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진균

길진균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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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길진균 기획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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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2~2025-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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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 적자 쌓이는데 버스까지 노인 무임승차 확대 공약

    “복지는 돈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문제다.”노인 무임승차 버스 확대 공약을 내놓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측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자 강한 추진 의사를 밝히며 한 말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선 김 전 장관이 내놓은 ‘노인 대중교통 무임승차’ 이슈가 6·3 대선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김문수 캠프 박수영 정책총괄본부장은 4월 20일 발표한 ‘어르신 교통·주거’ 공약에서 “출퇴근 외 시간대에는 무임승차 제도를 버스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노인 기준 연령인 만 65세가 넘는 고령층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김 전 장관은 지하철에 이어 버스까지도 특정 시간에는 무료 혜택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김 전 장관은 또 신규 공공주택의 25%는 기초 의료, 돌봄, 식사 서비스를 위한 고령층 편의시설을 의무로 설치한 후 육아 가구와 노인 가구에 특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평생을 가족과 나라 경제를 위해 헌신한 어르신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복지 공약”이라며 “교통과 주거뿐 아니라 모든 부문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약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아직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복지는 함께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문제”만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제는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인 1980년 만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요금 50%를 할인해주면서 시작됐다. 그다음 해 만 65세 이상으로 연령을 낮췄고, 1984년 전 전 대통령 지시로 ‘전액 면제’로 변경됐다. 당시 시내버스 요금 무료 혜택도 줬다가 1990년 폐지했다.세월이 흘러 한국은 초고령사회가 됐고, 서울교통공사의 지난해 누적적자는 19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그래프1 참조). 지난해 기준 총부채는 7조3474억 원으로, 서울교통공사는 하루 이자만 3억 원 넘게 내고 있다. 전기료 등 운영 비용은 빠르게 오르는 동안 지하철 요금 인상(그래프2 참조)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서울교통공사 경영지표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됐다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1984년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제 도입 당시 전체 인구의 4%에 불과하던 만 65세 이상 노인이 지난해 기준 19.2%로 늘어나면서 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가 3월 개최한 ‘서울시 도시철도 노인 무임승차 현황 및 개선에 대한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서울시 도시철도 운영 적자에 영향이 있다는 의견이 76.6%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최근엔 ‘노인 기준 연령 상향’도 논의되고 있다. 이미 대구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2023년 7월 무임승차 연령을 만 65세에서 만 70세로 올렸다. 지난해부터 2028년까지 1세씩 올려 70세로 맞추는 대신 버스도 무상 이용 대상에 포함했다. “공약 발표 때 재원 조달 방법 제시해야”정치권에서는 즉각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4월 2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노인 무임승차가 겉으로는 경로 우대처럼 보이지만 그 혜택이 수도권 지하철역 인근에 거주하는 일부 노인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강원 삼척이나 전남 보성, 충북 옥천에 사는 어르신들에 대한 분명한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그럼에도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버스까지 노인 무임승차를 확대하자는 국민의힘 대선 예비주자가 있다”며 “그런 정치인들 때문에 이른바 보수 진영이 지금 그 모양 그 꼴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만 65세 이상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고, 일정 금액의 교통이용권을 제공하는 내용의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전 장관은 4월 21일 “(해당 공약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준다는 것은 오해”라면서 “이런 비판이라면 (정책) 아무것도 안 해야 한다. 모든 정부 지출이나 재정이 미래(세대) 것을 당기는 거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과 똑같다”며 날을 세웠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김 전 장관은 6070세대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며 “고령층을 겨냥한 공약을 내는 것은 김 전 장관 측 입장에선 무척이나 당연한 선거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 원장은 “‘공약가계부’를 만들어 공약을 발표하도록 해야 한다”며 “발표하는 공약은 반드시 재원 소요와 재원 조달 방법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선거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 공약가계부가 이행되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에 실렸습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2025-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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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무속 논란’에 대선 주자들 종교에도 이목 쏠려

    무교로 알려진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당시 국민의힘 경선 후보 TV 토론에서 왼쪽 손바닥에 ‘왕(王)’ 자를 적고 나와 무속 논란에 휩싸였다. 윤 전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이전 등과 관련해서도 무속 관련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누구나 종교의 자유가 있지만 대통령은 국정을 이끌어가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종교는 공적 사안이 될 수밖에 없다. 대선 주자들의 종교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대선 정국 종교는 ‘핵심 표밭’대선 정국이 되면 대선 주자들은 기독교, 가톨릭, 불교 등 각 종교계 수장을 방문해 조언과 지지를 구한다. 표의 규모, 조직력, 응집력 등 모든 면에서 종교계는 이른바 ‘핵심 표밭’이기 때문이다. 미운털이 박힌 정치인을 낙선 운동 등을 통해 가장 강력하게 응징하는 집단도 종교계다.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선거를 앞둔 대선 주자들과 종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4월 20일 부활절 때도 각 당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교회를 찾거나 관련 메시지를 냈다. 2024년 기준 한국 기독교 신자는 828만 명으로 이는 전체 인구의 16.2%에 해당한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영남권 순회 경선을, 국민의힘 후보들은 경선 토론회를 앞두고도 바쁜 시간을 쪼개어 미사나 예배 현장을 찾았다. 영남권을 방문 중이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울산 중구 병영교회에서 열린 부활절 예배에 참석했다. 국민의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서울 구로구 연세중앙교회에서 부활절 예배를 드렸다. 대구를 방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 부활절 연합예배에 모습을 드러냈다.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를 찾아 부활절 예배를 드렸다. 기독교 신자인 한 권한대행은 비서실, 공보실 등 관계자를 대동하지 않고 조용히 예배를 드린 것으로 전해졌다.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기독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가톨릭 신자다. 국민의힘 김문수 전 장관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기독교, 안철수 의원과 한동훈 전 대표는 가톨릭 신자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가톨릭 신자다.이재명 전 대표는 어머니와 배우자 김혜경 씨가 기독교 신자라며 “아내 덕에 2005년 뒤늦게 주님을 영접했다”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이 시장으로 재직했던 경기 성남시의 예장합동 소속 분당우리교회 예배에 참석해왔다. 김문수 전 장관은 무교에서 가톨릭을 믿다가 기독교로 개종했다. 김 전 장관은 1980년대 노동·학생운동을 하면서 수배됐을 때 가톨릭 시설에 은신한 것이 계기가 돼 세례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됐다. 그러다 2018년 기독교로 개종했다. 개종 이유에 대해 그는 2020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부지만 가톨릭 강론을 듣다 보면 좌파적 시각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내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땐 가톨릭에서 4대강을 반대한다고 970일 동안 매일 미사를 드렸다. 가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독교 신자 홍준표, 불교와도 인연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기독교 신자다. 그는 과거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1997년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출마했을 때 서울 광성교회에서 김창인 목사를 만나 교류하며 기독교 신자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서울 동대문을 지역구 국회의원 시절, 배우자 이순삼 여사와 전농감리교회에서 집사 직분을 임명받아 10여 년간 해당 교회에 출석했다. 홍 전 시장은 2017년 3월 ‘불교신문’과 인터뷰에서 자신은 기독교 신자지만, 독실한 불자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불교와도 인연이 깊다고 밝힌 바 있다.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30일 가톨릭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한 자리에서 부모의 영향으로 성당에 다녔던 경험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청주에 살 때 수동성당에서 제라드 해먼드(한국명 함제도) 신부님 곁에서 복사(服事: 미사 때 사제를 도와 시중을 드는 것)를 했었다. 세례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세례명을 ‘토마스 아퀴나스’라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4세 때 충북 청주로 이사해 청주 운호국민학교를 다니다가 4학년 때 서울로 전학했다. 안철수 의원은 특별히 믿는 종교가 없다가 20대 대선 직후 가톨릭 신자가 됐다. 2017년 대선 과정에서 안 의원은 “외가는 독실한 불교 신자고, 처가는 독실한 가톨릭 집안인데 나는 딱히 종교가 없다”고 말했다. 이후 안 의원은 2017년 10월 국회 경당(주임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성당)에서 서울대교구 국회 전담 사제인 백충열 신부가 집전한 세례성사를 받았다. 안 의원은 서울대 의대에 다닐 때 가톨릭 학생회에서 활동했다.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를 만난 것도 가톨릭 단체에서 봉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준석 의원은 2016년 1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어린 시절 사진을 공개하며 자신이 가톨릭 신자임을 알렸다. 당시 그는 “이제 교적을 옮기면 거주지 기준으로 노원 성당으로 가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어린 시절 꾸준히 다녔던 상계동 성당으로 가야 하는 것인가. 어릴 때 고해성사 방에 들어가서 놀다가 보좌신부님한테 걸려 혼났던 기억의 상계동 성당이 끌리기는 한다”는 글을 올렸다. 세례명이 ‘안드레아’인 이 의원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이 기사는 1486호에 실렸습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2025-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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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김문수 ‘대선 3수’, 안철수 ‘4수’ 도전… ‘대선 경험치’의 힘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 4수생 출신이다. 1971년, 1987년,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네 번째 도전인 1997년 대선에서 신한국당(현 국민의힘)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은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이 슬로건은 15년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준비된 여성 대통령’으로 부활했다. 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출마 경험이 쌓인 정치인은 신예보다 선거 운영 능력이나 위기 대응 능력이 더 뛰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상대가 첫 출마라면 이 같은 강점을 어필하는 전략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반면 대선 첫 도전에서 대권을 거머쥔 노무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새바람’을 앞세웠다. 