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한다면 왜?…‘파키스탄式 정권보장’ 노리나

  • 입력 2005년 5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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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미국 내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징후만으론 과연 북한이 핵실험을 하려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데는 논란이 없어 보인다.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완성도를 확인하는 한편 국제사회에서 핵무기 보유국임을 인정받고, 궁극적으로 미국의 대북 압박에 맞서 체제의 안전과 생존을 꾀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왜 핵실험을 하려는 것인지, 또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한국과 미국은 이를 어떻게 탐지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핵실험은 왜 하나=북한의 핵실험 준비가 사실이라면 이는 개발한 핵무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 1차적 목적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핵실험의 바로 전 단계인 고폭(高爆)실험을 70차례 이상 실시해 왔지만 핵무기를 완성하기 위해선 핵실험이 필수적이다.

핵무기가 제 성능을 발휘하려면 고성능 폭약을 터뜨린 뒤 내부의 핵물질을 100만분의 1초 내에 결합시켜 핵반응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미세한 오차라도 발생하면 제대로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되는 만큼 핵무기 개발을 위해선 최소한 몇 차례 이상의 핵실험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플루토늄(PU)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된 것과 같은 저급한 수준으로 우라늄(U)탄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지므로 반드시 핵실험이 필요하다.

북한은 이 밖에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보유를 국제사회에 과시하고, 핵무기 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를 통한 체제 결속을 노릴 수도 있다.

▽한미 당국의 탐지능력=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가장 먼저 지진파가 한미 정보당국에 포착된다. 지하 핵실험으로 인한 지진파는 실제 지진파와 파장이 확연히 다르고 발생 위치도 달라 실험 후 최소 2, 3분 안에 전국 30여 곳의 지진관측소에서 판별이 가능하다.

휴전선 일대에는 1990년대 말 북한의 핵실험 탐지를 위한 지진관측기가 집중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20kt급)보다 훨씬 소규모인 0.25kt의 핵무기가 터질 경우에도 3800km 떨어진 곳에서 탐지할 수 있을 만큼 지진관측은 정교하다.

0.5m 크기까지 식별할 수 있는 미국의 첩보위성은 실험 전후의 지표면을 정밀 촬영해 핵실험 여부를 가리게 된다. 또 주일미군이 보유한 RC-135 등 특수정찰기들이 동해상을 비행하며 지하 핵실험 후 발생하는 미량의 방사능 가스를 감지해 핵실험 유무를 판별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비밀리에 지하 핵실험을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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