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5년전보다 천만배 강해져”… 勢모아 ‘사실상 단일화’ 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국민의당 대선후보 안철수]본선 오른 안철수의 과제

2003년 2월 신종 웜 ‘SQL 오버플로’로 전국의 인터넷 망이 마비되자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연구소 내 직원들에게 대응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2003년 2월 신종 웜 ‘SQL 오버플로’로 전국의 인터넷 망이 마비되자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연구소 내 직원들에게 대응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정치인에 의한 공학적 연대, 하지 않겠다. 탄핵 반대 세력에 면죄부 주는 연대, 하지 않겠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충남·충북·세종 경선 수락연설에서 “특정인을 반대하기 위한 연대, 하지 않겠다. 오직 국민에 의한 연대만이 진정한 승리의 길”이라고 자강(自强)론을 거듭 강조했다. 반문(반문재인) 연대는 물론 바른정당 등 다른 정당 후보와의 인위적인 단일화 없이 국민에 의한 심리적 단일화를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의 ‘적폐연대’ 비판에 대해서는 기자들과 만나 “허깨비를 만들어서 그 허깨비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안 전 대표의 자강론이 대선 본선에서도 먹힐지는 보수 진영의 표심을 어느 정도 흡수할 것이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 安, “국민에 의한 결선투표 해 달라”

2012년 12월 15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유세 도중 깜짝 등장해 자신이 매고 있던 노란 목도리를 문 후보에게 둘러주고 있다. 동아일보DB
2012년 12월 15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유세 도중 깜짝 등장해 자신이 매고 있던 노란 목도리를 문 후보에게 둘러주고 있다. 동아일보DB
안 전 대표의 자강론에는 지난해 4·13총선 당시 야권 통합과 연대 압박을 극복하고 ‘마이웨이’를 고수해 3당 체제를 만든 자신감이 깔려 있다. ‘알파고’처럼 똑똑한 국민들이 인위적인 정치공학적 연대 논의에 동의해 주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안 전 대표는 올 1월 초부터 일대일 구도 만들기에 주력했다. 그는 “‘문재인 대 안철수’의 구도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대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책임이 있는 보수 진영은 대선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최근에도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를 향해 ‘무능력한 상속자’ 프레임을 씌우며 총공세를 펴고 있지만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보수 진영의 표심까지 겨냥한 일종의 ‘무시 전략’인 셈이다. 그는 “국민의 힘으로 결선투표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의 ‘마이웨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향후 안 전 대표의 지지율과 ‘문재인 공포증’ 확산이 관건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보수층이 문 전 대표의 대항마인 자신에게 표를 몰아주는 사실상의 결선투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5자 구도가 되더라도 보수 진영 후보 지지율이 10% 이내라면 사실상 양자 구도에 가깝다”고 했다. 이어 “그간 호남에서 ‘될 사람을 찍어주자’는 정서가 강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높았지만 이제는 호남 민심이 안 전 대표에게로 쏠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 하차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경선 탈락으로 무주공산이 된 충청 민심이 안 전 대표에게 상당수 흡수될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 있다.

○ 연대론·유약 이미지 극복이 과제

하지만 보수 진영의 표심을 예측하긴 쉽지 않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의 사실상 1 대 1 구도를 만들어 줄 수도 있고, 단일화 여부에 따라 홍 지사 쪽으로 지지가 분산될 수도 있다. 애매한 상황이 이어질 경우 안 전 대표 측의 계산은 복잡해진다.

안 전 대표는 ‘철수 정치’라는 외부 비판과 유약한 이미지를 넘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를 위해 안 전 대표도 지난해 창당 과정에서 ‘강(强)철수’ 이미지를 부각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그는 이날도 “2012년, 제가 완주하지 못해 실망하신 국민들이 계시다는 거 잘 안다. 하지만 저 안철수, 2012년보다 백만 배, 천만 배 강해졌다”며 ‘강철수’ 이미지를 부각했다.

이번 대선 경선에서 안 전 대표는 저음의 굵은 목소리로 연설을 하는 등 강한 인상을 심기 위해 스타일도 바꿨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지난해 총선에서 야권 통합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점, 당내 연대론과 선을 긋고 자강론을 유지한 점이 최근 ‘뚝심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측근들이 떠난다는 지적도 극복해야 할 숙제다. 지난해 4·13총선 공신인 같은 당 이태규 의원은 물론이고 보수 성향의 이상돈 의원도 국민캠프에 합류하지 않고 있다. 경선에서 안 전 대표에게 무릎을 꿇은 손학규 전 대표는 물론 당내 비안(비안철수)계 의원들을 끌어안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5일 오전 첫 대선 후보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이승만 등 전직 대통령 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대전=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안철수#대권#손학규#문재인#국민의당#대선후보#보수#표심#적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