역대 대선 경선 최초로 당원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참여하는 ‘국민경선’을 거쳐 대선 후보가 된 노 전 대통령은 ‘국민 후보’라는 수식어와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윤 전 대통령의 슬로건은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이었다. 정치권 인사들에 따르면 처음 대선에 도전하는 정치인은 유권자에게 새로운 인물이 주는 변화와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다. 특히 기존 정치인을 향한 피로감이 클수록 ‘신인 프리미엄’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1987년 이후 첫 도전 vs 재도전 : 4 대 4 팽팽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치른 8번의 대선 결과를 살펴보면 노태우, 노무현, 이명박, 윤석열 전 대통령 등 4명은 단번에 대통령에 당선했다(표 참조).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3수, 김대중 전 대통령은 4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수 끝에 대권 꿈을 이뤘다. 6월 3일 치르는 21대 대선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번 조기 대선에서 국민은 유경험자를 선택할까, 아니면 대선 신인들의 새바람에 손을 들어줄까.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시되는 이재명 전 대표는 2017년, 2022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대선 도전이다. 김두관 전 의원도 2012년, 2022년 대선 경선에 참여했고, 이번에 세 번째 경선을 치른다. 국민의힘 김문수 전 장관, 홍준표 전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도 3수생이긴 마찬가지다. 여기에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4수생,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두 번째 대권 도전이다. 반면 민주당 소속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첫 대권 도전에 나선다.천차만별, 21대 대선 주자들의 ‘대선 경력’이번 대선에서 유력 주자들을 살펴보면 유경험자가 첫 도전자보다 훨씬 많다. 이재명 전 대표는 2017년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안희정, 최성 후보 등과 함께 경선 레이스를 펼쳤지만 문·안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2022년 대선에선 당의 최종 후보로 선출됐으나 본선에서 0.73%p(약 25만 표) 득표율 차이로 윤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김문수 전 장관은 2012년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새누리당 경선에 출마했지만 당 후보로 선출되지 못했고, 2017년 자유한국당 경선에서는 홍준표 후보에게 밀려 경선에서 탈락했다.안철수 의원의 대권 도전은 이번이 네 번째다. 그는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무소속으로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다가 중도 하차했고, 2017년에는 국민의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21.41% 득표율로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2022년 대선에서는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대선 출마 경험이 여러 번 있다는 것이 ‘안정적’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반대로 유권자에게 ‘피로감’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이 두 번째 대권 도전이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경선에 출마했지만 본경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다. 첫 도전에 나서는 신예들도 있다. 친문(친문재인)계의 지원을 받는 김경수 전 지사는 출마에 무게추를 두고 출마 선언 시점을 조율 중인데, 김 전 지사가 공식 출마 선언을 하면 그의 첫 대권 도전이 된다. 한동훈 전 대표도 첫 대선 경선 참여다. 그는 검사, 법무부장관 등 오랫동안 공직자로 일했지만 아직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을 맡은 경험이 없다. 이준석 의원은 3월 31일 만 40세 생일을 맞았다. 만 40세 이상으로 규정된 대선 출마 자격을 비로소 얻은 이 의원은 3월 18일 개혁신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유력 주자 가운데 유일한 40대인 이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원내정당 대선 후보 가운데 최연소 출마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 ‘40대 대통령’은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뿐이었고, 민주화 이후 40대 대선 당선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 기사는 1484호에 실렸습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202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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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야권 일각 “대검청사를 임시 대통령실로 활용”… 대선 주자들 용산 기피에 청와대 복귀론 부상

    “본관, 영빈관을 비롯해 최고 정원으로 불리는 녹지원과 상춘재를 모두 국민 품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2022년 3월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영빈관 신축과 합동참모본부 이전 등을 모두 합치면 그 비용이 1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불필요한 이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국민의힘 내부 “청와대로 돌아가야”논란 속에 문을 열었던 용산 대통령실이 윤 전대통령 파면과 함께 2년 11개월 만에 다시 문을 닫을 가능성이 커졌다. 조기 대선일이 6월 3일로 정해진 후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도 잇따라 대통령실 재이전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민주당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용산 대통령실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윤 전대통령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인 데다, 보안상 허점이 많고 각종 ‘주술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이유에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가는 데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4월 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어느 정당이 집권하느냐를 떠나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대통령실 자리가 용산이어야 한다는 데 대다수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국민의힘 대선 주자 사이에서도 ‘용산 대통령실불가론’이 우세하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4월 8일 시장 퇴임식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용산 (대통령실)은 불통과 주술의 상징이 돼버렸다”며 “당연히 청와대로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도 4월 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청와대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며 “청와대 규모를 좀줄여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또 경호를 잘하게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 집무실 이전에 부정적이다. 오 시장 측관계자는 “대통령실을 이전하려면 상당한 금액의 예산이 필요하다”면서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실 이전에 세금을 낭비하는 것을 국민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용산 불가론’을 주장하는 대선 주자들은 대통령집무실을 세종으로 옮기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세종으로 대통령실 이전은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는 동시에, 대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민심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세종 대통령실’을 공약한 바 있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도 지난달 대전을 방문해 “청와대, 여의도 국회를 합친 명품 집무실을 구축해 세종을 국민 통합의 장으로 만들자”고 말했다.정부서울청사로 대통령실 이전 시 휴대전화 ‘먹통’하지만 대통령 집무실 세종 이전은 대규모 공사가 필요하다는 점 등 여러 제약 조건으로 신속히 성사되기가 어렵다. 개헌 등 복잡한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러한 점에서 일단 ‘청와대 재이전’론에 정치권의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야권에선 ‘임시 대통령실’도 논의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에 그대로 들어가는 건 말이 안 된다. 청와대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보안시설 정비 등 리모델링을 하는 데 수 개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청와대로 복귀하려면 지하벙커 내 위기관리센터를 복구해야 하고, 군사시설보호·방공구역을 재설정해야 한다. 그는 이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용산 대통령실이 아닌 제3 장소를 대통령실로 정하는 것으로 여야 대선후보가 합의하고, 취임 직후 즉각 사용할 수 있는 임시 대통령실을 마련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야권 내부에선 구체적인 ‘임시 대통령실’ 후보지를 두고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먼저 정부서울청사가 후보지로 거론됐지만 시민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고 한다. 대통령 경호실은 대통령이 머무는 장소로부터 반경 100~200m 지역의 휴대전화 전파를 차단한다. 전파를 이용한 폭발물 테러 등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서울청사를 임시 대통령실로 사용할 경우 광화문광장 또는 인근 도로, 식당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휴대전화가 먹통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 집무실 주변 집회 금지 규정으로 광화문광장 이용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이 때문에 야권 내부에선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대검찰청 청사도 여러 임시 대통령실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거론됐다고 한다. 대검 청사는 시민들이 오가는 도로와 100m가량 떨어져 있고, 외부인의 접근이 어렵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부지 안에는 부속 건물도 여러 동 있다. 야권 관계자는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 대검이 꼭 서울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차제에 대검의 세종 이전도 함께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국혁신당은 국가 균형 발전을 강조하며 대검의 지방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체계적으로 이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 한 인사는 “여야 대선 주자들이 대통령 집무실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보다는 대통령실의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더 신경 써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 등이 참여하는 범국가 차원의 기구를 설치하고 거기서 추진해야 흔들림 없이 일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1484호에 실렸습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202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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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선거법 사법리스크, 대선 출마 장애물 안 될 듯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있는 사법리스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선 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의 대선 출마에 파란불이 켜진 형국이다.‘6·3·3 원칙’ 지켜도 이미 대선 끝이 대표는 3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민주당에선 이 대표 대선 가도에 걸림돌이 사라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이 항소심 재판부의 무죄 선고 직후 일주일 기한인 상고장을 하루 만에 제출하고, 서울고법 역시 검찰 상고 하루 만에 소송기록을 대법원에 접수하면서 상고심 재판이 속도를 내는듯 보였다. 보수 진영에서는 검찰과 법원이 ‘신속 재판’ 의지를 보인 만큼 조기 대선이 실시되더라도 그 전에 이 대표에 대한 3심 선고가 내려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선거법 사건은 ‘6·3·3 원칙’(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이내 판결)을 따르게 된다. 실무상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이 원칙을 따르면 대법원은 6월 26일 이전에 3심을 선고한다. 그런데 4월 4일 헌재가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고 이제 60일 내, 즉 6월 3일까지는 차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법조계에선대법원이 대선 전에 이 대표 관련 사건의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무죄 확정 또는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등 어떤 판단을 내리더라도 대선 직전 유권자의 판단에 사법부가 개입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선거운동 기간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모든 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며 “보수적인 법원 조직, 특히 대법원이 ‘3심 3개월’ 규정도 채우지 않은상태에서 서둘러 최종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민주당 내부에선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하더라도 사실상 추대에 가까운 요식 행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지금까지 의미 있는 지지율이 나오지 않던 비명(비이재명)계가 짧은 경선 기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당내 조직 기반을 강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경선을 하더라도 거의 이 대표 추대 분위기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이 기사는 1483호에 실렸습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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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오·팬덤정치’의 값비싼 청구서, 정치테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3월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민주당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으니 몸조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는 것을 겨냥한 말이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 방탄복을 입고 참석했다. 