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일자리 ‘슬픈 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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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016년 공공일자리 중장년층 줄여 청년 늘릴 것”
청년실업 해소 고육책… 저소득층 가장엔 타격 불가피
세대갈등 번지지 않게 할 대책 시급

저소득층을 위한 서울시의 공공일자리 사업이 중장년에서 청년 중심으로 바뀐다. 저소득층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청년실업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재원이 한정된 가운데 내놓은 ‘고육지책’인 셈이다. 앞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경우 ‘세대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공공일자리를 제공하는 ‘뉴딜일자리 사업’을 통해 내년에 일자리 2000여 개가 마련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공공서비스 분야의 업무를 민간인에게 맡기고 서울시가 임금을 주는 것으로 자원봉사자 관리, 생활불편 민원 접수 등의 업무가 있다. 내년 청년사업(39세 이하)에 배정된 일자리는 약 1500개로 올해 549개의 3배 규모에 이른다. 반면 일반사업(연령 제한 없음)은 약 500개로 올해 1103개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의 내년도 뉴딜일자리 사업 예산은 251억6000만 원. 올해(203억5000만 원)보다 23.6% 증가했다. 하지만 늘어난 예산은 청년 몫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투입된다. 서울시는 청년 구직자들에게 우선 일자리 기회를 주고 이를 민간 채용으로 연계해 청년실업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이 사업이 저소득층의 사회안전망 역할까지 해왔다는 점이다. 내년 시간당 임금은 경력에 따라 6200∼6800원으로 최저임금(6030원)보다 조금 많다. 많지 않은 돈이지만 안정적으로 가계를 꾸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일자리는 40, 50대 저소득층 가장에게 버팀목 역할을 한다. 특별한 대안 없이 내년에 중장년층 몫을 줄이면 이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끊이지 않고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가운데 청년 취업을 위해 기성세대의 양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임금을 깎고 정년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가 대표적이다. 또 국토교통부는 건설기술용역업자 사업수행능력 평가에서 34세 이하 청년기술자를 고용하면 최대 0.3점의 가점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청년층이 미래에 노년층이 되는 만큼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 심화를 막기 위해 소통과 이해를 강조했다. 특히 정당과 정부, 지자체가 내년 국회의원 선거 등을 앞두고 급조된 일자리 정책을 쏟아낼 경우 되레 노동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일자리#공공일자리#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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