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오르면 불황 프레임이 강해지지만, 실제 내수·유통 관련 주가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불금에 강남역도 ‘텅텅’… 10년 만에 초유의 상황.”
“불황에 빚 못 갚는 중기·자영업자 수두룩… 은행 빨간불.”
요즘 언론 보도와 유튜브는 곧 나라가 무너질 것처럼 얘기한다. 자영업자 폐업률이 사상 최고라는 기사, 술집이 사라지고 있다는 리포트…. 소비 절벽이라는 표현이 꾸준하고, 불황이라는 단어도 이제 하나의 분석을 넘어 자동으로 붙는 수식어가 됐다. 마치 지금을 그렇게 규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시장을 조금만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이 프레임이 얼마나 허술한지 바로 알 수 있다. 코스피가 6000을 넘었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극히 일부 반도체 대형주에만 자금이 몰렸다고 착각한다. 지수는 올랐지만, 종목별 쏠림이 심해 실제 경기는 살아나지 않았다는 식의 해석이다. 물론 반도체주가 강하게 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상승 축이 반도체에만 국한돼 있다는 생각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유통·패션주 신고가… 돌아온 소비 신세계, 현대백화점, 롯데쇼핑 등 대표 유통 기업 주가는 이미 지난해부터 꾸준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이마트 주가 역시 강하다. 유통업은 경기 변화에 가장 민감하다. 정말 소비가 무너지고 있다면 가장 먼저 흔들렸어야 할 곳이 바로 이 기업들이다. 현실은 정반대다. 지수만 오른 것이 아니라, 소비와 직결된 업종 전반이 함께 올라가고 있다.
의류산업도 마찬가지다. 한섬, 영원무역 등 주요 패션 기업 주가는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한섬이 보유한 타임, 더캐시미어, 시스템 같은 컨템퍼러리 브랜드는 중산층 소비의 바로미터다. 생존이 급한 계층이 아니라, 여전히 소비 여력이 있는 계층이 선택한다. 수출보다 내수 위주 브랜드인 만큼 내수 소비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특히 한섬은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하며 소비 위축론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숫자로 증명했다. 정말 소비가 줄고 있다면 이런 실적은 나올 수 없다.
그럼에도 언론과 유튜브는 불황이라는 단어를 반복한다. 감정을 자극해 클릭을 끌어내는 산업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콘텐츠는 잘 읽히지 않지만, ‘다 망한다’ ‘위기다’ ‘붕괴 직전이다’ 같은 자극적인 콘텐츠는 조회수가 높다. 나뿐 아니라 남도 힘들다는 소식이 있으면 심리적으로 면죄부가 되기도 한다. 내가 힘든 이유는 개인 문제보다 사회적 구조 때문이라는 위안을 주기도 한다. 공포를 파는 장사가 성공하는 이유다.
소비 회복 3단계 시나리오 시장은 이미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지금은 백화점과 의류주(株)를 중심으로 소비 회복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 온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음 영역은 피부 미용, 성형, 에스테틱 같은 자기관리 소비다. 자산이 늘고 소득에 여유가 생기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자신에게 투자하기 시작한다. 피부 미용 및 시술 시장 증가는 경기 회복의 전형적인 후행 신호다.
그다음은 주거 환경이다. 시간이 조금 흐르면 가구, 인테리어, 리모델링 관련 기업들로 온기가 옮겨갈 것이다. 집 꾸미기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미래에 대한 심리적 확신이 생겼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불안한 사람은 집을 고치지 않는다. 여유가 생긴 사람만이 공간에 돈을 쓴다.
가장 마지막에 나타나는 신호는 문화·자산형 소비다. 미술품, 고가 컬렉션, 예술품 시장이다. 서울옥션, 케이옥션 등 경매회사로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하면 자산 심리가 완전하게 회복됐음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미래를 믿을 때만 예술품에 돈을 쓴다. 지금의 유통·의류 강세는 이 같은 흐름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결국 주식시장 온기는 사회 전반의 내수 소비를 끌어올리는 가장 확실한 견인차다. 자산이 늘어나면 소비가 늘고, 소비가 늘면 다시 기업 실적이 개선된다. 이 선순환 구조는 어느 나라에서나 반복돼왔다. 한국만 예외일 이유는 없다.
이러한 과정이 진행돼도 미디어엔 불황 소식이 가득하다. 불황 콘텐츠를 팔아 부자가 된 크리에이터는 늘었지만, 실제 시장에선 소비 찬가가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현실에선 백화점이 붐비고, 병원 예약이 밀리며, 경매 낙찰가가 치솟는다.
투자는 분위기가 아니라 데이터로 하는 것이다. 매출, 실적, 소비 패턴, 주가 흐름을 차분히 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모두가 동시에 가난해지는 구조가 아니라, 자산을 가진 계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확산하는 국면에 있다.
투자자는 불황 프레임을 경계해야 한다. 불황 헤드라인보다 숫자를 보고, ‘한국 붕괴’ 섬네일보다 재무제표를 확인해야 한다. 분위기에 휘둘리면 투자자는 시장의 먹잇감이 된다. 시장은 언제나 조용히 얘기한다. 숫자로, 실적으로, 주가로. 문제는 대다수 사람이 그 소리를 듣지 않고 소음에만 반응한다는 데 있다. 주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불황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투자에서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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