민주당 정치테러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전현희 최고위원은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경찰과 민주당 측 요청에 따라 이 대표가 방탄복을 입고 회의에 함께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최근 의원들에게 이 대표의 신변이 위험하다는 제보 문자메시지가 전송됐다. 제보 문자메시지에는 “북파공작부대(HID), 707특수임무단 요원들이 러시아제 권총을 밀수해 이재명 대표를 암살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팬덤정치’ 확산 이후 본격화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면서 주요 정치인을 겨냥한 정치테러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3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온라인에서 양쪽(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협박하는 사건이 꽤 많다”며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나 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적극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고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고조되는 정치테러 위협을 정치적 양극화의 극단 사례로 보고 있다. 특정 정당이나 인물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폭력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인을 중심으로 한 ‘팬덤정치’가 확산하면서 상대를 겨냥한 증오정치도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해방 공간에서나 난무하던 정치테러가 다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것도 2000년대 이후 한국 정치에서 팬덤정치가 본격화된 이후다(타임라인 참조). 2006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 커터칼 피습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앞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이때 한 40대 남성이 박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커터칼을 휘둘러 얼굴에 10㎝가량 깊은 상처를 입혔다. 박 전 대통령이 치료 후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대전은요?”라고 말한 것은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70대 남성에게 둔기로 가격당하는 일도 있었다. 송 전 대표는 2022년 3·9 대선을 이틀 앞둔 3월 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 광장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가 검은색 비닐에 망치 모양의 둔기를 싸온 70대 남성에게 4차례 가격당했다.‌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 경내에서 폭행을 당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2018년 5월 국회 본청 앞에서 ‘드루킹 사건’ 특검을 요구하는 단식을 하던 중 30대 남성이 휘두른 주먹에 얼굴을 맞았다. 피습 후 당시 여야 원내대표는 드루킹 특검법 처리에 합의했다.‌지난해에는 같은 달에 여야 의원이 각각 피습을 당했다. 이재명 대표는 1월 2일 부산 방문 일정 중 60대 남성으로부터 목 부위를 흉기로 찔렸다.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치료를 한 뒤 서울로 이송돼 서울대병원에서 수술과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후 23일 만인 같은 달 25일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서울 강남구 한 건물에서 10대가 돌덩이로 머리를 공격,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 분위기도 한 요인최근 정치테러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해방 직후 정치테러는 대체로 정치인들의 당내 권력 투쟁 과정에서 벌어졌는데, 지금은 상대 진영에 일방적으로 증오와 혐오를 표출하다가 폭력으로 분출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특정 진영의 강성 지지자나 일반인이 가해의 중심에 서고 있다는 얘기다.‌정치 전문가들은 ‘확증편향적’ 증오·혐오 정치가 급기야 일반인을 정치테러 가해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윤 교수는 “관용의 정치가 사라졌고 민주적 절차와 제도에 대한 신뢰도 무너지고 있다”며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 분위기에서 일부가 폭력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손쉬운 진영 중심 증오정치의 부메랑”실제 거리의 군중을 흥분케 하려고 발언 수위도 연일 높아지고 있다. 최근 열린 탄핵 관련 집회에서 ‘탄핵 반대’ 유튜버 한정석 씨는 “탄핵이 인용되면 그야말로 한강이 피로 물드는 내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고, ‘탄핵 찬성’ 유튜버 ‘사장 남천동’은 “기각되면 총을 드는 수밖에 없다” “총 들고 주요 요인을 암살하겠다”고 말했다.‌과거 정부의 대통령정무수석실에서 근무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최근 주요 선거를 분석해보면 A당 후보가 이런 면에서 좋아서 찍었다는 ‘긍정적 투표’보다 B당 후보가 선출되는 건 절대 참을 수 없어서 A당 후보를 찍었다는 ‘부정적 투표’ 성향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정치인들은 네거티브 캠페인이 표를 결집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증오와 선동의 언어들을 방치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비전과 대안 경쟁은 뒷전이고 공격을 퍼붓는 것으로 지지층을 자극해 손쉽게 정치적 이익을 누리려 한 정치권이 ‘청구서’를 받아 든 것이라는 해석이다.‌증오·혐오 정치는 대규모 폭력 사태로 표출되기도 한다. ‘2021년 미국 의사당 난입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선거에서 패배하자 트럼프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에 불복해 의회에 난입한 사건이다. 유혈 사태로 확대돼 6명이 사망했다.정치권 한 인사는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타도하자’라는 워딩은 정치적 표현인데, 심리적으로 취약한 이들은 현실에서 정말 타도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그래서 외로운 늑대나 급진적인 개인이 폭력 사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유명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는 개인의 심리적 문제가 투영된다는 진단도 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해망상이나 왜곡된 신념 등 개인이 가진 내면의 심리적 특성이 유명 인사를 공격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공 교수는 “극단적 주장을 펴는 유튜버 등 유해한 매체에 대한 정화가 우선 필요하다”며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피해의식을 가진 분들을 대상으로 한 공공 차원의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도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이 기사는 1481호에 실렸습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202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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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석방’에 與野 조기 대선 준비 ‘일단 멈춤’

    윤석열 대통령 석방 후폭풍이 거세다. 당초 3월 14일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 아래 물밑에서 경선 준비에 한창이던 여야는 ‘윤 대통령 석방’이라는 돌발 변수를 만났다. 탄핵 찬반 집회와 정치권 대립이 격화되고, 조기 대선 분위기가 주춤하면서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이들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與野, 헌재 시간표에 촉각원내 정당 가운데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개혁신당이다. 3월 7일 ‘경선 레이스’에 돌입한다고 밝힌 개혁신당은 이준석 의원을 대선 후보로 정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3월 12일까지 예비경선 후보 등록 신청을 마감한 결과 이 의원이 단독으로 접수했고, 개혁신당은 전 당원 찬반 투표를 통해 이 의원을 당 대선 후보로 결정하기로 했다. 3월 16~17일 이틀에 걸쳐 투표를 실시해 과반 이상 찬성을 얻으면 이 의원은 3월 18일 개혁신당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된다. 함익병 개혁신당 선거관리위원장은 “큰 선거를 치른 적이 없는 정당이라 서두른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적절한 시점이 되면 탄핵 인용이 불가피하다는 게 개혁신당 입장”이라고 말했다.‌개혁신당을 제외한 나머지 원내 정당들의 조기 대선 준비는 ‘일단 멈춤’ 모드로 전환했다.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던 진보 진영 야당들은 윤 대통령 석방으로 정국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인식 아래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공동 전선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조국혁신당 등 군소 야당이 군불 때기에 나섰던 범야권 대선 후보 통합 경선론(오픈프라이머리) 역시 윤 대통령 석방과 동시에 수면 아래로 내려간 모양새다.‌‌‌중도·보수층 소구 전략을 펴며 사실상 조기 대선 행보에 속도를 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대선을 겨냥한 공개 일정을 줄였다. 이 대표는 월·수·금요일 열리는 정례 최고위원회의나 자신의 재판 일정에 참석하는 정도의 일정만 소화하고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상식적으로는 3월 21일 전에는 헌재 결정이 나올 것이라 보지만 누구도 일정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헌재 결정 때까지는 대선이나 경선과 관련된 언급은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국민의힘 주자들 역시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우파 성향 지지층이 윤 대통령 중심으로 다시 결집하며 여권 내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대통령의 영향력이 커지자, 이를 의식한 듯 당내 주자들은 윤 대통령 석방 후 공개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는 ‘신중 모드’로 전환했다. 전국에서 북콘서트를 열기로 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3월 5일 서울, 10일 부산 북콘서트 이후 추가 일정을 잡지 않았다. 탄핵심판 전까지 잠정 중단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개헌 관련 토론회를 주최하는 등 활발하게 정치 메시지를 내온 오세훈 서울시장도 공개 일정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조기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던 홍준표 시장도 최근 예정된 기자간담회 일정을 연기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섰다.탄핵 결정 시 순식간에 대선 국면으로수도권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선 주자들로서는 섣불리 대권 행보로 비치는 모습을 보였다가 향후 경선 승패의 키를 쥔 강성 지지층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클 것”이라며 “헌재의 탄핵 결정이 나올 때까지 윤 대통령과 강성 지지층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그럼에도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해 윤 대통령을 파면하면 지금의 ‘탄핵정국’은 순식간에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된다. 헌재가 3월 중순까지 탄핵심판을 인용하면 60일 이내인 5월 중순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조기 대선은 선거일까지 일정이 워낙 촉박하기 때문에 선거 캠페인이 최대한 압축적으로 진행되고, 경선도 속성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19대 대선은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헌재 결정으로 파면된 이후 두 달 만인 같은 해 5월 9일 치렀고, 각 당 대선 후보는 대선일 한 달 전에 모두 결정됐다.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4월 3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3월 31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4월 4일,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3월 28일 확정됐다. 3월 중 조기 대선이 확정된다면 이번 21대 대선에서도 2017년과 비슷한 시기에 각 당 대선 후보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202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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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조기 대선’ 가능성…법조계 “대선 전에 이재명 선거법 확정 어려워”

