 동학개미 전성기가 열리면서 코스피는 2021년 3,000 고지를 밟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는 지난해 10월 4,000 선을 넘은 데 이어 불과 3개월 만에 5,000까지 도달했다. 43년 코스피 역사상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코스피는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과 제도 개선이 맞물리며 선진 자본시장 초입에 들어섰다”며 “향후 이러한 변화가 코스닥으로도 확산돼 모험자본 투자 활성화 등 자본시장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증시 체급 맞게 질적 개선 필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코스피의 향후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11월 메모리 반도체 호황을 근거로 코스피 목표치를 5,500으로 상향했다. 같은 달 JP모건도 3차 상법 개정안 등의 정책이 뒷받침될 경우 코스피가 6,0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상승세가 지속되기 위해선 체급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배당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상법 개정 등으로 상승 기반을 마련해야 상승장이 일회성 랠리에 그치지 않고 투자 문화로 자리 잡는다”며 “지수의 속도를 지속성으로 바꾸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