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경제관 이념성향]안철수의 ‘경제 생각’은 민주당에 가면 온건파

최근 ‘안철수의 생각-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지도’란 저서를 펴내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경제관(觀)에 대한 경제전문가들의 평가는 “민주통합당 온건파와 비슷하다”였다.

이 책에 드러난 안 원장의 경제관에 대해 평가단이 준 평균점수는 5.7점. 민주당 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손학규 상임고문(5.8점)과 비슷한 수준이다.

분야별로는 ‘대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세제 및 기업인 징벌’ 분야에서 민주당 대선주자들과 유사한 이념 성향을 보였지만 ‘복지 확대’ 쪽에서는 새누리당 대선주자들과 비슷한 평가를 받았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최근 저서와 기존 발언을 보면 안 원장의 경제적 이념 성향에는 여당과 야당의 정책들이 섞여 있다”며 “안 원장이 그렇게 진보적인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안 원장은 저서에서 “기업주가 전횡을 일삼거나 주주 일가의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면 그건 범죄”라며 “이런 게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법치에 대한 불신과 절망감을 낳았다”고 지적해 경제범죄를 저지른 대기업 사주에 대한 징벌 강화를 강조했다. 야권 대선주자들과 비슷한 생각을 내비친 것이다. 반면 복지 분야에서는 고교 의무교육을 단기 목표가 아닌 장기 과제로 분류하고, 기초노령연금 확대 등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아 고교 무상교육과 기초노령연금 대폭 강화를 약속한 민주당 대선주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좌파 성향이 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손질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재벌체제의 경쟁력은 살리되 단점과 폐해를 최소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산분리 강화, 순환출자 금지에 찬성하면서도 기업경영인 출신답게 재벌해체,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같은 급진적 정책에 반대하거나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 ‘불공정 거래 규제’ 분야에서 안 원장은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5.2점)과 비슷한 5.4점으로 평가됐다.

자유기업원장을 지낸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안 원장이 재벌해체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생각보다 급진적인 사람이 아니더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