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이라크파견]열린우리 “미묘한 사안 신중대처”

  • 입력 2004년 5월 17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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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17일 주한미군 일부 병력의 이라크 차출이 국내 안보와 경제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여야 각 당은 이번 사태가 주한미군 감축 후 안보 공백 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열린우리당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당내 이념적 스펙트럼의 다양성이 반영된 듯했다.

중도 보수 성향의 당선자들은 대체로 주한미군 일부 병력의 이라크 차출이 몰고 올 안보 공백 사태에 우려를 표명했다.

주제네바 대사를 지낸 정의용(鄭義溶) 당선자는 “우리로서는 외교정책과 남북문제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반면 이라크 파병 반대론을 폈던 당내 인사들은 주한미군의 차출이 이라크 전황(戰況)이 악화됐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주장해 이라크 추가 파병 재검토론에 힘이 실릴 것임을 암시했다.

김근태(金槿泰) 전 원내대표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6월 말 이라크 임시정부가 수립되면 임시정부와 파병 문제를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가 안보와 경제에 미칠 심각한 파장을 우려하면서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당내 외교통인 박진(朴振) 의원은 “미국의 이번 결정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 용산기지 이전, 주한 미 대사관 신축, 이라크 추가 파병 등이 지지부진하자 한국과의 동맹관계에 미련을 갖지 않고 세계전략에 입각해 냉정한 선택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미국은 이 같은 사실을 지난 주말 주미 한국대사관에 통보했다”며 “미군이 이라크로 보내려는 4000명은 최전방 주력전투보병의 절반 규모여서 실제 차출이 이뤄질 경우 한반도의 안보와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은 정확한 진상 파악을 위해 이날 당 안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하는 한편 조만간 조영길(曺永吉) 국방 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국회 국방위를 소집하기로 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한미 양국 정부를 싸잡아 비판한 뒤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김종철(金鍾哲) 대변인은 논평에서 “미군은 세계 평화를 위해 이라크에서도 철군하고 한반도에서도 물러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전력공백 운운하며 안보 불안을 조장하는 정부의 태도도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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