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내부 “대통령 사과로 끝날일 아니다”… 탈당론엔 신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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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폭탄 맞은 여권

 
“총선 패배보다 더 큰 쓰나미”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사건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새누리당이 26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최순실 특검’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정현 대표(앞줄 왼쪽)와 정진석 
원내대표(앞줄 오른쪽)의 얼굴이 굳어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총선 패배보다 더 큰 쓰나미”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사건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새누리당이 26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최순실 특검’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정현 대표(앞줄 왼쪽)와 정진석 원내대표(앞줄 오른쪽)의 얼굴이 굳어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원내 2당으로 전락했던 (4·13)총선 패배 때보다도 큰 쓰나미(지진해일)가 우리 앞에 몰려왔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6일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의 국정 개입 논란으로 당이 처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침몰의 위기감이 높아진 새누리당은 이날 서둘러 야당이 주장하던 특별검사 도입을 전격 수용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인적쇄신을 요구했다. 하지만 비주류 일각에선 친박(친박근혜)계 일색인 지도부를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 최고위 뒤집고 의총에서 “특검 수용”


 이정현 대표는 이날 오전 이례적으로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참석시킨 가운데 비공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어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청와대와 정부 내각에 대폭적인 인적 쇄신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이번 사태와 직간접으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특검 도입엔 부정적인 태도였다.

 비박(비박근혜) 진영에서는 친박 지도부가 여전히 대통령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무성 전 대표는 “대통령의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국가 전체와 당을 고려한 더 깊고 신중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당의 리더십을 새로 교체해 당이 중심을 잡고 청와대 비서진 교체, 거국내각 등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오후에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선 초반부에 특검 도입과 함께 “이정현 대표 체제로는 현재 사태를 수습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이 쏟아졌다. 김학용 의원은 “대통령을 보좌한 사람들, 대통령과 가깝다고 말한 사람들은 다 책임져야 한다”며 친박계를 정조준했다. 정양석 의원은 “마음이 아프지만 이 대표가 희생양이 돼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특검 요구를 수용하는 분위기로 흐르면서 이 대표 퇴진론은 다소 잦아들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의원 22명의 발언을 들은 뒤 마무리 발언에서 “앞서 ‘(나도 박 대통령처럼) 연설문을 쓸 때 친구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 등 경솔한 발언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도 “내가 마치 그분(박 대통령)의 비서인 것처럼 말하는 건 모욕”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의총 도중에 박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며 “‘당의 제안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말씀을 전해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 고개 드는 ‘박 대통령 탈당론’

 의원들은 의총에서 박 대통령의 탈당 요구에는 조심스러워했다고 한다. 이학재 의원은 “지금은 탈당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수의 의원도 당장 박 대통령의 탈당에는 부정적인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지지자 중 상당수가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만큼 이들의 급격한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박 진영을 중심으로 조기 탈당론은 계속 거론되고 있다. 전날 김용태 의원에 이어 이날 나경원 의원은 “탈당이 결국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모습”이라며 “(박 대통령이) 결국 그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을 찍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며 저한테 수십 통의 문자가 온다”고 전했다.

 이날 의총은 특검 수용과 함께 청와대 비서진의 전면 개편을 요구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한 핵심 당직자는 “당장은 (박 대통령의) 탈당 요구가 없었지만 어느 정도 수습이 끝나면 당이 대통령과 선을 긋는 수순을 밟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진상 규명 과정에서 이 대표의 행보에 따라 지도부 총사퇴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다.

 여당의 자중지란(自中之亂)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고발 의결에 앞서 “우 수석을 지키라고 할 땐 언제고…”라고 항의하며 회의에 불참했다.

홍수영 gaea@donga.com·강경석 기자
#최순실#새누리당#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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