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북 강경책’반대]美 네오콘 겨냥한 ‘NO의 메시지’?

  • 입력 2004년 11월 14일 18시 29분


코멘트
동포간담회서 건배노무현 대통령(왼쪽에서 네번째)과 부인 권양숙 여사가 1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세인트레지스호텔에서 열린 재미동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박경모기자
동포간담회서 건배
노무현 대통령(왼쪽에서 네번째)과 부인 권양숙 여사가 1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세인트레지스호텔에서 열린 재미동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박경모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국제문제협의회(WAC) 초청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나 봉쇄정책에 강한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재선 이후 우려되는 미국의 대북 강경 드라이브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그동안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론을 펴 왔던 것과 달리 다소 세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대북 강경론에 제동을 건 것은 다분히 부시 행정부 내의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을 겨냥한 성격이 짙다.

실제로 미 행정부 일각에선 네오콘을 중심으로 “한두 차례 더 6자회담을 열어 본 뒤 북한의 태도에 변화가 없으면 유엔에 북핵 문제를 회부해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북핵 문제가 미 대선 이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칫 북-미간에 ‘강(强) 대 강’의 기류가 형성될 것을 우려해 대북 압박의 한계선을 미리 못 박아 두려 한 것 같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도 노 대통령의 연설 후 브리핑에서 “미국 대선이 끝나자마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왔는데, 그런 것에 대한 일종의 경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북한의 붕괴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 역시 체제 위협에 직면한 북한이 위험한 선택을 할 수 있어 한국 국민에게는 큰 재앙이 될 것”이라며 “북한은 체제 안전이 보장되고 개혁과 개방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이유가 반드시 누구를 공격하려 하거나 테러를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노 대통령이 “한국과 미국 안에서 북핵을 둘러싼 몇 가지 의문과 서로 다른 견해가 존재하며, 이는 북핵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말한 것은 한미 양국의 대북 인식에 시각차가 있음을 분명히 지적한 것이다.

이는 20일 칠레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측에 유연한 태도를 미리 주문함으로써 정상회담에서 진전된 북핵 해법을 찾자는 대미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미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는 당초 모임에 초청 받았으나 비행기 편이 늦어져 다음 일정인 로스앤젤레스 시장 주최 만찬에 참석했다.

켈리 차관보는 이 자리에서 한승주(韓昇洲) 주미 대사에게서 노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우리의 시각과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스앤젤레스=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