    윤석열 대통령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재판이 모두 종결됐다. 선고 일정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수 있는 만큼 헌재와 사법부의 시간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대법 상고·송달 등 절차에만 한 달 이상 걸려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 날짜가 정해졌다. 서울고법 형사 6-2부(재판장 최은정)는 3월 26일을 선고 기일로 잡았다. 이제 정치권 관심은 이 대표의 정치생명을 가를 대법원 확정 판결이 대선 전에 내려질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여야 정치권은 헌재의 대통령 탄핵소추 인용을 전제로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2월 25일 변론 절차가 마무리된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은 3월 중하순쯤 내려질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전망이다. 탄핵소추가 인용되면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 후임자를 선거한다”는 헌법 제68조에 따라 5월 중하순 21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정확한 대선 날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재 결정 열흘 안에 공고한다.‌공교롭게도 예상되는 조기 대선 시점과 이 대표의 대법원 확정 판결 시점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표 참조). 이 대표는 1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도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량을 선고받고 상고심 형이 조기 대선일 전에 확정된다면 이 대표는 차기 대선을 포함해 향후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그렇지만 법조계에선 최종 판단 결과를 떠나 “5월에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그 전에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법 절차를 따져볼 때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선거법 사건 1심은 6개월 이내에,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이른바 ‘6·3·3’ 원칙이다. 재판부가 이 원칙을 지킨다 해도 이 대표에 대한 확정 판결은 6월 말 내려진다.‌현실은 이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1월 15일 1심이 선고된 점을 고려할 때 2심은 2월 25일 이전에 선고가 내려졌어야 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판 개시 후 기일을 미리 지정하고 매주 재판을 여는 등 속도감 있게 심리를 진행했지만, 그래도 강행규정보다 한 달이 더 걸렸다.‌우선 피고인이 상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한은 항소심 선고일로부터 일주일 이내다. 일주일을 채워 상고장을 제출하면 고등법원은 그때부터 14일 이내에 소송기록과 증거물을 대법원에 송부해야 한다. 그 뒤 대법원은 피고인과 검찰에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송달하고, 이를 수령한 양측은 20일 이내 상고이유서를 낸다. 이때부터가 본격적인 상고심 시작이다. 통상의 경우 상고심 개시에만 길게는 한 달 반 가까이 걸리는 것이다. 이후 대법원은 주심 대법관을 배당하고 이와 함께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의 기록 검토가 시작된다.4월 후보 선출 및 공식 선거운동 시작대법원 근무 경력이 있는 한 중견 변호사는 “과거 사례를 봐도 선거법 사건의 경우 3개월 안에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진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소송법과 법원 절차상 물리적으로 6·3·3 원칙을 지키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각 당의 대선 후보 선출 시기도 한 이유로 거론된다. 5월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 각 당은 3월 중순부터 내부 경선에 돌입하고, 늦어도 4월 초중순이면 모든 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른 2017년 5·9 대선 당시 민주당은 4월 3일 문재인 전 대표를 후보로 선출했다. 이후 각 당 대선 후보는 선거일 24일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로 등록한다. 5월 중순 대선을 치른다면 4월 말이 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했는데 만약 그 후 대법원이 후보 자격을 박탈하면 민주당은 새로운 후보를 낼 수 없다. 사실상 국민의힘 후보가 무투표 당선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이 무리해서 선고 일정을 앞당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다만 상고심 재판은 서류 재판으로 진행되는 만큼, 신속한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대법원으로서는 부담이다. 수도권 한 부장판사는 “정치 상황과 상관없이 결론을 내겠다는 대법원 의지만 있다면 대선 전 판결 확정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라며 “대선 과정에서 벌어질 논란과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대법원이 대선 전 유무죄 판단을 내리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이 기사는 1478호에 실렸습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202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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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탄핵 정국에도 ‘정권 교체’보다 더 높은 ‘정권 연장’ 여론

    민심의 이동일까, 아니면 보수층 결집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까.‌12·3 비상계엄 사태 전후로 정당 지지율 변화가 극심하다. 계엄 사태 직후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크게 올랐지만, 해가 바뀐 뒤에는 국민의힘 추격세가 거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구속 국면에서도 국민의힘의 재집권이 가능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2배 앞섰던 ‘교체론’ 한 달 새 뒤집혀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48.6%)이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46.2%)를 역전한 여론조사 결과가 1월 20일 처음 나왔다(그래프 참조).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1월 16~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인 지난해 12월 26~27일 실시된 같은 조사에선 정권 교체론(60.4%)이 정권 연장론(32.3%)을 2배 가까이 앞섰는데, 이후 격차가 23.7%p(1월 2~3일)에서 11.7%p(1월 9~10일)로 좁혀졌다. 그리고 오차범위 안이지만, 이번 조사에선 순위가 뒤집혔다.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힘이 46.5%로 더불어민주당(39.0%)을 오차범위 밖인 7.5%p 앞질렀다.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선포에 이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 비춰보면 정권 연장론이 이처럼 높게 나타난 것은 이례적이다.‌여론조사상 나타나는 이 같은 보수 결집 현상은 조사 방법과 기관을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국갤럽, NBS 등 주요 여론조사 전문업체에서도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모두 높게 집계됐다.‌정기남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탄핵소추 의결부터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3개월간 찬반 여론이 크게 변하지 않았던 것과 확연히 다른 양상”이라며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보수 지지층이 ‘샤이 보수’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선 이들이 ‘샤우팅 보수’로 바뀌어 여론조사에 적극 응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위로 독주하고 있지만 30%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 보수 진영에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권주자로 깜짝 부상했다.‌한국갤럽이 1월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범보수권에서는 김 장관이 7%를 얻어 지난주(8%)에 이어 연속으로 보수 후보군 중 1위를 지켰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각각 6%, 오세훈 서울시장 4% 순이었다. 1위는 이재명 대표(31%)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 김 장관 1위는 비단 한국갤럽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 다수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탄핵 정국서 조기 대선 국면으로이 대표는 다자 구도에서 큰 격차를 두고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권 후보와의 일대일 대결에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시사저널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1월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에게 조기 대선이 열린다는 전제로 ‘이재명 대표 대 김문수 장관 양자 대결 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 김 장관은 46.4% 지지율로 이 대표(41.8%)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격차는 4.6%p로 오차범위 내(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다. 이 조사에선 이 대표(43.0%)와 홍준표 대구시장(43.7%), 이 대표(42.7%)와 오세훈 서울시장(41.1%)의 양자 대결 역시 오차범위 내 초박빙 구도를 보였다.‌이에 대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보수 지지자들이 ‘이 대표에게 정권이 넘어가는 것은 막자’는 생각으로 여론조사에 적극 응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 등으로 보수층이 결집했지만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으면서도 속내는 복잡하다. 이 같은 민심이 이어진다면 정권 교체를 노리는 민주당엔 적신호가 켜진 것이나 다름없어서다.‌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당이 능력이 없어 보이고, 무책임하고, 혹은 (상대를) 거칠게 조롱하는 과정에서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이동하게 만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보수 지지층이 결집한 효과”라면서 “윤 대통령 탄핵 정국이 다음 단계인 조기 대선 국면으로 진입한 것”이라는 의견에 대체로 공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난해까지 국민의 심판 대상이 윤 대통령이었다면, 이제는 이 대표에게 눈길이 돌아간 것”이라며 “국민은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큰 이 대표를 향해 ‘대통령 자격이 있느냐, 잘할 수 있느냐’는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이 기사는 1474호에 실렸습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2025-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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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두환, 고향 합천에서 체포… 박근혜·이명박, 구속되며 수감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12월 31일발부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부터 체포영장 발부까지, 모두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전례가 있다. 과거 대통령들이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순간을 되짚어봤다.● 全 “내가 누군데 깡통에 오줌을…”1995년 12월 3일 새벽. 군 형법상 반란수괴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안양교도소로 향하는 검찰의 호송용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고향인 경남 합천에서 교도소까지는 300여㎞에 이르는 먼 길이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상 수갑을 채우진 않았지만 육중한 체격의 검찰 수사관들이 양 옆에서 그의 팔짱을 꼈다. 전 전 대통령은 호송차 뒷좌석에 끼여 앉은 채 교도소로 압송됐다. 그 해 11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역사 바로 세우기’를 앞세워 5·18 특별법 제정을 주도했고, 12·12 쿠데타에 대한 단죄에 나섰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했던 검찰은 특별법에 따라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전 전 대통령의 사저인 서울 연희동으로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특수본이 보낸 소환장이 도착했다. 검찰 조사에 반발하던 전 전 대통령은 2일 오전 9시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 측근들과 연희동 자택 앞에서 이른바 ‘골목성명’을 발표한 뒤 고향 합천으로 내려갔다. 고향의 선영에 성묘를 간다는 게 이유였다. 검찰의 추적 또한 만만치 않았다. 2일 밤 전격적으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 받은 검찰은 영장집행을 위해 서울지검 1차장과 수사관들을 합천으로 급파했다. 실탄을 갖고 있는 전 전 대통령 경호원들은 경찰이 무장해제를 시키기로 했다.전 전 대통령은 고향 마을 5촌 조카 집에 머무르고 있었다. 집 앞을 막아선 지지자들은 욕설과 함께 수사관들의 진입을 막았다. 경찰이 확성기를 통해 “정당한 법집행을 방해하는 것은 범법행위”라며 협조를 당부했고, 수사관들은 가까스로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3일 오전 6시. 체념한 듯 무표정한 표정으로 집 밖으로 나온 전 전 대통령은 수사관들과 함께 호송차에 올랐다. 검찰은 일반 호송차로 사용하던 소형차 대신 중형차를 준비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였다. 장거리 압송에 대비한 소변용 깡통도 준비했다. 검찰 차량을 뒤따르는 취재진의 보도경쟁, 혹시 모를 지지자들과의 충돌 등을 우려해 휴게소에 멈추지 않고 교도소까지 직행하기로 한 계획 때문이었다. 중간에 화장실에 들르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전 전 대통령에게 수사관들이 미리 준비한 깡통을 내밀자 그는 “내가 어떻게 여기에 오줌을 쌀 수 있느냐”고 거절했다고 한다. 4시간 넘게 쉬지 않고 달린 호송차는 오전 10시 반경 안양교도소에 도착했고, 그는 구속 수감됐다.● 영장실질 거부한 李, 눈물 흘린 朴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최근 사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등 10여 가지 혐의로 2018년 3월 23일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거부한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서류 검토만으로 구속 결정을 내렸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대기하던 이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동부구치소로 이송수감됐다.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기 1년쯤 전인 2017년 3월 31일 구속됐다. 