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자연인 박근혜’ 수사 대선영향 우려 속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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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前대통령 다음 주 소환 방침

파면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가장 먼저 맞닥뜨릴 일은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검찰 특수본의 중간 수사 결과는 상상과 추측으로 만든 환상의 집이며 법정에서 사상누각(沙上樓閣)처럼 허물어질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달 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박 전 대통령 수사 바통을 넘겨받은 특수본은 강도 높은 수사로 박 전 대통령 수사가 모래 위가 아니라 콘크리트 위에 지은 집임을 보여주려고 벼르고 있다.

○ 다음 주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

10일 탄핵 인용 소식이 알려진 직후 특수본은 다음 주 중 박 전 대통령을 검찰청사로 불러 조사하기 위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한 차례 수사를 했고 특검 수사를 거치며 충분한 조사가 돼 있어서 당장이라도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조기 대선 정국이 시작된 점도 검찰이 수사를 서두르는 배경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수사가 대선에서 특정 정파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극히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대선이 본격화하기 전에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끝내고 싶어 한다. 이에 따라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는 박 전 대통령 조사와 기소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등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도 검찰이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서두르는 이유다.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들의 혐의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불발돼 여전히 빈칸이 남아 있다. 특히 검찰과 특검이 구속 기소한 피고인이 20명이나 된다는 점은 박 전 대통령을 하루빨리 조사해야 할 이유가 된다.

또 특수본은 빠른 시일 내에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검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측근으로부터 청와대 경내에 숨겨뒀던 안 전 수석의 수첩 39권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해 국정농단 사건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 증거로 활용했다. 특수본은 청와대 경내에 아직도 안 전 수석의 수첩 같은 ‘스모킹 건(결정적 물증)’이 남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대면조사 불응하고 ‘버티기’ 가능성 변수

변수는 박 전 대통령이 헌법상 불소추특권을 상실했음에도 소환에 불응하고 버티기로 나올 가능성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미 지난해 검찰 특수본 수사와 올해 초 특검 수사 때 “수사가 공정하지 않다” “수사 일정이 사전에 유출됐다”는 이유로 대면조사를 거부한 전력이 있다.

검찰 내부의 기류는 다음 주 중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첫 소환 통보를 한 뒤 불출석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자세다. 수사가 장기화하면 정치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을 반대해 온 지지자들을 방패로 삼을 경우 체포영장 집행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비협조로 대면조사가 늦어지면 최악의 경우 대선 직전 잠시 수사를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 헌재의 탄핵 결정에 따라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5월 9일 이전에 치러져야 한다.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가 늦어져 대선 날짜가 임박하면 정치권에서 검찰 수사가 선거에 끼치는 영향이 논란이 될 수 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7년 10월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은 집권이 유력했던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비자금 의혹 사건 수사를 대선 이후로 미루기로 결정한 전례가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은 당시와 상황이 다소 다르지만 전직 대통령 수사의 정치적 민감성을 감안할 때 수사에 대한 최종 결정은 김수남 검찰총장이 직접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 기자
#검찰#박근혜#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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