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문 적폐연대” “무능한 상속자”… 프레임 전쟁 시작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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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에 ‘네거티브 프레임’ 공세

선거 캠페인의 1장 1절은 ‘나는 누구이며, 적은 누구인가’를 규정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의미를 정의해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첫 단계다. 그 의미를 한마디로 압축하는 것이 ‘프레임 전략’이다. 4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각 정당의 모든 후보가 5·9 대선 링에 올랐다. 이제 대선까지 남은 34일간 누가 얼마나 강력한 ‘네거티브 프레임’으로 상대를 제압하느냐만 남았다.

○ ‘적폐 연대’ vs ‘패권 세력’

대선 1라운드에 가장 강력하게 맞붙고 있는 프레임은 ‘적폐 연대’ 대 ‘패권 세력’이다. 적폐 연대 프레임은 가장 앞서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수성(守城) 전략’ 중 하나다. 안 전 대표의 부상(浮上)을 막고 ‘반문(반문재인) 진영’의 결합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다.

문 전 대표 캠프 총괄본부장인 송영길 의원은 이날 안 전 대표를 향해 “적폐 세력을 지지한 표심에 손을 내미는 모습 자체가 촛불 민심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했다.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의 연대를 ‘적폐’로 규정한 셈이다. 여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으로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이끈 ‘정권 교체 열망’이 가라앉을 수 있다는 고민이 깔려 있다. 이른바 ‘더 좋은 정권 교체론’이 다시 대선 화두로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안 전 대표가 최근 내놓은 ‘무능력한 상속자론’은 ‘더 좋은 정권 교체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안 전 대표는 “무능력한 상속자에게 국가를 맡기면 안 된다”며 박 전 대통령의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유산을 받아 손쉽게 올라간 사람들이 어떻게 됐느냐”고 반문했다. 안 전 대표의 실제 타깃은 문 전 대표다. 문 전 대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속자라는 얘기다.

선거 전문가들은 상대의 단점을 공격하면서 후보의 장점이 부각돼야 캠페인의 파괴력이 커진다고 조언한다. 그런 점에서 ‘무능력한 상속자론’은 안 전 대표의 히든카드다. 문 전 대표를 ‘2인자’로 깎아내리는 동시에 자신을 ‘자수성가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서다. 다만 안 전 대표가 정치 입문 이후 이렇다할 정치적 성취를 보여 주지 못한 점은 숙제다.

문 전 대표를 향한 공세는 ‘패권주의’로 요약된다. 문 전 대표 진영이 ‘문재인 대 안철수’ 양강 구도를 곧바로 안 전 대표와 구(舊)여권 간 연대로 규정하고, 반문 인사들을 향한 문자 폭탄을 ‘양념’이라고 받아넘기는 등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패권주의 프레임’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나(문 전 대표)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몰상식, 불의라고 규정하는 것이야말로 패권주의의 단면”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몰락 이후 권력의 도덕성과 공정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만큼 반문 진영은 노무현 정부 당시 부정부패와 실정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2006년 불거진 도박 게임기 ‘바다이야기’ 사건의 수익금 문제 △문 전 대표 아들의 특혜 취업 의혹 △노무현 정부 당시 이석기 특별사면 문제 등을 ‘3대 의혹’으로 제기한 뒤 “국민 시각에서 패권적 오만함을 검증하겠다”고 별렀다.

○ 보수 표심 묶어 낼 프레임 전략은?

대선 초반 보수 표심을 붙잡기 위한 프레임 전쟁도 뜨겁다. 구여권 처지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가출한 집토끼의 귀환’이다. 한국당 후보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보수 표심을 잠식하고 있는 안 전 대표를 ‘얼치기 좌파’로 규정한 이유다. 그러면서 자신은 ‘우파 스트롱맨’이라고 했다. 전형적인 ‘대비 전략’이다. 바른정당 후보인 유승민 의원도 ‘국민의당은 민주당 2중대’라며 안 전 대표와 선을 긋고 있다.

문제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파열음이 더 크게 나오면서 문 전 대표나 안 전 대표 등 상위권 후보를 향한 프레임 전략이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 의원은 이날도 “한국당은 전혀 변한 게 없고, 홍 지사는 자격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홍 지사도 “우리가 큰집이고, 큰형님인데 동생이 대든다고 뭐라 할 수 있느냐”고 했다. 단기 승부전을 가를 네거티브 프레임 전쟁에도 양 보수 진영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egija@donga.com·길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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