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관광지…총선40여일 앞두고도 ‘선거특수’ 옛말

  • 입력 2004년 3월 4일 20시 07분


《한꺼번에 3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충남 아산의 S온천장. 2월 한 달 동안 이곳을 찾은 손님은 7만여명에 불과했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데도 손님이 늘기는커녕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도 2000여명이 줄었다. 이 온천장 직원은 4일 “선거철마다 노인과 주부를 중심으로 한 단체 관광객이 쇄도해 선거 특수를 실감해 왔는데 올해는 선거 특수는커녕 단체관광객조차 찾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선거 때마다 ‘선거 특수’를 톡톡히 누려 왔던 전국의 관광지와 음식점들이 17대 총선을 40여일 앞둔 올해는 특수는 고사하고 오히려 울상을 짓고 있다.

선거철마다 주차장이 관광버스로 가득 들어찼던 경북 울진군의 백암온천단지, 경남 창녕군의 부곡온천단지 등 전국의 다른 유명 온천단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의 감시가 어느 때보다 철저해져 총선 후보자들의 돈 지출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 또 유권자들이 공연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단체 모임이나 관광을 피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이처럼 표를 노린 선심성 관광이 크게 줄어들자 내심 선거 특수를 기대했던 여행사와 관광버스 회사 등도 타격을 입고 있다.

충북 청주시 O여행사 표해운 과장(34)은 “예전에는 선거 두세 달 전이면 평소보다 단체 예약이 20∼30% 늘고 문의전화도 쇄도했지만 이번에는 선관위나 사법기관의 단속이 심해져서인지 아예 예약 자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음식점과 유흥주점들 역시 새로운 선거 분위기의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 때까지만 해도 지역별로 거의 매일 열렸던 각종 향우회와 동창회 등의 모임이 올해는 급감하면서 선거철 단체손님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

한국음식업중앙회 춘천지부 박남용 사무국장은 “선거철이 되면서 장사가 더 안 된다고 푸념하는 회원들이 늘고 있다”며 “그동안 정례적으로 회식을 해 왔던 단체들마저도 이번에는 선거 후로 회식을 미루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춘천=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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