박 전 대통령은 같은 달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고,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전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 8시간 40분에 걸친 심문 과정에서는 “어떻게 하면 아버지가 목숨 바쳐 지켜 오신 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까 하는 생각 뿐이었다”라며 결백을 호소했다. 하지만 다음 날 새벽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독방에 들어가기 직전 한참 동안 선채로 눈물을 쏟았고, 교도관들이 박 전 대통령을 설득해 방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고 한다. ● 수갑 찬 朴, 안 찬 李이 전 대통령은 2018년 5월 23일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구속 62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대통령은 수갑과 포승줄 없이 호송차에서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 날짜도 5월 23일로 똑같았다. 그러나 1년 전 박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채 같은 법원, 같은 법정에 들어섰던 모습과는 달랐다. 수갑을 박 전 대통령은 차고 이 전 대통령은 안 찬 까닭은 무엇일까. 교정당국은 차별 대우가 아니라 이 전 대통령의 법정 출석 직전인 2018년 4월 개정된 수용 관리 및 계호 업무 등에 관한 지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여성 등은 구치소장의 허가 하에 법정 출석 시 수갑이나 포승을 하지 않을 수 있고, 당시 77세 였던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장의 허가 하에 수갑과 포승줄을 하지 않고 출석했다는 것이다.[이 기사는 에 실렸습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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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길진균]‘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지역당’ 고착화돼 가는 與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12월 9일 탄핵안이 가결되자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고 “저의 부덕과 불찰로 이렇게 큰 국가적 혼란을 겪게 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했다. 당시 여당 대변인은 ‘사죄’ 표현과 함께 “오로지 국민 눈높이에서 환골탈태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로 헌정질서를 위협했다. 8년 전 탄핵과 비교할 때 사유가 더 엄중하고 명확하다. 그런데 당 분위기가 과거와 다르다. ‘1호 당원’ 대통령이 탄핵된 데 대한 사과나 반성의 메시지는 없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한 직후부터 국민의힘은 지금껏 당내 주도권 다툼에 몰두하고 있다. ‘배신자 프레임’이 그것이다. 3년 뒤 지역구 표심만 보는 정치인들 국민의힘 의원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엔 얼마 전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겨냥해 “민주당 부역자는 (당에서) 덜어내자”라거나, “90명이라도 똘똘 뭉치자”는 글이 올라왔다. 의원들의 개인 SNS엔 “쥐××” 같은 더 심한 말들이 넘쳐난다. 탄핵안 표결 직후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탄핵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을 향해 “의총장에서 나가라”는 고함이 쏟아졌고, 심지어 “한 명씩 일어나 찬반, 기권 등을 밝히자”는 주장까지 나왔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왜 이럴까. 국민의힘에 속한 대다수 정치인들의 관심이 ‘국민의 민심’이 아닌 ‘3년 뒤 지역구 표심’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민 다수에게 비난을 받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남이가’ 또는 ‘저 자는 배신자’라는 한마디가 지역에서 표를 얻는 데 더 유리하다고 믿는 것이다. 민심과의 괴리는 그래서 생긴다. 이는 영남·강원권에 의석이 집중된 국민의힘의 지역 기반과도 관계가 깊다. 지금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90명 가운데 영남·강원 의원이 72.2%에 이른다.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122석 중 19석을 얻는 데 그친 반면, 영남·강원에선 73석 중 65석을 얻었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 안에선 영남 주류의 뜻에서 벗어나게 되면 당 대표나 지도부도 생존할 수 없게 됐다. 현 정부 출범 이래 2년 7개월여 동안 약 3개월에 한 번꼴로 당의 얼굴이 바뀐 것도 이 때문이다. 당의 혼란이 커질수록 주류 곁에 바짝 붙어 있어야 안전하다고 생각한다.‘지역 소수당’ 재집권-국정운영 어려워 2016년 총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 계열 보수 정당은 사실상 지역 소수 정당으로 그 위상이 떨어졌다. ‘배신자 프레임’이 등장하고, ‘진박 공천’이 당내 화두로 떠오른 시기다. 이후 보수 정당은 점점 쪼그라들었다. 전 국민을 향해 환골탈태를 외쳤지만 당의 미래, 쇄신이 달린 당 주도권 다툼에선 소수 강경 지지층의 목소리를 등에 업은 ‘배신자 프레임’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 결과가 총선 내리 3연패다. 2016년 새누리당의 수도권 의석은 37석이었지만 지금은 19석밖에 안 된다. 수도권에서 83석을 얻어 당내 지역구 당선자의 55%를 수도권이 차지했던 2008년과 비교하면 같은 정당이 맞나 싶을 정도다. 이대로라면 국민의힘은 다수당이 되기 어렵다. 설령 대선에서 다시 승리하더라도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또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전국지표조사(NBS·12월 16∼18일 조사)를 보면, 78%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가 ‘잘된 결정’이라고 답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대해 ‘가급적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68%에 달했다. 거의 모든 국민이 느닷없는 계엄 선포에 놀랐고 대다수가 조속한 헌정질서 회복을 원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안에선 여전히 “탄핵까지 갈 사안이 아니다”는 의원들이 대다수다. 국민의힘은 수도권과 중도를 아우르는 정상적인 수권 정당의 길을 포기한 것인가.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 202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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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 초대석]“이대로면 정권 무너질 수도… ‘특단의 특단’도 부족”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임기 반환점을 맞는다. 연금, 의료 등 4대 개혁과 민생경제, 외교 안보 이슈 등을 조명할 시기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장외집회를 열고 여론 결집에 나선 야당은 “탄핵” “하야”를 외치고 있다. 대선 후보 단일화를 거쳐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4대 개혁 하나도 제대로 된 것 없다” ―윤석열 정부가 반환점에 왔다. 총평을 먼저 해달라. “한마디로 말하면 ‘안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대선 승리는 비상식적이고 불통인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공정과 상식을 내건 정권이니까 당연히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다.” ―‘4대 개혁’ 성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하나도 제대로 된 게 없다. 성과가 거의 없다. 또 이미 개혁 동력을 많이 상실했다. 개혁 동력이라는 게 우군을 많이 확보하는 것 아닌가. 그 힘으로 개혁을 하는 것이다. 대통령 혼자 생각으로 하는 게 아니다. 지난 대선 때 0.73%포인트 차로 겨우 승리했다. 선거연합에서 승리를 했으면, 집권연합을 더 두텁게 만드는 게 그다음 순서인데 오히려 더 쪼그라들어 버렸다.” ―대통령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신속히 추진하라고 당부했다는데…. “시행령 개정으로는 부족하다. 연금 개혁만 해도 법과 다르게 시행령을 만들 수 없다. 법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시행령 개정만으로 4대 개혁을 하겠다, 이거는 불가능하다.” ―개혁 방식은 뭐가 잘못됐다고 보나. “모두 숫자부터 던졌다. 교육 개혁 한다면서 ‘5세 입학’을 얘기하고, 실패했다. 과학기술 개혁을 얘기하면서 ‘연구개발비 감축’ 숫자부터 던졌다. 또 실패했다. 의료 개혁 추진하면서 또 ‘2000명 증원’이라고 숫자부터 던졌다. 이게 반복됐다. 개혁을 이뤄내기 위해선 문제점을 알리고, 해결 방법과 거기에 대해 정부가 얼마를 투자하겠다는 예산에 대한 의지를 내세운 다음 가장 마지막에 숫자를 내야 한다. 그런데 왜 이걸 이만큼 줄이고 늘려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설득 없이 숫자부터 던졌다.” ―의정 갈등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25년 정원에 대해서도 조건을 걸지 말자”고 주장한 바 있다. 아직도 유효한가. “유효하다. 의정 갈등 이대로 안 끝난다. 내년 3월에 의대생들이 복학하지 않으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의료 시스템 붕괴와 입시 붕괴라는 이 커다란 두 가지 피해 중에 어느 것이 더 작은가를 보고 선택해야 한다. 그게 국가의 일이다. 수험생들의 혼란이 있겠지만 이미 진행되고 있는 수시 전형은 그대로 하더라도, 정시 모집 정원을 줄여 해법을 찾아야 한다.” ―대다수 국민은 의사 수 증원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데…. “2030세대는 이걸 공정 이슈로 본다. 그 어려운 경쟁을 뚫고 들어갔는데, 갑자기 50% 증원한다는 것을 불공정으로 본다. 분노가 굉장히 크다. 설득 작업도 전혀 없었다. 의료 시스템은 죽고 사는 문제이고, 교육 시스템은 먹고 사는 문제다.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은 둘 중에 하나다.” ―인수위 활동 이후 대통령에게 따로 조언한 적은 없나. “취임식과 당 연찬회 등 행사 때 몇 마디 나눈 적은 있지만 대통령을 개별적으로 만난 적은 없다. 연락 온 것도 없었다.”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먼저 제안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권한의 크기와 책임의 크기는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전문성 있는 과학기술, 의료, 연금 등에 대해선 아는 전문가도 많았고, 생각했던 정책 방향을 반영해 인수위 보고서에 담았다. 그런데 내가 추천한 사람보다는 다른 분들을 대통령이 선택하더라. 그런 과정을 보면서 ‘본인이 책임도 지겠다는 뜻이구나’ 그렇게 받아들였다.” ―인수위 때 윤 대통령의 모습은 어땠나. 대통령이 반대할 듯한 의견은 개진하기 힘들었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때 회의를 많이 했다. 비서실을 통해 면담 요청을 하면 당선인을 바로 만날 수 있었다. 당선인이 예고 없이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소통과 토론에 꽤 적극적이었다. 내가 용산에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지금과 비교하기 어렵지만 그때는 비교적 자유로운 소통이 이뤄졌다.” ―지금과 그때는 무엇이, 왜 달라졌을까. “지금은 대통령이 먼저 결정하는 것 같다. 옛날에 어떤 왕은 참모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하게 하고 왕은 커튼 뒤에서 듣기만 했다고 한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면 들어와서 ‘이 방향으로 가자’ 하고 결정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대통령이 ‘이쪽으로 가자’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특단의 특단의 조치 필요, 다 바꿔야” ―윤 대통령 지지율이 19%로 떨어졌다.(인터뷰 도중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드디어 깨졌군요. 지금은 국민의 실망이 극도에 달했다라고 한마디로 말씀드릴 수 있겠다.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이건 회복하기 힘들고, 이게 끝이 아니고 더 떨어지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심각한가. “이럴 때는 ‘특단’이라고 말하는 것도 부족하다. 말의 한계 때문에 더 강한 표현을 쓰고 싶은데 떠오르지를 않는다. 특단을 넘는 특단, 정말 ‘뭐 빼놓고는 모두 바꿔라’ 이 정도의 결단을 해야 본인도 살고 국가도 산다고 본다.” ―어떤 조치가 있을 수 있을까. “진솔한 대국민 소통, 전면적인 개각을 포함한 인사 개편, 국정 기조의 대전환, 그다음에 야당과의 소통 내지는 협조, 노력들이 필요하다.” ―인수위원장 시절 김건희 여사 또는 소위 김 여사 라인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생각한 적 있나. “전혀 몰랐다. 왜냐하면 당시 인수위는 둘로 분리돼 있었다. 나는 정책만 했다. 비서실이 따로 있었다. 명태균 씨 이름이 나온 적도 없다.” ―명 씨가 안 의원과 찍은 사진을 SNS에 게재한 적이 있는데…. “나와 사진을 찍은 사람이 전국적으로 100만 명이 넘을 수 있다. 선거 때면 정치인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사진을 찍나. 그분들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 않나.” ―김 여사 문제가 이렇게 커지기 전에 막을 순 없었을까. “이전부터 ‘김 여사의 진솔한 유감 표명 내지 사과가 필요하고, 제2부속실을 빨리 만들자.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자’고 인터뷰 등을 통해 계속 얘기했다. 그런데 시기가 지난 것 같다. 사람들의 마음을 돌릴 단계가 지나 버린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문제를 막진 못했지만 앞으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국민에게 안심을 주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 그것도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 ―‘박근혜 탄핵 정국’ 수준의 위기가 여권에 밀려오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충분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그런 위기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야당은 벌써 시작했다. 11월 중으로 예정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선고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 ―친윤(친윤석열) 그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건희 특검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배경은…. “여러 의혹이 쌓이고 쌓여 이제는 그냥 없던 걸로 넘어가기는 힘든 상황이 됐다. 조건은 있다. 특검을 하더라도 저는 여야 합의 특검을 찬성하는 거지 지금 민주당 안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여야 합의 특검, 대통령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가능할까. “대통령이 동의해야 한다. 본인이 거부해서 지나갈 순 있다. 근데 그러다가는 둘 중에 하나다. 