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인정보 유출에 눈감은 공공기관

  • 입력 2005년 2월 16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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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 등 공공기관의 홈페이지 세 곳 중 하나꼴로 개인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돼 있었다는 것은 정부가 국민의 사생활 보호를 방치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시민단체인 지문날인반대연대와 정보인권활동가모임이 주요 공공기관 홈페이지 100곳을 점검한 결과 34곳에서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처럼 일방적 행정편의 위주의 주민등록제도는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개인의 재산 보유 및 각종 신상 통합 정보가 순식간에 노출된다. 관련 정보가 신용카드와 이동통신회사, 병원, 기업, 학교 등에도 축적 보관 관리돼 생각지도 않던 문제가 발생하거나 결혼과 병력(病歷) 노출 등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빚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 이른바 영미법계 국가 대부분은 주거등록제도는 물론이고 국가 신분증제도와 개인 식별번호를 두지 않고 있다. 독일의 경우 주거등록제도와 국가신분증제도를 두고 있지만 신분증을 발급할 때 부여하는 일련번호는 ‘사람’이 아닌 ‘신분증’에 부여하는 것으로 새 신분증을 발급할 때마다 새 번호가 부여되도록 하고 있다.

디지털 전문가들은 모든 국민에게 강제 부여되는 주민등록번호는 공적(公的) 데이터에 의한 감시체제(Data-veillance)를 가져올 소지가 높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디지털 강국인 한국은 자칫 ‘사생활 노출 강국’이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민의 신상 정보가 시민 개개인의 내밀한 프라이버시라는 생각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보화시대일수록 개인의 사생활은 더욱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호주제 폐지에 따른 새로운 신분등록제도 도입 때 현 주민등록제도의 여러 문제점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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