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경제관 이념성향]與 “출총제 반대” vs 野 “순환출자 금지”… 재벌개혁엔 차이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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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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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지배구조 개혁 어떻게… 고소득층 세금-법인세 인상 대립

대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세금 문제에 관해서는 여당과 야당 대선주자들 간에 시각차가 큰 것으로 평가됐다. 대기업 불공정거래 규제와 복지 확대 분야의 경우 여야의 차가 크지 않은 것과 눈에 띄게 대비된다.

특히 대기업 지배구조 손질과 관련해 각 정당 주자들은 ‘적극 찬성’부터 ‘반대’까지 다양한 의견 스펙트럼을 보였다. 소득세 및 법인세 인상 등 세금 문제에 대해서도 찬성, 신중, 반대로 나뉘었다. 이에 따라 12월 대선에서 각 진영은 두 주제를 놓고 확연한 전선(戰線)을 형성하며 첨예하게 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 “초법적 재벌 개혁해야” vs “재벌 때리기 안 된다”

대기업 지배구조 개혁에 대해 야권 주자들은 6∼7점으로 좌파 성향을 보인 반면 여당 주자들은 2.4∼3.5점으로 우파 성향을 나타냈다. 경제전문가 평가단이 점수를 매긴 4개 분야 중에서도 여야 간 점수 차가 가장 큰 주제였다.

새누리당 주자들은 대체적으로 대기업 지배구조 손질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 재벌개혁을 강조하는 김종인 박근혜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같은 친박(親朴)계이면서도 신중론을 대표하는 이한구 원내대표가 이 문제를 놓고 뜨겁게 ‘경제민주화 논쟁’을 벌였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박근혜 의원은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과 재벌해체 같은 급진적 정책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지만 ‘금융·산업자본(금산) 분리 강화’나 기존 순환출자의 금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박 의원은 “재벌 해체나 (재벌)때리기가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나 미래 성장동력 등 대기업의 장점을 적극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자기가 투자한 것 이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불합리한 면이 있다”며 “신규로 하는 부분은 규제가 검토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한국 대기업이 짧은 시간에 글로벌 최고기업이 됐는데 사주(社主) 경영이 해로운 부분만 있었나. 선거 때마다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는 이런 ‘비겁한 정치’는 그만둬야 한다”며 급진적 대기업 개혁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점 때문에 경제 전문가들은 대기업 지배구조 개혁 부문에서 김 지사를 2.4점으로 가장 우파적으로 평가했다.

이 주제와 관련해 민주통합당 주자 중에는 문재인 의원이 가장 강경했다. 문 의원의 이 분야 점수(7.0점)는 아직 유력 후보가 명확하지 않은 통합진보당을 제외하면 각 대선주자 중 가장 강한 좌파 성향을 보였다. 문 의원은 “1%도 안 되는 소유지분을 갖고 계열사를 거느리며 초법적 경영을 하는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며 “출총제 도입,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완화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같은 민주당의 손학규 상임고문은 “재벌도 국민을 위해 존재할 때 가치가 있다. 출총제와 순환출자 제한은 기본”이라며 이 정책들에 대해 마찬가지로 좌파적 성향을 보였고,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는 “재벌의 문어발식 지배구조를 개선해 경제정의를 실천하고 재벌을 규제하는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에 ‘경제 검찰’의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대기업집단 개혁을 위한 정부의 역할 강화를 약속했다.

최정표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순환출자 문제와 관련해선 박근혜 의원 측은 ‘신규 부분만 금지하자’는 쪽이고,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전부 금지’라고 주장해 명확히 차별된 모습”이라며 “다만 이런 정책을 펴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이 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여야 후보군 모두 명확히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 “법인세는 낮춰야” vs “복지재원 위해 증세 필요”

세금 문제도 견해가 크게 엇갈리는 분야다. 17대 대선 때 ‘감세(減稅)’를 놓고 벌어졌던 논쟁만큼 격렬하진 않지만 고소득층이나 대기업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부분에 대한 여야 간 견해차는 크다. 평가단 역시 민주당 주자들에게 5.4∼6.5점으로 좌파적이란 점수를 준 반면에 새누리당 주자 두 명에게는 모두 3.0점으로 우파적이란 평가를 내렸다.

야권 주자들은 대체적으로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增稅)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상을 언급하고 있다. 문 의원은 “복지재원 충당을 위해 증세까지도 필요한데, 다만 그 증세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아무런 부담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고소득층 증세로 복지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지금은 과세표준 200억 원 초과 기업에 22%의 법인세율이 적용되는데 민주당은 25%, 통진당은 30%까지 최고세율을 올려야 한다고 당론으로 정한 바 있다.

김두관 전 지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된) 부자 감세를 철회하고 세목(稅目) 신설과 세율 조정도 정교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고, 손 상임고문은 지난해 국회에서 “각종 비(非)과세 감면을 전면 재검토해 세입기반을 확충하고 조세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범야권 주자들 중에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만 이 부분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안 원장은 “한국의 법인세율 자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슷한데 실효세율이 매우 낮다”며 “단계적으로 실효세율을 높이는 노력을 우선 기울이고 그 다음에 구간조정을 검토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대기업·부자의 세금 부담을 높이는 건 필요하지만 세율 인상보다 각종 비과세·감면을 손보는 게 먼저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근혜 의원은 대기업 및 부유층에 대한 증세에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 박 의원은 “법인세는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고, 다른 국가와도 경쟁해야 하기에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높이지 말아야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인하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문수 지사 역시 법인세 인상에 부정적이다. 그는 “세금이 높으면 외국기업이 우리나라에 오겠느냐”고 반문하며 “증세는 가급적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여당#야당#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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