정권이 무너지거나 아니면 임기를 마치더라도 그다음 대통령이 특검을 할 거다.” ―정말 ‘특검이 없으면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 “박근혜 대통령 시절처럼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국민이 설득되면 야당도 탄핵 꺼내기 어려워”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야당의 태도가 바뀔까. “국민들이 설득되면 야당이 아무리 다수라고 해도 무조건 반대하고, 탄핵하자고 나서기는 어렵다. 야당도 멈칫멈칫 하게 된다.” ―민주당의 지금 모습은 어떻게 평가하나. “국회의 전통이 무력화됐다. 예전에도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있었지만 소수당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했다. 지금 민주당은 국회 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정도로 몰아붙이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게 다수결로만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이 대표가 결국 민주당 대선 주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나. “선거법 사건 선고는 1년 이내에 대법원까지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은 성역이 없어야 한다. 그 원칙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무죄든 유죄든 결정이 나기를 기대한다. 재판을 받는 후보가 대선에 나가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야권 일각에선 ‘임기 단축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원론이지만 원래 개헌을 할 때 개헌을 한 대통령은 개정 헌법이 적용되지 않는 거다. 그게 원칙이다.” ―차기 대선 출마는 계획하고 있나. “대선을 한 번 치러 봤다. 총선은 자기가 결심해서 나갈 수 있지만, 대선은 시대정신이 받쳐줘야 한다. 예를 들어 ‘다음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는 사람이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있고, 전 국민 사이에서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시대정신 아니겠나. 내가 잘 아는 과학기술 의료 교육개혁 분야 등에서 열심히 할 것이다. 국회 외교통상위 활동도 마찬가지다. 나를 필요로 하는 생각들이 모이면 나갈 수 있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거다.” ―우군이 많이 필요할 텐데, 적극적인 당내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개인적으로 친한 의원들이 꽤 있다. 일대일로 의원들을 만나서 의견을 나눠 보면 공감하는 의원이 많이 있다. 다만 그분들이 대외적인 목소리까지 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동훈 대표와는 따로 만난 적 있나. “여러 의원과 함께 만난 적은 있지만 따로 만난 적은 없다. 정치인 간 진정한 진솔한 대화를 하려면 일대일로 만나야 한다.”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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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길진균]尹-韓 투샷 없는 80분… 차담 직후 원내대표 만찬 호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회동했을 때 대통령실은 통상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거나 대화하는 모습을 담은 ‘투샷’ 사진을 배포한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여당 대표와 만날 때도 그랬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그제 오후 차담(茶談)은 과거와 다른 이례적인 장면으로 가득했다. 특히 대통령실이 배포한 사진들은 이번 면담이 얼마나 삭막하고 냉랭했는지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 준다. ▷사진 중엔 단 한 장도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두 사람만 나온 온전한 ‘투샷’ 사진이 없었다. 사진 9장 중 7장은 산책 장면, 2장은 면담 장면이었는데, 그중 두 사람에게 포커스를 둔 ‘투샷’처럼 보이는 사진들도 모두 두 사람 사이 또는 뒤편에 다른 사람의 모습이 들어가 있다. 일부러 ‘둘만 나란히 있는 사진’을 외면한 것일까. 한 대표가 쇄신을 요구한 ‘김건희 라인’으로 알려진 비서관이 두 곳에나 등장한 것도 뒷말을 낳았다. ▷차담 사진도 마찬가지다. 한 대표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나란히 앉아있고, 윤 대통령은 긴 사각형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앉아 두 팔을 쭉 펴고 있다. 윤 대통령 앞에는 면담 프로토콜에 일반적으로 등장하는 펜과 메모지조차 없다. 당초 한 대표 측은 원형 테이블을 요청했으나 대통령실이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자리 배치부터 표정, 몸짓까지 위와 아래를 명확히 구분하는 구도였다. 이러니 “검찰 취조실 같았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 대표를 여당 대표로 인정하지 않고 부하 검사 대하듯 했다는 지적이다. ▷사실 이번 면담은 시작부터 끝까지 어색한 장면의 연속이었다. 면담은 20분 정도 늦게 시작했다. 영국 외교장관 접견 때문에 늦었다지만 한 대표는 야외정원에서 선 채로 대기했다고 한다. 오후 4시 55분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면담 테이블엔 ‘우리 한 대표가 좋아한다’며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는 제로 콜라가 놓였다. 면담은 오후 6시 15분에 끝났다. 요청 한 달 만에 성사된 자리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윤 대통령의 만찬 일정 때문이었다는데,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보낸 뒤 추경호 원내대표를 만찬 자리로 불렀다. ▷사진기자들은 대통령 행사마다 수백 장의 다양한 장면을 찍은 뒤 그날 행사의 의미를 가장 함축적으로 담은 몇 컷을 보도한다. 대통령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사진만 골라 배포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과연 누가 골랐고 그 의도는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진다. 대통령실이 선택한 9장의 사진은 ‘용산의 눈’으로 본 이번 면담의 ‘격’과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하대나 박대의 의미를 담고자 했다면 충분히 전달됐다고 본다. 다만 그래서 뭘 얻었는지는 깊이 곱씹어볼 일이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 202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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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길진균]선거는 끝났지만 잊어선 안 될 재보선 유발 책임자들

    구청장·군수 4명을 다시 뽑는 10·16 재·보선이 끝났다. 그중 전남 곡성군과 영광군은 현역 군수가 위법행위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는 바람에 선거를 다시 치른 곳이다. 공교롭게도 선거 당일 서울 구로구청장이 자진 사퇴를 발표했는데, 내년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모두 정치인들이 법을 잘 지켰거나, 사적 이익을 위해 그만두지 않았다면 ‘치르지 않아도 될 선거’다.“잘못은 단체장이, 비용은 주민이” 선거법상 지자체장 선거는 해당 지자체 예산으로 치르게 돼 있다. 재·보선도 마찬가지다. 영광군은 이번 선거를 위해 14억6700만 원을 선관위에 관리 비용으로 냈다. 곡성군도 10억7800만 원을 썼다. 영광에선 전임 강종만 군수가 2022년 지방선거 때 금품을 건넨 탓에 재선거가 열렸다. 곡성 역시 이상철 전 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직을 상실했다. 잘못은 정치인인 두 군수가 했는데, 25억 원이 넘는 선거 비용은 영광군, 곡성군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다. 선거 비용은 크게 선관위가 쓰는 투·개표 관리 비용과 후보들이 쓴 선거운동 비용을 나중에 돌려주는 보전금 등 두 가지로 구성된다. 15% 이상 득표한 후보자는 선거 비용 전액을 돌려받는데, 이 보전금은 지자체가 낸 예산에서 지급된다. 물론 선거법 위반으로 선거 결과가 무효가 되면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문제 후보는 받았던 보전금을 토해내야 한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4차례의 지방선거를 치르는 동안 정치인 261명이 보전금 반환 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어떤 정치인이 반환하지 않았는지, 안 했다면 미반환 금액은 얼마인지 알 수가 없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을 이유로 선관위가 이를 공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버티는 정치인들이 꽤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반환 않는 ‘먹튀’ 정치인은 65명, 그 금액은 168억 원에 이른다. 선거범죄가 아니라 다른 사유로 지자체장이 직을 상실했을 때는 아예 보전금 반환 의무가 없다. 문헌일 전 구청장이 백지신탁을 거부하고 스스로 그만둔 구로구의 경우, 20억∼30억 원으로 예상되는 보궐선거 비용을 전액 구의 예산으로 메워야 한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도 28억 원이 넘는 돈이 들었다. 그런데 2022년 지방선거 때 그곳에서 당선됐던 김태우 전 구청장은 2023년 물러나면서 한 푼의 보전금도 반환할 필요가 없었다. 당선 무효형은 선고됐지만, 그 사유가 선거범죄가 아니라 공무상 비밀누설죄 위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유죄 확정으로 생긴 보궐선거에 다시 출마했다.“지자체장과 정당이 비용 부담해야” 그동안 시민단체와 학자들은 “보전금 반환 대상 범죄를 넓히라”거나 “문제를 일으킨 지자체장과 정당에 선거 비용을 부담시키라”는 요구를 해 왔다. 선관위도 선거법 개정 의견을 2021년 국회에 제출했다. 선관위 의견에는 선거 비용을 미반환한 정치인의 인적사항과 금액을 공개하고, 미반환 사실이 있는 정치인이 후보자로 다시 나설 땐 그 내용을 후보자 정보자료에 기재하도록 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국회는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 문제적 인물을 공천한 책임이 있는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자기 부담을 키울 리 없다. 선거 때 상대 정당이나 후보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뿐이다. 지자체장의 순직 등 부득이한 사유로 재·보선을 치르는 건 사정이 다르다. 그렇지만 선거법 위반뿐 아니라 부정부패, 기타 개인적인 이유로 다시 선거를 치르게 됐다면 ‘원인 제공자가 비용을 부담한다’는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10월 재·보궐선거는 끝났지만 ‘하지 않아도 될 선거’를 유발한 정치인과 정당의 책임을 잊어선 안 된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 202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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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길진균]20년 전에 없어진 지구당, 뜬금없는 부활론의 허실

    20년 전 사라진 과거 정치문화인 지구당이 정치권 화두로 떠올랐다. 22대 국회 첫날인 지난달 30일 여야에서 각각 지구당 부활과 관련한 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주목할 점은 전현직 당 대표를 비롯해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이 논쟁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불을 붙인 데 이어 나경원 안철수 윤상현 의원 등이 찬성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구당 부활을 거론하는 속내는 제각각이지만 주요 명분은 현역 의원과 원외 정치인 간 형평성 문제다. 현역과 달리 원외 인사들은 선거 기간이 아니면 사무실을 열고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 이런 탓에 총선 때마다 아무 연고도 없는 명망가들이 낙하산 공천을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청년 정치,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 등을 위해 원외 인사들에게도 활동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각 당엔 ‘당협위원장’(국민의힘) 또는 ‘지역위원장’(민주당)이라는 직책이 있다. 각 선거구를 관리하는 지역 책임자다. 변호사 자격이 있는 원외 위원장들은 변호사 사무실을 지구당 사무실처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위원장들은 ○○연구소, ○○학교와 같은 간판을 내걸고 사무실을 운영하는 편법 사례가 있다. 이마저도 어려운 이들은 당협위원장이라는 타이틀 하나로 4년 동안 돌아다니며 유권자들을 만난다. 합법적인 사무소, 여기에 후원금과 중앙당의 인력·자금까지 받을 수 있다면 이들에겐 엄청난 힘이 된다. ▷지구당이 2004년 폐지된 이유는 불법 정치자금 때문이다. 사무실을 열면 임차료와 인건비 등으로 월 1000만 원 이상의 운영비가 든다고 한다. 연 1억2000만 원, 254개 지역구로 확대하면 연 300억 원이 넘는 돈이다. 이런 액수도 외부에 드러난 것일 뿐 실제로는 조직동원비 등으로 더 많은 금액이 소요된다는 것이 정가의 경험담이다. 그나마 현역의 경우엔 후원금이 있고, 국회 보좌진에게 사무실 운영을 맡겨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 그러나 원외 위원장은 사비를 털어야 한다. 이 때문에 시의원, 구의원들이 사무실 운영비를 갹출하거나 지역 내 사업가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건네는 경우도 많았다. ▷현역과 원외 인사, 정치 신인 사이에 놓인 불공정한 장벽은 해소돼야 한다. 하지만 그 대안이 지구당 부활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지역 내 또 다른 정치 카르텔이 만들어질 수도 있고, 원외 위원장에게만 사무실과 후원금을 허용한다면 당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정치 신인에게는 또 다른 차별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아무런 논의도 없다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불쑥 던질 이슈는 아니란 얘기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 20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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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길진균]“4년 전보다 6석이나 더”… 제대로 된 與 총선백서 나올까

