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5년 1월 9일 18시 3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1997년부터 교육인적자원부를 출입하면서 12명의 장관이 오가는 모습을 지켜본 기자는 지성의 상징인 서울대 총장을 지낸 분이 끝없이 추락하는 모습에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번 사건으로 가장 깊은 상처를 받은 것은 바로 우리 교육계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교육부 장관 만큼은 내 임기와 같이하도록 하겠다”며 ‘교육 대통령’을 자임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7명의 교육수장을 ‘양산’했고, 노 대통령은 2년도 안 돼 벌써 네 번째 교육부총리를 임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다른 자리도 그렇겠지만 교육부총리는 특히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마땅한 인사를 모시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교육계 인사들을 만나는 게 업무의 태반이다. 초중고교와 대학에서 학생이나 교사들을 상대로 훈화나 치사도 자주 해야 한다. 그러기에 남 앞에 떳떳이 설 수 없으면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교육계에서는 전임 안병영(安秉永) 부총리의 교체를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고교등급제 논란, 대학수학능력시험 휴대전화 부정사건 등이 불거지기는 했지만 깨끗하고 무엇보다 열심히 한다는 평을 받았는데 굳이 국면 전환의 ‘희생양’으로 삼을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다.
평균 7개월마다 바뀌는 장관을 보는 교육부 직원들의 심정은 더 착잡하다. 한 국장급 간부는 “어디에다 결재 도장을 찍어야 할지 모르는 장관이 겨우 걸음마를 할 만하면 떠나니 무슨 백년대계를 하겠느냐”고 탄식했다.
또 다른 직원은 “당사자야 바람처럼 왔다 가면 그만이지만 정책 혼선과 교육 불신으로 교육부만 만신창이가 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자천 타천으로 몇몇 인사들이 후임 부총리에 거론되고 있다. 개혁성도 좋지만 교육 전반에 대한 균형감과 인품을 갖춘 분이었으면 한다. 시간을 끌어도 좋으니 이번만은 제대로 된 교육부총리를 보고 싶다.
이인철 교육생활팀 inchul@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