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사소한 실수가 대형사고 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5일 17시 00분




대형사고의 원인을 따져보면 사소한 실수나 부주의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로 기록된 1984년 인도 보팔 참사는 밸브 하나를 잠그지 않은데서 시작됐습니다. 1990년 영국 여객기의 조종석 앞 유리가 떨어져 나가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사고는 정비공이 직경 8mm 볼트 대신 7mm 볼트를 끼우는 바람에 빚어졌습니다. 1982년 북대서양에서 발생한 캐나다 해양시추선 전복 사고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작은 창문 틈으로 파도가 밀려들어온 것이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아랍에미리트로 가던 대통령 전용기가 인천국제공항으로 회항한 사고의 원인은 다행히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기체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기체 아래쪽 외부 공기 흡입구 덮개를 고정시키는 나사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은 정비불량이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대통령 전용기 사고는 국가 안위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경호처는 전용기 관리 감독을 맡은 공군과 정비 책임이 있는 대한항공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자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사고입니다.

대통령 전용기 회항 사고는 최근 발생한 KTX 탈선 사고와 영광원전 5호기 고장을 다시 떠오르게 합니다. 대형참사가 될 뻔했던 광명역 KTX 탈선은 선로전환기 케이블을 교체하면서 너트 한 개가 빠진 것이 원인이었다고 하죠.

그런가 하면 지난 2월 영광원전 5호기 고장은 2002년 모터 설치 때 시운전 과정에서 모터 안에 들어간 드라이버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안전을 위해서는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가 필요하다는 걸 교훈으로 삼아야 할 사고들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뭐든지 빨리 하는 걸 대단한 능력으로 생각하고, 철저히 점검하고 따지는 사람은 쩨쩨하다거나 좀스럽다고 폄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죽하면 '빨리빨리' '대충대충'이란 한국말이 외국 관광지에서 통할 정도가 됐겠습니까.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무슨 일이든 끝까지 완벽하게 점검하는 걸 습관화 체질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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