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공천 맡는 수석사무부총장에 친노 임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6일 03시 00분


비노측 “말로만 탕평인사” 반발

2·8전당대회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갈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표가 ‘탕평 인사’를 공언했지만 주요 당직에 친노 인사가 임명되면서 비노 진영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25일 수석사무부총장에 김경협 의원을 임명한 것이 불씨가 됐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사회조정비서관을 지낸 친노 핵심 인사다.

문 대표 측은 “효율적인 당 운영과 개혁을 위한 인사”라며 설 연휴 전부터 김 의원을 사무부총장에 임명하려 했다. 주승용 최고위원 등 비노 진영이 강력 반대해왔지만 문 대표는 이날 김경협 수석사무부총장 임명을 강행했다. 전략기획위원장도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대변인을 지낸 진성준 의원이 유임됐다.

친노와 비노 진영이 수석사무부총장 자리를 놓고 힘겨루기를 한 이유는 이 자리가 공천 실무를 맡는 핵심 요직이기 때문이다. 비노 진영은 문 대표가 친노 수석사무부총장 임명을 강행한 게 내년 총선에서 친노 진영을 전진 배치하기 위한 의도로 보고 있다.

주 최고위원은 “문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당선되면 친노에 불이익을 주겠다’던 약속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라며 “지금까지 수석사무부총장은 1위로 당선된 최고위원이 임명하는 관례마저 무시한 인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노 진영의 주 최고위원이 1위 당선자인데도 의견이 묵살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영록 대변인은 “수석사무부총장 인선 역시 지도부가 모두 협의해 결정한 것이어서 탕평의 큰 틀을 유지한 인사”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문 대표가) 진짜 탕평인사를 하려면 불편할 수도 있는 반대 측 인사를 등용하고, 상의도 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안철수 전 공동대표 측 인사인 조광희 변호사를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인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임명을) 사전에 연락받지 못했다”며 “다른 일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어 힘들 것 같다”고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안 전 대표도 “이런 일(일방적인 인선)이 다 있느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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