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수진]검찰의 법집행 공정한가

  • 입력 2004년 11월 18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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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1

7월 청와대 홈페이지 ‘열린마당’에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성적(性的)으로 패러디한 합성사진이 게재됐다. 그것도 방문객들이 잘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 첫 화면에 실렸다.

하지만 청와대 대변인은 “누리꾼(네티즌)이 회원 게시판에 올려놓은 게시물을 본 관리자가 ‘쟁점 사안’이어서 ‘열린마당’에 옮겨 놓았다”며 관리자의 ‘단순 실수’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홈페이지 관리 담당비서관을 직위해제했다가 한 달 만에 복귀시켰다.

#사건 2

9월 24일 밤 열린우리당 홈페이지 ‘국민의 소리’ 난에는 “노무현은 김정일의 2중대” “참수요원이 미국에서 출발” 등 노무현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이 게재됐다. 15일 범인으로 검거된 서울 모 경찰서 소속 이모 경사는 “당직근무 중 술을 마시고 개인적인 의견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경사를 파면하기로 했다. 위의 경우와 비교하면 이 자체만으로도 공직자에겐 상당한 ‘처벌’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검찰은 경찰의 의견대로 이 경사에 대해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물론 이 경사의 처신은 공무원으로서뿐 아니라 한 시민으로서도 부적절한 것이었고, 일부 표현도 지나쳤다.

그러나 그를 파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인터넷에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극언들이 난무하고 있고 그것이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검경은 그들을 일일이 추적해 처벌하지는 않고 있다. 우연히 이 경사가 경찰관 신분임이 밝혀지자 강력하게 대응을 한 것이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18일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이 자체만으로도 검찰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검찰은 법을 다루는 조직이다. 법 집행이 위엄과 권위를 가지려면 ‘죄’와 ‘벌’의 무게가 공정하고 형평에 맞아야 한다. 당연히 권력의 눈치도 보지 말아야 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눈을 부라리거나, 회초리로 다스리던 일에 갑자기 홍두깨를 들이댄다면 법 집행은 신뢰를 잃고 만다.

조수진 사회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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