    ‘총선 3연패 정당.’ 국민의힘 얼굴에 찍혀 있는 낙인이다. 20·21·22대 총선에서 연속 패배하면서 얻은 불명예다. 그사이 새누리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으로 당명도 세 차례나 바뀌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인지 원인을 살펴보겠다면서 ‘반성문’ 격인 총선 백서를 쓰기 위해 당 특별위원회까지 꾸렸지만 연일 삐그덕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당내에선 “백서가 나오기는 할까”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는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가 ‘6월 말 7월 초’ 열리는 방안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총선 참패의 주요 원인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의 독단과 불통,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의 전략 부재 중 어떤 것을 넣고 뺄지, 어디에 방점을 두고 기술할지 등을 두고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서다. 그 와중에 조정훈 백서특위 위원장이 당권 도전을 시사하자 친한계를 중심으로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논란은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조 위원장이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두고 ‘한동훈 공동 책임론’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급기야 “현명하신 주권자 국민께서 21대 총선보다 6석을 더 주셨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영환 전 공관위원장이 백서특위 회의에서 한 말이다. 국민의힘이 지역구 기준으로 21대 총선(84석) 때보다 6석 더 많이 얻은 건 사실이다. 비례대표까지 포함하면 4년 전(103석)보다 5석을 더 얻었다. 그러나 4년 전은 코로나 정국 때 야당으로 치른 선거였고, 이번엔 수많은 정책 수단과 정보력을 갖춘 집권 여당으로 치른 선거라는 점이 다르다. 범야권에 192석을 내준 건 집권 여당으로선 헌정사에서 가장 큰 패배다. ‘수포당’(수도권을 포기한 정당)이라는 비판까지 받은 당이 ‘6석’ 운운하는 건 민심과는 동떨어진 초현실적 시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4년 전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은 그해 8월 208페이지에 달하는 총선 백서를 발간했다. 백서는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 △미래 비전 제시 미비 △효과적인 전략 부재 △불공정한 공천 논란 등을 주요 패인으로 꼽았다. 이번 총선에서도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요인들이다. 문제는 이렇게 반성문을 쓰고도 또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는 데 있다. 혁신을 실천하지 않은 결과다. ▷국민의힘은 2년 뒤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 일 년 후엔 대선도 치러야 한다. 국민의힘에 쇄신은 무슨 구호이거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냉철한 자기 반성은 어물쩍 지나치려 하면서, ‘대표 잿밥’으로만 눈길이 향하고 있다. 입으로만 하는 개혁을 넘어 몸과 마음이 함께 움직이는 혁신이 시급한데, 행동은 보이지 않고 어이없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 202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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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표와 ‘1호 당론 법안’의 운명 [오늘과 내일/김승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반론의 여지 없이 ‘여의도 대통령’이 됐다. 국가 권력 서열 1.5위에 올라선 것 같은 기세다. 그런 이 대표가 1호 당론 법안으로 나눠주겠다는 이른바 ‘민생회복지원금’을 두고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일주일 전만 해도 6월 국회 처리를 장담하다가, 이젠 고소득층을 제외하거나 정부 예산편성권을 침해 않는 쪽으로 선회할 여지를 두기 시작했다. 이 법안은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을 지역화폐로 나눠주도록 정부에 강제한다는 것이다. 그 지역화폐는 연말까지 안 쓰면 소멸되는 만큼 저축할 수 없다. 정부가 쓴 나랏돈의 파급 효과는 연구가 대체로 끝난 상태다. 100원을 현금으로 주면 20원쯤,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쓸 때는 40원쯤 기여한다고 한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금융위기나 코로나 등 극단적 위기가 아니면 현금성 복지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지역 자영업자에게 다 써야 하는 지역화폐는 현금 살포가 아니다. 승수(乘數) 효과가 크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공짜 마다할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폭발력 큰 이 정책을 두고 이 대표는 왜 절충안을 찾아나선 걸까.‘전 국민 25만 원’ 갈지자 선회 이유 궁금 이 대표는 작전상일지라도 후퇴하지 않기를 바란다. 제대로 추진해 거대한 정책 논쟁을 주도했으면 좋겠다. 이 정책에 동의해서가 아니다. 정부와 국회가 국가 정책을 다룰 때 정치와 감정보다 숫자와 논리를 더 중시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전제 조건이 있다. 이 대표는 세금 13조 원을 한번에 투입하는 이 정책이 왜 우리 경제에 좋은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고,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경제전문가들이 다들 반대하는데 오랜 시간 굽힘 없이 주장했다면 그 근거가 있을 것이다. 비주류 정치인이 아니라 여의도의 대통령이 된 지금 그 근거를 내놓을 때가 됐다. 때마침 민주연구원은 25만 원씩 지급하면 국내총생산(GDP)을 0.2∼0.4%포인트 증가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이번 주에 발표했다.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1.3%였다. 0.2∼0.4%포인트 추가 성장이면 꽤 큰 성장 기여인데 숫자 도출의 근거는 빠졌다. 실망스러운 것은 “연구자 개인 의견”이라면서 민주연구원은 빠져나간 사실이다. 대중의 뇌리에 ‘좋은 정책’이란 이미지는 심으면서도 사후 책임은 안 지겠다는 꼼수 아닌가. 만년 야당 시절엔 이런 게 이해 받았겠지만 이젠 곤란하다.“성장에 기여”라면서도 민주연구원은 발 빼 이 대표는 민주연구원에 지시해 당 이름을 걸고 GDP 증대 효과가 저렇게 큰 것이 맞는지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동시에 금리와 물가를 소폭 상승시켜 경제적 약자의 부담을 키울 것이란 비판에도 구체적 반론을 펴야 한다. 또 취약계층을 두텁게 돕는 게 낫다는 국민의힘의 주장보다 전 국민 지급이 더 낫다는 점도 납득시킨다면 이 대표 지지 여론도 더 커질 것이다. 이 대표는 이를 직접 발표하고, 2∼4년에 걸쳐 사후 검증을 받겠다고 약속하면 좋겠다. 역대 어느 정치 지도자보다 정책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이재명은 포퓰리즘 정치인”이란 비판을 뛰어넘을 기회도 된다. 이런 설명의 의무는 이 대표만 질 일은 아니다. 25만 원 지역화폐에 반대하는 정부와 국민의힘 역시 반대 논리를 숫자로 설득해 보길 바란다. 국회 제1당이 낸 정책을 두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 것이 아니란 걸 입증시켜 줘야 한다. 재추진한다는 양곡관리법도 마찬가지다. 남는 쌀 매입에 매년 3조 원씩 투입해야 한다는데, 이 큰돈을 투입해야 하는 정책에 여건 야건 정교한 숫자 설명이 없었다. 이 대표에겐 지금 사법 리스크와 대통령 찬스가 모두 어른거린다. 위상이 달라진 그가 나랏돈 13조 원을 쓰자면서 어떤 책무감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김승련 논설위원 leon@donga.com}

    •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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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길진균]“진짜 개××들”… 합의 요구 국회의장 향해 욕설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당선인이 1일 김진표 국회의장 등을 향해 “개××들”이라고 폭언을 했다. 채 상병 특검법을 2일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압박에도 김 의장이 여야 합의가 있어야 본회의를 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박 당선인은 “그러니까 박병석, 김진표 똑같은 놈들”이라고 했다. 진행자가 ‘똑같은 놈들이라뇨’라고 하자 박 당선인은 “놈이지. 윤석열이나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받았다. 이어지는 대화에서 “아! 개××들이에요. 진짜”라는 말도 덧붙였다. ▷박 당선인은 방송이 끝난 뒤 페이스북에 “방송 시작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적절치 못한 내용을 얘기했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방송을 보면 그는 30초 넘게 인터뷰를 이어가던 중 불쑥 “지금 방송 나가고 있는 거냐”고 물은 뒤 “아이고, 내가 너무 세게 얘기했구나”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아무튼 나는 소신껏 얘기했다”고 했다. 방송 출연이 잦은 노회한 정치인이 카메라가 켜진 것을 정말 몰랐을지 의문이다. ▷국회의장을 향한 민주당의 압박은 전방위적이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박 당선인과 같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 의장을 언급하며 “환장하겠다”고 했다. 우원식 의원은 “민주주의와 국민의 삶에 결코 중립은 없다”고 했다.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 조항을 통해 중립의 필요성을 강조한 국회법의 취지를 대놓고 무시하는 태도다. 다수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의 국회의장 압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1년에도 박병석 당시 의장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직권 상정을 거부하자 초선 의원인 김승원 의원은 박 의장을 향해 “역사에 남을 겁니다. GSGG”라고 적었다가 욕설 논란이 일었다. ▷정치인이 비상식적 표현이나 막말을 하면 과거엔 거센 질타와 불이익을 받았다. 공개 사과로 부족해서 당직을 내놓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박 당선인의 페이스북은 “잘하셨다” “시원했다” 등의 지지층들의 찬사 댓글로 도배가 됐다. ‘GSGG’를 썼던 김 의원은 징계를 당하기는커녕 멀쩡히 공천을 받아 재선 의원이 됐다. 이를 벤치마킹해 윤 대통령과 여당 의원을 겨냥해 복수형의 의미인 ‘D(들)’를 덧붙여 ‘GSGGD’라고 쓴 민형배 의원 역시 재선과 함께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오히려 이익을 본 셈이다. ▷극렬 지지층은 막말에 환호하고 당 지도부는 이들 눈치를 본다. 무례함을 용기로 포장하는 의원이 늘어나고, 막말이 더 격해진 이유다. 제대로 된 징계 없이 어물쩍 넘긴다면 차기 국회의장이 누가 돼도 민주당 의원들의 압박은 더 거칠어질 것이다. 의사당은 지지층을 자극하는 막말로 더럽혀지고, 협치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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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 초대석]“쇠몽둥이 심판… 尹 이제라도 ‘통 큰 리더’ 모습 제대로 보여야”

    《집권 여당 참패라는 선거사상 초유의 결과를 낸 이번 4·10총선은 충청의 영향이 컸다. 2년 전 대선과 지방선거 때의 승리와 달리 국민의힘은 충남·충북에서 역대급 패배를 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친은 충남 공주가 고향이다. 국민의힘은 총선 직전 충청권 판세를 박빙으로 분석했었지만 대전·천안·아산·청주 등 도시권 16석 중 단 1석도 건지지 못했고, 그나마 농촌과 중소도시에서 12석 중 절반인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24일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에서 국민의힘 3선 의원 출신인 김태흠 충남도지사를 만났다. 그는 여당의 충청 참패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고향이라도…” 24만7077표로 승부가 갈린 지난 대선에서 충남과 충북은 각각 8만292표와 5만6068표 차로 윤 대통령이 승리한 지역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안겨줬던 대전 역시 더불어민주당으로 다시 돌아섰다. 김 지사에게 충청 민심 변화의 원인에 대해 먼저 물었다. “영남과 호남은 다 자기편들이 있습니다. 충청 지역 유권자들은 우리 민심이 곧 대한민국 민심이란 프라이드를 가진 분들입니다. 정치적 변곡점 때마다 정치적 명분을 쥔 쪽을 지지해 왔습니다. 이번 선거에선 정부·여당을 지지해줄 명분이 없다고 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충청 민심의 수도권화’를 강조했다. “충청권 도시들은 급속한 산업화·도시화로 외지 주민의 유입이 급증하면서 멜팅폿(Melting pot·여러 문화가 하나로 동화되는 것)이 이뤄졌고, 표심도 수도권을 따라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호남처럼 특정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은 지역이다 보니 정권심판론이 먹혔다고 생각해요.” ‘대통령의 고향’을 언급하자 그는 “(대통령 고향이라고) 무조건 편들어 주는 곳이 아닙니다”라고 했다. 그는 “충청이 윤 대통령의 고향이라고 하지만 이를 도민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지 못했고, 내각이나 요직에 충청인 발탁이 미흡해 피부에 와닿지 않은 탓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명분에서 다 진 상태인데 충청으로 와서 표를 달라고 한들 도민들이 무조건 찍어줄 수 있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명분에서 졌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 문제만 해도 임명 자체로 말할 나위 없이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한테 전화해서 자진 사퇴시키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빨리 사퇴시켜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사퇴까지) 8일이 걸렸습니다. 민심에 둔감했던 것이죠.” 그는 김건희 여사 문제의 처리 과정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방향은 맞게 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윤 대통령을 뽑을 때 기대했던 것들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실망한 것입니다.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 시절 검찰총장으로서 핍박을 받으면서 공정과 상식을 지키는 리더가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또 남자답고 화통하고 스케일이 큰 리더일 것이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 여사나 장모 문제에 대한 대응을 보면서 공정과 상식을 기대한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습니다.”● “힘 못 쓴 ‘국회 완전 이전’ 공약” 그가 진단한 충청의 민심은 ‘정권 심판론’이 크게 작용했던 총선 전체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원인은 없었을까. ―총선 직전 나온 ‘국회의 세종시 완전 이전’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국회는 이미 본회의장 등 일부 기능을 제외하고 11개 상임위원회와 대부분의 기능을 세종시로 이전하기로 결정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완전 이전이란 국민의힘의 공약은 파급력이 약할 수밖에요. 또 선거를 목전에 두고 발표했는데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세종은 공무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1대 총선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세종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세종에서의 계속되는 국민의힘의 패배에 대해 김 지사는 ‘38.6세’라는 숫자를 제시했다. “세종시는 2002년 16대 대선 공약 이후 위헌 논란과 수정안 등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젊은 도시’입니다. 