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방위 파행… 민주 “비공개 ‘수신료 회의’ 與서 도청”

  • 동아일보

한선교 “발언 기록한 문건 입수했을 뿐”

민주당은 24일 “한나라당이 우리 당 회의에서 나온 발언 기록을 갖고 있다”며 ‘도청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은 발언 기록 입수를 인정하면서도 도청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어제 우리 당 최고위원·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 연석회의는 비공개로 열렸고 당이 속기록을 작성하지도 않았는데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속기록을 갖고 있다”며 “누가 도청을 했는지, 어떻게 기록을 입수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기자회견을 열어 “어제 회의는 민주당 당직자들의 배석이 허용되지 않은 완전 비공개였다. 최고위원, 문방위원, 3명의 필수요원만 참석했다. 우리 당은 이 회의 녹취록을 작성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헌정사상 초유의 야당 대표실 도청 사태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수사기관에 철저한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도청 주장은 한선교 의원이 24일 열린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문건을 보면서 “(민주당 회의) 발언록을 보면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이 ‘지금부터 민주당 사람들이 총집결해야 한다. 몸을 던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내용이 있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한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민주당 회의 발언 내용을 기록한 문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 발언록은 민주당 측이 기록한 것을 입수한 것일 뿐 도청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입수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문제의 문건은 ‘민주당 연석회의 발언록’이라는 제목의 A4용지 7쪽짜리로 회의 참석자들의 발언이 그대로 기록돼 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KBS 수신료 인상안 표결 처리에 합의해준 것은 “(한나라당의 단독 처리를 일단 막으려는) 긴급피난적 조치”라고 해명한 것으로 돼 있다.

A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에 타협적 또는 협조적 자세를 보내는 순간 한나라당의 2중대로 낙인 (찍히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B 최고위원도 “긴급피난의 성격이었다면 (합의를) 뒤집자”고 주장했다. C 의원은 “몸싸움 안 하면 그냥 지는 거다. 실제로 몸싸움을 기다려야 하는 거다. 이 문제는 여당이 훨씬 부담이 된다”고 발언했다.

이런 논란 속에 이날 문방위는 파행했다. 민주당이 수신료 인상안 표결 처리를 합의해 놓고 하루 만에 파기한 데 대한 책임 공방이 이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합의가 깨진 상태에서 오늘 회의는 의미가 없다”며 오후 3시경 정회가 선언되자 회의장을 떠났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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