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5·18민주화운동 유족 33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청구 소송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2026.1.22 뉴스1
대법원이 5·18민주화운동 피해자 유족들이 2021년 국가를 상대로 낸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적법하다는 전원합의체 판단을 내놨다. 1990년대 이미 국가가 보상금을 지급했고 그 뒤로 소송을 낼 수 있는 기한이 지났다고 본 원심을 뒤집었다.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폭행, 구금, 고문 등으로 숨지거나 다친 피해자 가족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가해자인 국가는 옛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1990∼1994년 5·18민주화운동 관련자와 유족에게 보상금 등을 지급했다. 당시 법에는 보상금 지급에 동의하면 더 이상 소송을 낼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다. 이 때문에 국가는 이미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한만큼 유족들의 위자료 청구권은 소멸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21년 5월 유족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 청구까지 막는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같은 해 11월 “피해 당사자에 대한 보상과 별개로 가족들에 대한 고통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 쟁점은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시점을 언제까지로 볼지였다. 민법에 따르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알게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된다고 본다.
1심은 가족들의 청구권을 인정하면서 헌재 위헌 결정이 나온 시점인 2021년부터 3년 이내에 위자료를 청구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보상금 지급 결정 시점인 1990년대에 이미 시효가 완성됐다고 유족 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전원합의체는 다수의견으로 “가해자인 국가가 국가배상 관련 법령을 제정, 집행하는 과정에서 국가배상의 법률관계를 복잡하고 불명확하게 만들었다”며 “그로 인해 피해자인 유족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노태악 대법관은 반대 의견으로 “가족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충분한 배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 법리로선 위자료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봐야 한다”며 “이들에 대한 구제는 입법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 대법원 판단대로 이 재판이 유족 승소로 종결되면 2021년 헌재 위헌 결정 이후 3년 이내에 소송을 낸 5·18민주화운동 유족들은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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