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黨 지도부 총사퇴]집권 3년차에 벌써 레임덕오나

  • 입력 2005년 10월 29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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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與 지도부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을 비롯한 상임중앙위원들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위원 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10·26 재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를 선언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고개숙인 與 지도부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을 비롯한 상임중앙위원들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위원 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10·26 재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를 선언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28일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지도체제의 붕괴는 여권으로서는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0·26 국회의원 재선거 패배 직후 “대통령 책임이니 당 지도부는 흔들지 말라”며 올해 말까지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지 하루 만에 당이 이를 정면으로 거부한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과거 당정일체 시대였다면 ‘집단 항명(抗命)사태’로 불렸을 만한 대사건이다.

그래서 이번 지도부 총사퇴는 단순한 문책성을 뛰어넘어 여권의 대분열 양상이 확연하게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흔히 대통령중심제 아래에서 ‘레임 덕’(권력누수현상)의 징후인 집권세력 분열상이 임기 2년 반여 만에 드러난 셈이다.

▽노 대통령, 어떤 선택할까=이번 사태가 당-청 간 갈등으로 번졌다는 점에서 당장 노 대통령이 29일 ‘당-정-청 12인 수뇌’ 만찬 모임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 모임에는 당에서 문 전 의장과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 등이, 정부에서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정동영(鄭東泳) 통일,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 청와대에서 이병완(李炳浣)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참석한다.

청와대는 일단 연말까지는 가급적 당과 거리를 두고 국정 챙기기에 주력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사태로 내상(內傷)이 깊은 만큼 정치적 현안에 개입하는 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정기국회가 끝나면 내각 개편 등을 통해 국면 전환을 모색할 듯하다. 이 경우 당에 국정운영의 전권을 넘겨 힘을 실어주는 선택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분권형 국정운영을 더욱 강화하면서 총리 지명권과 내각 구성권을 모두 당으로 넘기고 대통령은 외교 국방 남북관계 등에만 전념하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반대로 정파를 초월한 거국내각 구성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경우 이 총리를 포함한 당 출신 인사들은 당연히 당으로 복귀하게 된다.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도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대통령의 성격상 탈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어디로 가나=열린우리당은 상당 기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정기국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는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은 정부와 청와대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지만 이 역시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올해 말까지는 이도저도 아무 대책이 없는 셈이다.

당 지도부의 붕괴가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차기 대권주자인 정 장관, 김 장관이 연말이나 내년 초쯤 당에 복귀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지도부 사퇴에 앞장섰던 김 장관 진영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김 장관 진영 내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당에 복귀해야 대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순차적 복귀론도 흘러나온다. 두 사람이 동시에 당에 복귀하면 대권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서는 정세균 원내대표 같은 중도적인 인사가 당권을 맡아 대권 경쟁을 관리하고 정, 김 장관은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지원하는 모양새도 거론된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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