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 수교 12주년 의미 존중하라

  • 입력 2004년 8월 23일 2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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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두 나라가 수교 12주년을 맞았지만 축하할 만한 분위기는 아니다. 고구려사 왜곡으로 찬바람을 일으킨 중국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중국이 외교부 부부장을 서울에 보낸 속내를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한국의 분노를 똑똑히 보고 잘못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을 것을 촉구한다. 집권층과 일부 국민은 맹목적으로 중국에 기울었던 환상에서 깨어나 역사 왜곡까지 마다않는 이웃 나라의 실체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한중 양국은 짧은 기간에 ‘눈부시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긴밀한 사이가 됐다. 중국은 우리의 제1교역대상국, 제1투자국으로 부상했다. 인적 교류도 폭발적으로 늘어 지난해 200만명의 한국인이 중국을 방문했고, 50만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았다. 그러나 주권국 사이의 선린우호관계를 물건을 사고파는 이윤추구 행위로 완성할 수는 없다. 관광객 교류로 이룰 수도 없다. 상대국을 존중하고 개명된 국제사회의 룰을 지키는 성숙한 자세를 가져야 참다운 우방이 될 수 있다.

중국은 경제력이 선진대국의 유일한 조건이 아니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대국이 되려면 덩치에 걸맞은 국격(國格)을 갖춰야 한다. 남의 나라 역사를 훔치는 나라가 존경받는 대국이 될 수는 없다.

중국은 역사 왜곡을 학술 차원에서 풀기로 했던 양국 합의로 돌아가 외교부 등 정부기관과 관영언론의 고구려사 왜곡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고구려사 왜곡은 일본의 역사 무시에 대해 항의할 자격을 포기하는 자해행위임을 깨닫기 바란다.

고구려사 문제는 한중관계의 부속물이 아니다. 양국의 미래를 좌우할 최대 현안이다. 중국이 잘못을 고치지 않으면 양국 관계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중국 공산당 서열 4위인 자칭린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방한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미봉책으로 지나가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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