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文 “문자폭탄이 양념? 상처에 소금 뿌려” 부글부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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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유감” 표명에도 반발 거세

박정희 묘역 참배 전날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전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이동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박정희 묘역 참배 전날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전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이동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양념’이라는 단어의 가벼움이 주는 그 한마디는 어쩌면 그 내면의 들켜 버린 속살인지도 모른다. 상처받은 사람에게 소금을 뿌리는 것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캠프에서 의원멘토단장을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4일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전날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문재인 전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이른바 ‘문자 폭탄’에 대해 “우리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양념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즉각 진화에 나섰지만 비문(비문재인) 진영은 들끓고 있다.


○ 비문, “상처에 소금 뿌려” 반발

비문 의원들이 문 전 대표의 ‘양념’ 표현에 발끈한 것은 문자 폭탄으로 인한 고통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1월에도 문자 폭탄에 대해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그런 문자를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의원은 “문자 폭탄에 당해 보니 하루 종일 휴대전화가 울려 다른 업무를 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당을 떠나라’는 내용은 양반이고, 정말 입에 담기도 힘든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고 토로했다. 문자 폭탄에 당한 의원들은 “처음에는 손이 떨릴 정도”라고 했다. 또 문자 폭탄을 주도하는 열성 지지자들은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신 문자메시지를 주로 이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한 비문 의원은 “카톡을 쓰면 프로필 사진 등 개인 정보가 드러나니 최대한 익명으로 숨을 수 있는 문자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새벽 2∼3시에 수백 통이 일제히 쏟아진다”며 “누군가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문자 폭탄 때문에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기도 했다.

이들 열성 지지자는 SNS에 자체 대화방을 개설해 비문 의원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유하고 ‘공격 시점’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이 공개한 열성 지지자들의 SNS 대화방에 따르면 이들은 비문 의원들의 전화번호를 공유하며 “(당에서) 기어 나가라고 문자 좀 하자”, “문자로 쓴소리 좀 하자”라고 독려했다.

1월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개헌 저지 보고서 파문부터 시작된 비문 의원을 향한 문자 폭탄은 경선 과정에서 정점을 찍었다. 안 지사 캠프에서 활동한 한 의원은 “문자 발송 횟수가 많은 휴대전화 번호 몇 개를 차단했더니 그나마 좀 뜸해졌다”며 “소수의 인원이 주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문 전 대표 캠프가 이를 방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문 전 대표는 본선에서도 ‘양념’을 칠 것인가. 양념 몇 번 쳤다간 남아날 정치인이 없을 것이고 대한민국 정치는 황폐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 수습 나선 文, “유감”

파문이 커지자 문 전 대표는 수습에 나섰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주 심한 문자 폭탄을 받기도 하고, 그 가운데 심한 표현들도 있어 의원들이 상처도 받았다고 들었다”며 “제 책임이든 아니든 이 자리를 빌려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캠프도 문자 폭탄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캠프 윤영찬 SNS본부장은 “문자 폭탄을 주도하는 열성 지지층의 규모가 얼마인지도 가늠이 안 된다”며 “자체 SNS 대화방을 통해 활동하는 만큼 조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캠프는 수소문 끝에 문자 폭탄을 주도한 60대 여성 한 명을 찾아내기도 했다. 캠프 관계자는 “일부 열성 지지자들은 캠프 관계자들이 SNS를 통해 자제를 당부해도 ‘왜 말리느냐’고 반발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문 전 대표 측이 문자 폭탄을 우려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반(反)문재인 정서’를 자극해 본선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편 문 전 대표 측은 당 후보 확정에 따라 5일 캠프를 해산하고 당 선거대책위원회로 전환하기로 했다. 선대위 공보단장에는 박광온 의원, 부단장에는 유은혜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 정책대변인은 홍익표 의원이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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