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량선 나포때 日 제소근거 차단

  • 입력 2006년 4월 21일 03시 02분


정부가 유엔 해양법협약상의 ‘강제 분쟁 해결’ 절차를 배제하는 선언서를 18일 유엔에 기탁한 것은 이 문제를 국제 재판으로 몰고 가려는 일본의 의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해양법협약은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경계나 해양과학조사, 군사활동과 관련한 분쟁의 경우 어느 한 당사국이 다른 당사국의 일방적 제소만으로는 국제 재판에 회부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그 즉시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이 이를 선언하지 않으면 해양법협약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분쟁과 관련해 다른 나라가 제소하면 국제사법재판소와 국제해양법재판소, 중재재판소, 특별중재재판소 등에 회부될 수 있다. 18일 이전까지는 일본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언제든 국제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던 셈이다.

정부가 이 시점에 선언서를 기탁한 것은 일본이 한국 측 EEZ로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는 상황을 근거로 국제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독도영유권 분쟁화를 시도하려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수로측량선이 EEZ를 침범하면 나포를 포함한 법 집행에 나서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해양법협약에는 정부 선박에 대해 다른 나라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는 ‘국가면제’ 규정이 있지만 이번 선언으로 한국이 공권력을 행사하더라도 일본이 국제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됐다.

이 선언은 언제든 철회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왜 진작 이를 선언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재판으로 가면 불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20일 “선언을 하면 우리가 분쟁에 제소되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지만 역으로 우리가 제소할 수 있는 권리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신중하게 검토해 오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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