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치료 열쇠, 男女 몸속에서 찾았다

  • 동아일보

유산의 원인인 ‘이수체’ 생식세포… 감수분열 오류로 변이 증가 확인
정자 고령화 땐 리보핵산 길어져… 변화 분석해 정자 질 개선 가능

일반적으로 노화가 진행될수록 임신에 어려움을 겪거나 자손 건강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여성과 남성의 생식세포인 난자와 정자의 질을 개선해 난임을 극복하고 태아 건강을 확보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반적으로 노화가 진행될수록 임신에 어려움을 겪거나 자손 건강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여성과 남성의 생식세포인 난자와 정자의 질을 개선해 난임을 극복하고 태아 건강을 확보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과학자들이 여성의 유산을 유발하는 주요 유전자 변이를 새롭게 규명하고 남성 생식세포인 정자에서 ‘노화 시계’ 역할을 하는 물질을 확인했다. 이들 연구 성과는 난임을 치료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여성 유산 유발 유전자 변이 찾아

라지브 매코이 미국 존스홉킨스대 생물학과 교수 팀은 유산을 유발하는 주요 염색체 변이와 연관된 유전자를 찾아내고 연구 결과를 21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확인된 임신의 약 15%가 유산으로 이어진다. 임신으로 확인되지 않은 채 초기 단계에서 유산되는 경우는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이수체’ 생식세포가 지목된다. 생식세포를 만드는 감수분열 과정에서 유전 물질의 덩어리인 염색체 분배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생식세포의 염색체 수가 정상보다 적거나 많아지는 경우를 이수체 생식세포라고 한다.

사람의 이수체를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는 그동안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체외수정(IVF) 착상 전 유전자 검사에서 수집된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감수분열 오류와 연관된 유전 변이를 파악했다. 배아 13만9416개와 2만2850쌍의 생물학적 부모가 분석됐다.

실험 결과 감수분열 중 염색체 사이의 결합을 돕는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SMC1B 유전자의 변이가 여성 감수분열 이수체 증가와 연관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추가 분석을 통해 감수분열 중 염색체를 분배하는 ‘재조합’ 과정에 관여하는 C14orf39, CCNB1IP1, RNF212 등 여러 유전자의 변이도 유산과의 관련성이 확인됐다.

규명된 유전자들은 향후 약물 개발을 위한 유망한 표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유전자만으로 유산 위험도를 예측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연령이나 환경 요인과 비교해 해당 유전자 변이가 유산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 정자 내 ‘노화 시계’도 발견

정자 노화도 난임이나 사산, 자손의 건강 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메커니즘은 명확하지 않다. 그동안 정자 고령화에 따른 위험 분석은 대부분 이중 나선 모양의 유전 물질인 데옥시리보핵산(DNA)에 초점이 맞춰졌다.

천치 미국 유타대 교수와 저우퉁 네바다대 의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정자에 있는 단일 가닥 유전 물질인 리보핵산(RNA) 함량과 노화도가 세포 대사를 변화시켜 태아 건강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연구 결과를 20일 국제학술지 ‘유럽분자생물학기구 저널’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정자 RNA를 정밀 분석할 수 있는 ‘판도라 시퀀스’라는 방법을 개발하고 쥐 정자를 분석했다. 쥐 정자의 RNA 구성은 생후 50∼70주 사이에 급격히 변화했다. 노화할수록 상대적으로 길이가 긴 RNA 비율이 증가한 것이다. 인간 정자를 관찰했을 때도 RNA의 변화 양상이 쥐와 비슷했다.

천 교수는 “정자가 노화할수록 DNA가 점점 더 조각나고 손상된다는 사실을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RNA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정반대의 결과를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쥐 초기 배아에 ‘노화 RNA’ 혼합물을 주입하자 세포는 대사와 신경 퇴화 관련 유전자 발현을 보였다. RNA의 변화가 다음 세대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정자의 RNA 변화에 관여하는 효소를 규명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천 교수는 “RNA 변화를 주도하는 효소를 이해하면 고령 남성의 정자 질 개선을 위한 표적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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