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北 ‘집안 단속+6자회담 직행’ 노린듯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 ‘서울 불바다’ 초강경 발언 왜

북한이 27일 온갖 군사적 위협을 쏟아냈다. ‘최종 파멸을 위한 총공세 진입’ ‘서울 불바다 같은 무자비한 대응’ ‘심리모략행위 발원지 격파사격’은 물론 ‘핵 억제력 강화(핵실험)’와 ‘미사일 타격전’까지 거론했다. 이는 한미 연합군사연습 키 리졸브를 앞두고 예상됐던 움직임이다. 하지만 최근 북아프리카·중동 지역의 민주화 바람도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 북한이 실제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실제 도발에 나설까

북한이 ‘전면전 대응’과 ‘조준 격파사격’을 위협하고 나선 것은 내부적 위기감이 그만큼 커졌음을 방증한다. 북한은 최근 북-중 국경지대의 휴대전화 통신망을 폐쇄한 데 이어 26일 평양에서 ‘선군청년총동원대회’를 열어 “청년들은 사회주의 제도를 굳건히 지켜 나가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동 민주화 시위의 동력이 젊은이들이라는 것을 의식한 북한의 내부 단속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런 단속도 남측의 대북 심리전이 본격화되면 내부 동요를 막기 힘들 것이라고 북한은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한미 연합 키 리졸브 연습 동안 실제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중동 사태 이후 대외적인 체제 위협 및 심리전에 매우 민감한 상황”이라며 “북한이 내부적 긴장을 높이기 위한 제한적인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한미 양국의 훈련기간에는 쉽게 도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중국이 북한에 도발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쉽게 행동에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춘궁기를 앞둔 시점에 식량난 등 불안 요인이 증폭되면 외부 위협을 내세워 긴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중동 사태 등으로 과거와는 상황이 다른 만큼 도발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25일 국회에서 “3월 키 리졸브 연습 전후에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군은 북한군 동향에 대한 정밀 감시에 나섰고 개성공단 체류자의 신변안전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주에 개성공단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남북 출입 시 오해를 살 수 있는 자료를 갖고 다니지 말라고 강조하는 등 체류 인원의 신변 안전에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 남북대화는 영영 멀어지나


북한이 군사적 대응까지 위협하고 나섬에 따라 당분간 군사실무회담 등 남북대화는 어려워지고 한반도의 긴장 수위도 그만큼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대남 위협이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면서 남남(南南)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의도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남북대화를 피하고 북핵 6자회담으로 곧바로 가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남 위협은 미국 등 국제사회에 상황 악화를 피하려면 남측이 대화에 나서도록 압력을 행사해 달라고 하기 위한 여론 형성용일 수도 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이어 북한이 실제로 추가 도발에 나선다면 남북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 도발한다면 남측도 대응해 소규모 국지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며 “남북관계는 극적인 반전 없이는 풀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