평균 연령이 2023년 말 기준 38.6세입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늘 어려운 지역일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건립이 지금까지 속도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정책의 구체성을 따져보는 젊은 유권자들에게 여당의 약속이 곧이곧대로 전달되기 힘들었다는 얘기였다.● “민심의 쇠몽둥이 맞은 여권” 김 지사는 총선 직후 페이스북에 자신이 느낀 충격에 대해 “국민은 집권 여당을 향해 회초리가 아닌 쇠몽둥이를 들었다”고 표현했다. ‘여권의 위기’를 강조한 것이다. “회초리라고 하면 과반 150석 중에 130∼140석 정도 받았을 때 회초리를 들었다고 하는 거 아니에요? 100석 갓 넘기는 의석을 받았다면 그건 쇠몽둥이 아니겠습니까.” ―뭐가 달랐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윤 대통령이 장모가 감옥에 갔을 때 가족으로서 유감 표명이라도 했어야 했습니다. 작은 문제들을 진솔하게 털고 가지 않아 더 큰 문제로 쌓인 면이 있다고 봅니다. 디올백 문제 때도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는 맞지 않았다’ ‘사과드린다’ 그렇게 인정하고 털고 갈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그런 게 잘 안 되다 보니 국민 마음속에 불만이 누적됐을 것입니다.”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는 여론이 많습니다. “윤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오만과 불통에 대한 인식이 1이라면 국민의 생각은 9, 10인 것 같아 안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국민에게 비치는 문제점 중 대부분은 국정 운영 때문이라기보다는 장모 또는 김건희 여사 관련 리스크에서 온 게 사실입니다. 국민이 윤 대통령에게 가진 부정적 이미지는 실제보다 과장돼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첫째는 듣는 사람이 바뀌어야” 그렇지만 김 지사는 “지금도 여권이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이러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내놓을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인적 쇄신에 나섰습니다. 앞으로 달라질까요. “대통령에게 직언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에게 직언을 한다는 게 사실 쉽지 않습니다. 대통령을 설득하려면 상당한 지혜가 필요합니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방향이 있으면 그 자리에선 동의한다고 해도 하루 이틀 지나 좀 더 의견을 정리하고 보완 방향을 판단해서 바꿀 건 바꾸자고 말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물론 첫째는 듣는 사람이 바뀌어야 합니다. 하지만 참모가 되면 대통령의 생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대통령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겠습니까. “윤 대통령이 화통하고 스케일이 큰 리더의 모습을 이제라도 제대로 보여줬으면 합니다. 시대마다 원하는 리더가 있습니다. 지금은 자기 소신이 있으면서 통 크게 포용하는 리더를 원하는 시대입니다.” ―내각의 인적 쇄신 작업은 잘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총선 후 인적 쇄신은 기초적인 부분입니다. 인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집권 여당으로서 3년 남은 기간에, 그리고 이런 정치 구도 아래에서 어떤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 것인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갈 것인가 방향 설정을 먼저 해야 합니다. 지금 사람 구하는 데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총리 인선,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번에 이재명 대표 회담 때 야당에 ‘총리로 좋은 분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부 장관직도 민주당이 추천해주면 그분 모시고 국정 같이 잘 해볼 테니 좋은 의견을 달라고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통 큰 윤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3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는 ‘반성’과 ‘미래’를 수차례 언급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부분들에 대한 처절한 반성, 그리고 앞으로 3년을 어떻게 가겠다고 하는 미래에 대한 비전의 부재”가 ‘위기의 여권’을 진단하는 그의 핵심 키워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집권 2년이 됐으니까 이번 선거는 심판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라도 받아들일 것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여당이 보여줄 수 있는 미래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 동력 상실은 국가와 국민에게 큰 손실입니다. 앞으로 더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홍성=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신광영 논설위원 leon@donga.com}

    • 20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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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논점/길진균]해마다 수백억… ‘먹튀’ 논란 끊이지 않는 정당보조금

    《2012년 대선 직후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대선 후보는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그가 투표일을 사흘 남겨 놓고 갑자기 사퇴하면서 선거보조금 27억여 원을 한 푼도 반납하지 않고 고스란히 가져갔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지만 ‘먹튀’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연합을 만들고, ‘의원 꿔주기’ 꼼수로 각각 28억여 원의 선거보조금을 배분받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정당을 보호·육성한다는 취지로 많게는 한 해 1000억 원 넘게 지급되는 정당 국고보조금. 유용, 먹튀 논란이 일 때마다 정치권은 “감시를 강화하자”고 목소리를 높였고, 아예 없애자는 선거 공약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국고보조금 제도가 생긴 지 44년 되도록 제도 개선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개점휴업’인데 4년간 40억 원 넘게 지원 선거 때마다 세금으로 지원하는 돈, 선거보조금이다. 중앙선관위는 4·10총선을 위한 선거보조금 501억9700만 원을 25일 각 당에 배분했다. 돈을 받은 정당은 11곳.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188억 원과 177억 원으로 가장 많이 받았고, 원외 정당인 기후민생당(민생당의 후신)도 10억400만 원을 받았다. 기후민생당은 현재 의석은 없지만 정치자금법에 따라 21대 총선 당시 2% 이상(2.08%)의 표를 받았기 때문에 보조금 총액의 2%를 배분받았다. 기후민생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1명씩 후보를 냈다. 그런데 서울 영등포을 지역구에 출마한 김정기 전 민생당 대표의 주소지는 경기 부천이다. 출마한 지역구로 주소지도 옮기지 않은 것이다. “선거보조금을 받기 위해 후보를 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전 대표에게 공약 등 출마의 변을 들으려 했으나 민생당 사무처는 “연락처를 주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민생당은 2022년 지방선거 때도 단 1명의 후보를 내고 9억3000만 원의 선거보조금을 받아갔다. 당시 서울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A 씨가 받은 최종 득표 수는 386표. A 씨는 통화에서 “자의 반 타의 반 출마였다”고 했다. 당의 선거지원금 수령도 염두에 둔 출마였다는 점을 내비친 것. 그는 “유세차량이 있어야 하고 싶은 말을 유권자에게 충분히 할 수가 있는데 그런 것을 전혀 못 했다”며 “사비로 2500만 원 가까이 썼다”고 했다. 그럼 민생당이 받은 9억3000만 원의 선거보조금은 어디로 간 걸까. A 씨는 선거가 끝난 뒤 당으로부터 1500만 원을 받았다고 했다. 나머지 선거보조금의 용처에 대해서는 “당이 알아서 처리했을 것”이라며 “모른다”고 말했다. 복수의 민생당 관계자들도 통화에서 “답변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했다. 현역 의원 20명, 제3교섭단체로 출발한 민생당은 2020년 총선 참패로 단 한 석도 얻지 못했고 주요 인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단 한 명의 국회의원 광역의원 기초의원도 없고, 이렇다 할 의정활동도 찾기 힘든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지만 지난 4년간 받은 정당보조금은 40억 원을 훌쩍 넘는다.●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정당보조금 민생당의 계속된 국고보조금 수령은 제도상의 허점과 감시의 허술함이 동시에 드러난 극단적 사례지만, 기존 원내 정당의 국고보조금 사용 역시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다.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은 2013년 국고보조금 6668만 원을 당직자들에게 상여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회계 처리를 했다. 그리고 이를 차명계좌로 반환받아 불법 선거 자금으로 썼다가 적발됐다.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역시 2012년 정책개발비로 6500만 원을 썼다고 회계 신고를 했는데, 몇 건의 짜깁기한 보고서가 전부였던 것으로 드러나 선관위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국고보조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확인하는 건 선관위 역할이다. 하지만 막대한 규모의 보조금 집행을 치밀하게 감시하기는 쉽지 않다. 동아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검찰이나 경찰에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한 경우는 6건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선관위는 위법 사항을 발견하고 조치를 취한 뒤에도 그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나마 당내 갈등 끝에 한 번씩 외부로 비위 사실이 알려지는 정도다. 유권자의 감시의 눈에서 벗어난 이런 ‘깜깜이 회계 감사’는 드러나지 않은 보조금의 유용이나 위법 행위가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의심을 키우고 있다.● 1980년 국보위가 도입한 정당보조금 이 같은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는 언제 왜 도입됐을까. 전두환 군사정권의 산물이다. 1980년 5월에 설치된 국가보위비상대책위가 추진한 5공화국 개헌에 보조금 관련 규정이 헌법에 들어갔다. 당시 헌법 제7조 제3항엔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정당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라고 명시됐다. 이에 따라 그해 12월 정치자금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보조금 관련 조항이 신설됐다. 당시 속기록에 나타난 개정안에 대한 제안 설명이다. “보조금의 지급 대상과 배분 비율 등을 건전한 정당의 보호 육성이라는 차원에서 새로 정하고…정치자금을 양성화함으로써 정치활동의 공명화를 촉진하고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광복 이후 우리 정당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에 의존해 운영돼 왔고, 그렇다 보니 정치 자금을 둘러싼 부정부패가 극심했다. 검은돈의 정치권 유통과 정당 정치의 보호를 위해 정당이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을 ‘보조’하기 위해 정당 국고보조금이 도입됐지만, 수차례의 법 개정을 거쳐 규모가 막대해진 정당 보조금은 이제 각 당의 주요 수입원으로 변질된 것이 사실이다. 민생당 같은 ‘개점휴업’ 정당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정부는 정치자금법상 선거보조금과 별개로,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비용도 보전해주고 있다. 선거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 비용을 줄이고 공명선거를 실현한다는 선거공영제에 따른 것이다. 정치자금법상 선거보조금은 정당으로, 공직선거법상 선거 비용 보전금은 후보자에게로 각각 지급된다. 이렇게 보면 선거와 관련해 ‘이중으로’ 지원되는 셈이다.● “투명한 감시 필요”…정치권 개정 논의는 뒷전 정치권 일각에선 폐지론도 일고 있지만 헌법에 명시된 정당 국고보조금을 아예 없애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입법권을 쥔 각 정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낮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고보조금에 대한 감시 기능 강화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정당의 보조금 사용 내역을 일반인이 확인하려면 항목 총액 정도만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고, 세부 증빙 자료는 선관위를 찾아가 열람해야 한다. 그나마 3년 전까지는 자료 열람 가능 기간이 3개월로 제한됐다. 결국, 헌법재판소가 2021년 유권자의 평가에 필요한 자료에 대한 접근 제한은 최소한이어야 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리고서야 올해 2월 겨우 법 개정이 이뤄졌다. 그렇지만 자료 열람 가능 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된 것이 전부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 등에선 보조금 사용 내역의 투명한 공개를 위한 법 개정을 꾸준하게 요구하고 있다. 선관위도 2021년을 비롯해 세 차례에 걸쳐 정당의 수입·지출 내역을 인터넷에 상시 공개하도록 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정치권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20대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또 자동 폐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오유진 간사는 “정당이 어떤 장난을 해도 알 수 없는 시스템”이라며 “유권자들의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감시를 피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당보조금이 필요하다면 회계감사 규정 강화 등 제도적 개선을 통해 정당보조금이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당보조금이 많다고 더 좋은 정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감시받지 않은 거액의 보조금 지급은 정당에 대한 국민 불신만 높일 뿐만 아니라 정당 스스로의 자생력마저 잃게 만들 수 있다.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 202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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