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방장관이 왜 대체복무 도입에 앞장서나

  • 입력 2006년 1월 9일 03시 02분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인정을 권고한 것은 소수자의 인권도 배려해야 한다는 차원의 의견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권고를 정부가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권위의 권고가 있자마자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민관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정책공동체를 구성해 연구를 거쳐 시행 여부와 시행 시기를 건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성급하고 경솔한 감이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헌법상 기본권 행사는 국가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양심과 종교의 자유도 결국 그 제한을 넘어설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입영 명령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대법관 11명 가운데 5명은 대체복무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대체복무제는 그만큼 찬반이 팽팽한 사안이다.

군복무 의무 제도를 채택한 나라에서 양심과 종교를 이유로 병역을 회피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 국민개병제(皆兵制)의 근간이 흔들리고 다른 국가의무를 거부하는 경우와 형평성 문제도 생긴다. 집총(執銃)을 거부하는 종교의 신도들에게만 대체복무를 인정하면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가 될 수 있다. 병역 기피를 위해 종교를 악용할 소지도 없지 않다.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 체제의 위협을 막아 내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도 국방을 튼튼히 해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문제는 통일이 되고 나서 장기적으로 지원병 제도를 검토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지금으로선 이들의 인권에 대한 고려는 인권위에 맡겨 두면 될 일이다. 국방부 장관이 나서는 것은 현재와 미래의 장병(將兵)들의 사기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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